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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다'는 '사도' 엔딩에 대한 이준익 감독의 반박
2015-09-20 19:57:25 2015-09-20 19:57:25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사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미 닳고 닳은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재해석한 이 영화는 개봉 후 꾸준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서도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현 시대의 사회적 문제인 세대 간의 갈등에 대해 소통을 하자는 의미가 담긴 이 영화는 배우들의 호연과 이해를 돕는 구성까지 여러 면에서 극찬 세례를 받고 있다. 이준익 감독 영화 중 최고라는 평가다.
 
영화 '사도' 포스터. 사진/쇼박스
 
 
그럼에도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는 엔딩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사도'는 문근영이 연기한 혜경궁홍씨의 환갑잔치를 배경으로 정조의 춤사위와 함께 영화가 막을 내린다. 분량도 짧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 엔딩을 두고 '지루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최근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난 이준익 감독은 이미 이러한 대중의 반응을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꽤 섭섭하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굉장히 심혈을 들여서 만든 엔딩인데, '사족' 혹은 '지루'라는 말을 들으니 영화를 만든 입장에서 서운했던 것 같다. 그는 엔딩을 그렇게 만든 것에 대해 반론했다.
 
이 감독은 "소지섭의 춤 사위는 그냥 춤이 아니다. 바디랭귀지다. 첫 춤이 어떻게 시작하냐면 활시위다. '아버지의 마음'을 담은 것이다. 부채가 뭐냐, 사도세자가 정조 낳고 그린 그림이다. 그걸 홍봉한(박원상 분)이 뒤주에 넣는데, 그 의미가 '정조 생각해서 거기서 죽으라'라는 이야기다. 그걸 보고 사도세자가 죽는 거다. 그러니 정조 입장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이 없을 수 있나"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리고 정조도 4배를 한다. 혜경궁홍씨도 4배를 받으면 안 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을 4배로 표현한 것이다. 혜경궁홍씨도 그걸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엄마와 아들이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거다. 그게 다 암호체계가 이어진 신이다. 그런데 사족이라고 한다. 좀 안타깝다. 아마 영화 3번 정도 보면 내 마음을 알아줄 걸"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시나리오에서는 정조가 즉위한 뒤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는 대사가 있었다. 하지만 영화에는 그 장면이 담겨 있지 않다. 이미 그 장면은 수 없이 많은 콘텐츠에서 다뤄진 부분이다. 이 감독이 그 대사를 굳이 뺀 이유가 있는지 물어봤다.
 
그는 "나는 탈 정치를 선언한 사람이고, 이 영화도 정치라기보다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그건 영조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겠다는 의미다. 그 앞에 신하들은 다 영조의 사람들이었다. 얼마나 파격적인 발언인가. 그 장면을 넣으면 정치가 된다고 생각했다. 찍긴 찍었는데 나중에 뺐다"며 "만인소 사건 장면도 찍어놓고 편집했다. 이 영화가 정치적으로 비춰지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통해 꼭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영화를 보면 누군가는 영조를 이해하면서도 사도의 마음을 짚어보고, 누군가는 사도를 이해하면서도 영조의 마음을 헤아린다. '사도'는 윗 세대와 아랫 세대 간의 숨겨놓고 있는 속마음을 이 영화를 보고나서 소통해보자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듯 하다. 그 의미를 전달하고 싶어 이 영화를 만든 게 아니냐고 물어봤다.
 
그는 "아주 정확히 봤다. 세대 간의 갈등을 얘기하고 싶은 것였다. 그런데 내가 얘기를 하면 너무 의미를 넣는다고 하고, 정치적이라고 말할 것 같았다. 나는 탈 정치를 선언했기 때문에 그 말을 정확히 할 수 없다"며 "이 영화를 보고나서 이번 추석에 젊은 층은 어른의 입장을, 어른은 젊은 세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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