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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스토리)위안화 강세에 대한 배신…그 대가는
2015-08-20 14:29:52 2015-08-20 17:27:50
 
금융과 종교의 공통점은 신뢰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의 장이라는 것이다. 시장을 구성하는 자산과 부채의 복잡한 구조는 신뢰라는 토대 위에 묶여있다. 그러나 종교와 달리 금융시장에서의 믿음은 종종 실수였음이 드러나기도 한다. 우리는 최근 그런 순간을 경험했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하를 단행한 순간이다.
 
위안화 강세에 대한 믿음 무너뜨린 '중국'
 
중국 경제는 선진국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위안화 가치를 올리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 시장의 오랜 믿음이었다. 중국 당국도 위안화를 달러에 연동시키면서 서서히 가치를 끌어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때문에 지난주 중국 인민은행이 환율개혁이란 이름으로 위안화가치를 대폭 절하한 결정에 시장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차적으로 위안화 절하는 세계적인 환율 전쟁을 유발하고 디플레이션을 이끌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저변에 깔린 더 큰 위협은 위안화 절하가 처치 곤란할 지경에 이른 중국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다. 금융위기 이후 달러 약세와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은 중국 투자에 열을 올렸다.
 
중국은행이 미국보다 더 높은 금리를 지불했고 특히 그림자금융은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안화 강세 기조로 보너스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많은 글로벌투자자들은 10%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중국 대출에 몸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도 해외대출은 매력적인 자금확보처였다. 해외에서 자금을 빌리면 금리가 낮은데다 위안화 상승으로 채무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내부에서 대출이 살아나지 않아도 기업들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중국 내 비금융부채는 국내총생산의 250%인 데다 이자 부담도 GDP 대비 11%에 달하고 있으니 해외에서의 대출이 당국 입장에서도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었을 것이다. 결과는 통계가 말해준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세계은행의 중국 달러화대출은 2012년 말 1000억달러에서 2013년 중반에는 6500억달러로 불었다. BIS는 그때 이미 중국기업이 해외 자회사를 통해 해외에서의 차입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런 종류의 차입은 국가 통계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로 구분되어 종종 오해를 사고 있다고 꼬집었었다.
 
부풀린 통계와 핫머니 유입..위안화강세 '배경'
 
무역금융도 외화차입의 원천이 되었다. 위안화 강세를 예상하는 중국 기업은 수출 송장을 위조하는 방법을 통해 중국 본토에 달러를 비밀리에 들여왔다. 이러한 관행은 주로 홍콩 자회사를 통해 시행되었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의 통계에 기록되는 홍콩 수출액은 홍콩의 통계에 기록된 본토에서의 수입액을 항상 크게 웃돌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장지웨이 노무라홀딩스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수출지표가 가짜라는 증거"라며 "중국으로부터의 단기성 투자자금이 유입된 것이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현재 거액의 외채를 안고 있다. 중국은 겉으로 보기엔 순채권국이지만 모건스탠리 파트너십에 따르면 총 대외부채는 5조달러를 웃돌고 있다. 이는 3조70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외화 보유액을 웃도는 규모다. 그런데 심상치 않았던 게 최근 몇 달 동안 거액의 자본유출이 있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추정에 따르면 2분기 중국의 자본유출금은 2240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 전망에 따라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급감하면서 외국은행의 중국 대출이 급감한 것이다. BIS에 따르면 지난 1년간 2500억달러나 줄었다고 하니 이 때부터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중국이 직면한 또 다른 위협은 유동성 고갈이다. 인민은행은 관리환율변동제를 시행하는 동안 자본유출이 발생하면 외화 보유액을 팔고 위안화를 매입해야만 한다. 문제는 인민은행이 외화 보유액을 소진하게 되면 중국 내 기업의 자금조달은 어려워질 것이다.
 
벌써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 온 중국 기업과 부동산 기업은 자산과 부채의 불일치에 직면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론 인민은행이지급준비율을 더 낮출수는 있다. 그러나 부족한 유동성을 당국이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기는 잘못된 공식적인 믿음이 무너질때
 
역사적으로 금융위기가 준 교훈은 잘못된 공식적인 믿음'으로 인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일본의 1980년대의 버블 경제는 땅값이 상승할 것이란 믿음 위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 믿음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일본 금융시스템은 경제 전체와 함께 무너졌다.
 
마찬가지로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회의 의장이 지속적으로 되풀이했던 주장은 미국 주택가격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였다. 이 공식적 믿음이 서브프라임 위기를 초래했다.
위안화는 계속 오를 것이란 신념 또한 잘못된 믿음 중 하나일 수 있다. 아직 그 결말을 예상할 수는 없지만 역사를 통해 교훈을 짚어본다면 위기는 금융시장의 깊은 믿음이 배신당할 때 시작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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