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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폭증 수수방관…부작용은 차기 정부로
박근혜 3년 분양물량, 이명박 5년과 맞먹어
2015-06-24 15:06:35 2015-06-24 15:13:45
주택공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건설·부동산을 관장하는 국토교통부는 상황을 낙관하며 방관하고 있다. 현재 착공·분양 물량이 2~3년 후 입주로 현실화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 급증에 따른 부작용은 이번 정부 임기 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책임은 자연스럽게 차기 정부가 짊어져야 하는 모양새다.
 
24일 국토부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1~5월 전국 주택 착공실적은 22만321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6% 증가했다. 분양물량 또한 17만202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5.7% 늘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착공은 60만가구, 분양은 40만가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1~2년 후 착공 또는 분양물량으로 전환될 주택 인허가실적은 22만697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8% 증가했다.
 
주택공급곡선은 이미 지난해부터 가파른 증가세를 그렸다. 인허가실적은 51만5000여 가구로 전년 보다 17.1% 늘었으며, 2014년 착공은 50만8000여 가구, 분양은 34만5000여 가구로 각각 전년 대비 18.3%, 15.4% 증가했다.
 
주택공급량을 알리는 모든 지표가 빠르게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국토부는 시장에서 소화가능한 범주 내에 있다고 판단,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일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옛날에 허가 내놓고 안 짓고 있던게 지어지며 공급과잉 걱정을 하지만 현재로서는 과잉 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걱정했는데 그래도 다 소화되고 현재로서는 (공급증가) 여파로 허가가 줄었다"고 말해 상황을 낙관했다.
 
하지만 현재 분양과 착공 물량은 존재하지 않는 주택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기 어렵다. 소비자들은 분양권과 입주권이라는 권리를 가지고 있을 뿐 실제 집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착공과 분양물량이 입주아파트로 전환되는데 통상 2~3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8년을 전후해 입주량 급증에 따른 과잉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집권이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입성하는 시기다.
 
유 장관의 낙관과는 달리 최근 주택공급 증가 속도는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 3년간 분양 예정 물량 102만1628만가구로, 이명박 정부 5년간 공급된 115만200가구에 육박한다. 부동산시장이 초호황기였던 참여정부 5년간 분양된 149만3576만가구의 77% 수준에 달한다.
 
◇박근혜 집권 3년 만에 이명박 5년 분양물량을 따라잡았으며, 초호황기 참여정부 5년의 77%에 육박하는 아파트가 분양됐다. 공급과잉이 우려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참여정부 당시 분양된 133만가구는 차기 이명박 정부에 들어 주택시장 혼란의 뇌관으로 작용했다. 특히 2008년 하반기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수도권 집값 하락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2009년~2012년 수도권 아파트값은 4.3% 하락했다. 참여정부 집권 5년 동안 49.1% 오른 것과 대비된다. 주택시장 침체에 2008년 12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16만6000가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향후 건설사 도미노부도의 원인이 됐다.
 
이 당시 전세시장은 지금과 달리 역전세난에 시달렸다. 입주량 급증에 전셋값이 떨어지며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낮아졌으나,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다툼이 계속됐다. 실제 서울 송파구 잠실 레이크팰리스 전용 84.8㎡는 2007년 12월 3억5000만원~3억7500만원 전셋값이 형성됐으나 2008년 12월 2억8500만원~3억1000만원 선으로 급락했다.
 
더 싸고 좋은 아파트로 이주하려던 세입자와 분양 잔금을 전세보증금으로 납부하려던 세입자는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집주인은 계약만료에 맞춰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주택을 처분하려 해도 집값 하락에 매수세가 사라지며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역전세 대출상품을 만들어 집주인을 지원하기도 했다.
 
더욱이 2013년 기준 주택보급률은 103.0%로, 참여정부 말 2007년 99.6%와 비교해 집이 부족한 시기가 아니다. 분양 및 착공 증가가 예상보다 크고 빠르게 주택시장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건설사는 시장이 좋을 때 존재하지도 않는 아파트를 팔며 돈만 벌면 되겠지만 세입자와 집주인은 향후 그 아파트가 현실로 나타났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최근의 공급량은 낙관만 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서고 있다. 정부는 공급 증가에 따른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해 선제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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