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한국은행과 조세연구원(현 조세재정연구원) 등에서 실무와 연구를 해온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다. 박근혜 정부 초대 통계청장으로 임명돼 지난 5월까지 2년2개월간 재임했으며, 역대 통계청장 중 최연소 타이틀을 갖고 있다.
광주 동신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박 원장은 조세재정연구원의 전신인 조세연구원에서 2001년부터 2013년 초까지 13년간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그 기간 동안 재정분석센터 세수재정추계팀장, 기획조정실장, 연구기획본부장 등을 두루 거쳤다. 2년여 만에 다시 친정으로 복귀한 그는 좀 더 자유로워졌다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 원장은 최근 세입부족, 복지지출 확대, 공공부문 개혁,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재정위험 증가 등의 영향으로 조세·재정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원장 임기 3년 동안 조세·재정·공공기관과 관련된 제도와 정책에 대한 실천가능하고 선제적인 정책연구를 할 계획이다. 새로운 정책 아젠다를 미래지향적으로 개발해 그 연구 결과를 국민과 나누는 게 박 원장의 목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재정 분야, 특히 조세·공공지출·공공기관 운영정책을 조사·연구·분석함으로써 국가의 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보통 '출연 연구기관'의 의미를 잘 모른다. 정부 예산으로 하는 것은 출자·출연·보조금 세 가지가 있는데, 출연은 정부가 직접 운영자금을 주면서 운영하는 곳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정부가 운영하는 연구원으로 조세·재정·공공기관 운영을 연구하는 곳이다.
-최근 예산안 발표 등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에 대한 견해는
내년에 국가채무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선다. 재정 당국에서도 그 동안 계속 국가채무비율을 30%선에서 관리하겠다고 했다가 처음으로 40%를 허용했다. 그러나 지금 세계 모든 재정 당국이 방어적 재정 보다는 공격적 재정을 하고 있다. 방어적 재정이란 경제가 안좋아 세입이 안걷히면 세입이 줄어든 것에 맞춰 세출을 줄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재정건전성이 유지된다. 즉, 소극적인 재정 운영을 말한다. 하지만 요즘같은 경제 상황에서, 더구나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축소경영을 하면 경제 자체가 더 어려워진다. 정부도 그런 부분 때문에 고민을 하면서 재정건전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은 범위 안에서 경기를 부양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재정건전성만 고집하고 있다가는, 잘못하다가 우리 경제와 재정 둘 다 망가질 수 있다. 그런 인식 때문에 국가채무 비율 40%를 넘기는 한이 있더라도 당분간은 재정이 경제를 부스팅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보는 것이다.
-사실상 현 정권 임기내 균형재정 달성은 어려운 상태다. 재정건전성 관리 방안은
모든 정부가 마찬가지이긴 한데, 집권 전반기와 후반기에 재정을 운영하는 스탠스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정부는 초반에 재정을 굉장히 세게 관리하려고 했다가 예상치 못한 세월호, 메르스, 중국경제 영향 등으로 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이 되니 이제는 원치는 않지만 재정을 푸는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세계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나리오는 아닌 것 같지만, 문제가 오래 갈 것 같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재정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 수준에서만 투입하고 오래 견뎌야 한다. 오래 견뎌야 한다는 것은 경제도 구조개혁 등 아픈 과정을 견뎌야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 과정에서 재정 분야도 지금까지의 스탠스, 보수적이면서 약간의 제한적인 적극성을 띄는 방식으로 운영하다보니 재정건전성이 무너졌는데 조금은 스탠스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경제가 급속히 좋아지는 모습이 안보이는 상황에서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조정 과정, 소위 개혁의 과정에서 재정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노동개혁 하면서 한편으로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줘야 하지 않나. 그를 위해서는 재정이 더 들어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입 측면에서 스탠스를 바꿔 복지를 위한 재정도 많이 필요하지만, 그림 자체를 복지나 SOC 사업 등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재정을 확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갈수록 재정을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 중산층 제고 효과를 위한 바람직한 재정정책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재정을 통한 소득재분배는 사실 조금씩 늘고 있다. 우리나라가 워낙 그 부분이 작아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지, 크기 자체는 증가하고 있다. 주로 그게 조세쪽이 아닌 복지 지출쪽에서 그렇다. 재정이 소득재분배나 소득분배에 대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합의된 바가 없지만, 조세를 통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복지 지출을 통해 하는 방법이 있다. 지금 국내에서 소득분배 상황을 분석해보면 재분배도 약하긴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소득분배 그 자체다. 소득분배 자체가 악화됐다. 문제는 앞으로 소득분배 악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소득분배 자체를 형평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이야기하는 것이 '임금'이다. 근로소득 부문에서 소득분배 기능 자체를 더 악화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소득분배 자체가 공평하도록 배당금 투자 등 세제를 도입했고, 노동시장 개혁 등도 그런 이유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세입 확충을 위해 정부가 재정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크지 않다. 바람직한 재정개혁 방향은
사실 재정 개혁이 성과를 많이 내고 있다. 내년에 세출 자체를 4% 이내로 줄인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6%대로 나가던 것을 4%대로 줄인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공공기관 정상화나 노동개혁 등 현 정부가 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요란하게 큰소리 안내고 조용히, 무섭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용히 진행하다 보니 성과가 나도 드러나지 않는 것뿐이다. 복지 부정수급 막고, 중소기업들 통합 데이터베이스(DB) 만들어 중복지급을 자르고, 국고보조금 새는 것을 막는 등 큰 작업들 하고 있다. 현 정부의 기조가 낮은 레벨로 가는 것 같지만, 지속가능하고 강력하게 가는 것이다. 중단되지만 않으면 된다. 6%대 지출 증가율을 4%대로 줄였다는 것을 누구나 다 자랑하고 싶겠지만, 조용히 진행하면서 끝난 다음에 '했다. 계속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증세 없는 복지' 기조 속 복지지출이 늘어나면서 증세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증세에 대한 견해를 말해 달라.
'너무 쉬운 증세, 너무 쉬운 복지'는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 국민들의 성향 등을 봤을 때 너무 쉽게 쏠리고, 공평의식이 강해 한쪽에서 뭘 하면 다른 쪽에서도 달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재정이 감당할 수 없다. 세금도 마찬가지다. 재정당국이 세출을 6%대에서 4%대로 줄일 수 있는 것처럼 마음 먹고 열심히 걷으면 할 수 있다. 세정을 강화해 비과세 감면 줄이고 지하경제 양성화 강화하고 해외탈세 더욱 단속하는 등 여지가 아직도 많다고 본다. 그런 여지를 놔두고 세금 조금 더 걷고, 복지 더 늘리면 나중에 결국 무너진다. 세율을 올리기 전에 세출을 조금 더 줄이고, 지금 쓰이고 있는 돈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잘 들여다 본 다음에 고민해야 한다. 너무 쉽게 증세하고 복지하면 그리스처럼 된다.
-조세재정연구원장으로써 임기내 목표 또는 과제에 대해 말해달라
조세나 예산 이슈가 핫한데, 핫한 걸 핫한대로 놔두면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 정부는 정부 나름대로 생각을 갖고 있지만 눈치가 보여 일부만 보여주고, 정치권은 A를 A로 풀지 않고 B로 풀다보니 왜곡이 발생한다. 조세·재정에 대해 관심 많고 궁금해 하는데 사실 많이 모른다. 연구원장 임기 3년 중에 이제 3개월 지났지만, 그런 이슈들, 당연하게 여긴 문제들을 갖고 문제 제기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싶다. 여기에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세·재정에 대해 정확한 통계와 정확한 분석 결과를 들고 건전한 토론이 될 수 있도록 정보 자체를 늘리고 싶다. 조용히 묵묵하게 일하면서 근본적인 문제 제기와 정확성을 추구하고 싶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사진 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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