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에 소재한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정유와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가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 24일 배럴당 5.3달러로, 전주 대비 0.5달러 하락했다. 복합정제마진은 올 초 반등에 성공해 지난 3월 평균 배럴당 9.4달러대로 최고점을 찍은 뒤 7~8달러대로 안정세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달 초 배럴당 6.1달러대로 하락한 뒤 3주째 5달러대로 내려앉으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정제마진은 원유 1배럴을 공정에 투입했을 때 공급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의미하며,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통상 3~4달러대를 마지노선으로 본다.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 척도가 되는 에틸렌 스프레드도 최근 급락세를 타고 있다. 지난 24일 기준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612달러로, 전주에 이어 톤당 6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에틸렌과 원료인 나프타 간의 가격 차이로, 수치가 클수록 업체들이 얻는 수익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는 톤당 400~500달러대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 4월부터 석달 간 톤당 800달러대를 찍으며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이달 들어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정유와 화학업계의 주요 수익성 지표가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은 수요가 근본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호실적의 배경은 '저유가 지속'과 업체별 정기보수에 따른 '수급불균형' 등으로 압축된다. 일시적 요인으로 수요가 회복됐을 뿐, 구조적으로는 여전히 위기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판단이다. 정제마진과 에틸렌 스프레드가 역내 정기보수 전후 소폭 등락하고 있는 점도 수요가 불안정하다는 방증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문제는 하반기 들어 세계 경기가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과 중국 증시 폭락 등이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은 정유·화학이 대표적인 경기민감 업종이기 때문이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점어설 정도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특히 최근 중국 거시경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당분간 업황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허수영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롯데케미칼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일단 다음 달까지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이 세계 경제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8월 이후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유업계 역시 하반기 전망을 불투명하게 내다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1분기 실적발표 뒤 실적 회복에 대해 '알래스카 여름'에 비유하며 일각의 낙관론을 경계한바 있다. 저유가로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과잉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전제됐다.
이에 각 업체들은 지난 2분기 최대 분기 영업이익 달성에 대한 축배 대신 위기 의식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철길 사장은 최근 임직원 대상 세미나에서 "정유업계의 실적 호조는 오히려 '달콤한 독약'이 될 수 있다"면서 "국제유가 등의 일시적 개선에 일정 부분 우리의 구조적 대응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근본적인 대응 노력을 지속하자"고 주문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도 실적발표 직후 "에틸렌 수급 불균형에 따른 반사이익 등 외부 요인도 반영돼 있다"면서 "지금의 성과에 자만하지 말고 더욱 철저하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는 세계 경제와 시황 자체가 안갯속에 빠져 상반기 대비 수익성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대내외 위기상황에 대한 선제 대응 여부에 따라 업체 간 성적이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