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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졌던 덕수궁 정기, 78년만에 다시 살아나
일제 잔해 없애려 국세청 남대문 별관 철거, 통감관저터에도 '거꾸로 세운 동상' 자리해
2015-08-20 14:20:00 2015-08-20 14:20:00
일제가 78년전 덕수궁의 정기를 끊으려 지었던 국세청 남대문 별관이 헐리고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남산 인근 한국통감관저 터에는 '거꾸로 세운 동상'이 세워져 '국치(國恥)'의 의미를 남기게 된다.
 
서울시는 20일 오후 3시 국세청 별관 임시광장에서 기존 국세청 별관을 철거하고 시민광장 개장을 알리는 행사를 가졌다.
 
국세청 별관은 일제가 1937년 덕수궁 궁역을 축소한 자리에 조선총독부 체신국 청사로 지었던 건물로 75년만에 허물어져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시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잔재를 없애기 위해 올해 4월 철거에 돌입, 현재 23개의 기둥만이 남아있다.
 
철거 후 국세청 별관에 가렸던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대성당이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고, 덕수궁, 서울도서관, 서울시의회 등 세종대로 일대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시는 이 터의 지상부에는 시민광장, 지하부에는 덕수궁 지하보도와 연결되는 시민문화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현재 현상설계공모를 진행 중이다.
 
또한, 시는 1910년 8월 22일 조선통감부관저에서 한일합방 조약이 체결된 지 105년 만인 오는 22일 남산 북쪽 기슭 한국통감관저 터에 '거꾸로 세운 동상'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공개한다.
 
이 동상은 1904년 한일의정서와 한일협약, 1905년 을사늑약 체결에 앞장서며 남작 작위까지 받았던 일본의 외교관 하야시 곤스케 동상의 판석 3점을 활용해 제작했다.
 
광복 이후 곤스케 동상은 파괴되고 통감관저도 철거됐으나 그동안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하다 2006년 남산 기슭에서 '남작하야시곤스케군상'이라고 쓰인 동상 좌대 판석이 발견되면서 관저 터의 정확한 위치가 확인됐다.
 
시는 통감관저 터에 남아있던 하야시 곤스케 동상의 잔해를 거꾸로 세워 경술국치의 치욕을 기억하고 광복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기 위한 상징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남원준 시 복지본부장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데도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20일 철거돼 시민광장으로 78년만에 환원되는 국세청 남대문 별관. 사진/서울시
오는 22일 시민들에게 공개될 한국통감관저터 '거꾸로 세운 동상'.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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