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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 6인, 참여정부 경제정책 공과 논하다
‘4대그룹 회장과의 회동’, ‘삼성의 반발’ 등 여러 이야기 담겨
2015-09-04 16:18:45 2015-09-04 16:18:45
참여정부의 정책총서로서 경제정책을 다룬 저서가 나왔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담당했던 학자 6명이 쓴 ‘경국제민의 길-참여정부 경제의 겉과 속’이 그 주인공이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이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릴 정도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오히려 경제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고 이 책은 평가한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의 경제적 성과에 대한 공과를 확실히 하기 위해 경제학자 6인이 이 책을 내놨다.
 
이 책은 참여정부에서 경제철학, 공정거래, 금융, 재정·조세, 부동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6개 분야의 정책 입안과 집행에 참여했던 6명의 학자가 직접 쓴 비망록을 묶은 것이 특징이다.
 
참여정부가 그리려고 했던 한국경제의 밑그림은 어떤 것이었을까. 참여정부의 경제철학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됐다. 참여정부는 ▲성장과 분배의 조화 ▲개혁과 개방 동시 추구 ▲지방과 수도권의 균형발전 ▲장기주의 지향을 통해 경제, 사회 곳곳에 장기적으로 누적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한 장본인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았다. 박 전 대통령을 한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그에게 준엄하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 당시 국내외의 생생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한 예로 4대그룹 회장과의 개별회동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회동은 시장개혁 3개년의 성공을 위해 영향력 있는 4대 그룹 회장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자리였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이 일을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맡기면서 소신껏 일하라며 업무에 관한 모든 일을 일임했다.
 
회동은 LG, SK, 현대, 삼성의 순으로 이어졌고 대체로 협조적인 편이었다고 전해진다. 다만 기업에 따라 어느 정도 온도차가 있었다. 삼성 이건희 회장과 회동에서는 당시 이 회장이 중소기업 중소기업과 관련된 문제에 관심을 보였는데 주로 하도급업체, 협력업체 등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의 제품 단가 인하나 기술탈취 등 당시 중소기업들의 피눈물 나는 애로사항을 이야기했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위반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이 조항의 위반 건이 적발되자 삼성그룹을 제외한 다른 모든 재벌그룹은 위반사항에 대한 금융감독위원회의 시정명령을 순순히 따랐으나 유독 삼성그룹만은 시정명령에 불복하여 법적 분쟁이 시작됐다.
 
또 하나 참여정부 출범 초에 예상치 못했던 대형사건이 터졌는데, 그것도 삼성그룹과 관련된 사건이었다. 2003년 하반기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우연히 삼성생명이 감독 규정상 보험계약자에게 귀속돼야 할 거액의 투자유가증권 평가 이익(만약 처분할 경우에는 처분이익)을 부당하게 주주 몫으로 계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설립했던 초기에 필요했던 자본금 일부를 삼성생명의 계약자 돈으로 투자해 취득한 삼성전자 주식인데 그 주식의 가치 증가분이 누구의 몫인가 하는 문제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도 현실에서는 간단히 처리할 수 없었다. 삼성그룹의 정치적 영향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고 평가한다. 특히 삼성그룹은 이 문제를 삼성의 지배구조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사안으로 생각했던지 전 그룹 차원에서 그리고 업계와 학계까지 동원해 극렬하게 전방위 반발을 하였다고 전해진다.
 
이외에도 참여정부의 재정·조세 정책에 대한 평가와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에 대한 내용 등이 포함됐다. 동북아시대 구상과 한미 FTA에 대한 평가도 담겨있다.
 
이 책의 저자 중 한명으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서문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보고서를 꼼꼼히 읽었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했고, 장관과 외부 전문가들이 모인 회의에서 민주적 토론 과정을 통해 정책을 확정했다”며 “특히 경제분야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고 회고했다.
 
이밖에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강철규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이동걸 동국대 초빙교수,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김수현 서울연구원장,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전문위원 출신인 김양희 대구대 교수 등이 이 책을 출간하는데 힘을 보탰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참여정부에서 경제철학, 공정거래, 금융, 재정·조세, 부동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6개 분야의 정책 입안과 집행에 참여했던 6명의 학자가 쓴 저서가 나왔다. ‘경국제민의 길-참여정부 경제의 겉과 속’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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