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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회초년생에 필요한 창의성의 본질
2015-06-15 06:00:00 2015-06-15 06:00:00
취업이 날로 어려워지다 보니 구직자들을 솔깃하게 하는 각종 일화들을 접하게 된다.
 
철도청 면접자가 기차 소리를 내며 면접장에 들어왔다가 바로 탈락했다거나 대기업 공채에서 연예인 성대모사로 면접관들을 웃겨 합격했다는 등 사연도 가지가지다. 내게 상담을 청해 오는 젊은이들은 이런 에피소드에 웃으면서도 헛헛한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고.
 
창의력 있는 인재를 뽑겠다면서도 '튀는' 인물들은 거부하는 기업들의 진짜 인재상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실제로 창의적인 표현과 당황스러운 태도는 백지 한 장 차이다. 우리는 말로만 들어서는 앞서 거론한 기차 흉내와 성대모사의 차이점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하지만 누군가를 고용하는 입장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조직에서 원하는 창의성의 의미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기업들의 가장 큰 목적은 생존이다.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인재는 가장 뛰어난 사람도, 가장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도 아닌, 가장 '안전한' 사람이다.
 
그들이 원하는 창의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피카소나 스티브 잡스가 갖고 있던 종류의 창의력이 아니라, 눈앞의 과제들을 어떤 변수에 맞닥뜨리든 완수할 수 있는 '문제해결능력'인 것이다.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원하던 회사에 들어간 후배는 몇 년 후 면접관이었던 상사에게 왜 자신을 선택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는 학벌, 영어성적, 경력 등 어떤 면에서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나은 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 상사는 이렇게 간단히 대답했다. "000씨가 함께 일하기 좋을 사람 같아서요." 그 후배는 흔히들 말하는 스펙은 없지만 신입으로 입사를 하기 전 여러 계통에서 사회 경험을 쌓은 사람이었다.
 
면접관은 일을 하면서 만나는 여러 장애들을 재치 있게 빗겨나갈 수 있는 능력을 더 높게 샀고, 그걸 갖고 있는 후배를 알아본 것이었다. 그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던지 후배는 회사에 잘 적응해 제법이라는 소리 들으며 십 년 가까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 후배가 갖추고 있던 것이 바로 문제해결능력, 즉 조직에서 원하는 종류의 창의력이었던 것이다.
 
이쯤 되면 각각 기차와 연예인 성대모사를 했던 청년들의 차이점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무엇을 흉내 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맥락에 맞는 행동이었느냐가 변수였던 것이다. 적어도 기업, 넓게는 조직이라는 틀 안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신참이라면 창의성을 억누르는 기업문화에 그저 어리둥절해할 게 아니라 그 속성을 이해하고 적응해야 할 것이다. 조직에서 감당할 수 없는 종류의 창의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밖으로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 역시 조직에서 쫓겨나고 나서 앞으로 수세기 동안 회자될 창의적인 결과물들을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이런 창의성은 어떻게 하면 길러지는 것일까? 그저 타고날 수 밖에 없는 천부의 영역일까, 아니면 열성적인 부모를 만나 유아시절부터 영재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일까? 둘 다 틀렸다.
 
어떤 종류건 풍부한 경험을 하고 그 상황에서 자신의 태도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습관을 들인 사람들이 그런 종류의 창의력을 갖추게 된다. 꼭 조직에 들어가기 위한 방편으로서만이 아니라 이런 태도는 평생을 두고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된다.
 
많이 접하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행동하는 것. 가장 기본적이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소홀히 하는 것들이다. 질러가든 돌아가든 자신이 선택한 길을 자신의 힘으로 간다면 필요한 종류의 창의력이 필요한 만큼 길러진다. 그리고 그렇게 준비된 이들은 반드시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길을 갈까 하는 고민보다는 먼저 길을 걸으며 자신만의 창의력을 키우는 젊은이들이 많아져야 할 때다.
 
남인숙 작가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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