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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독살혐의 '징역18년' 주부, 대법원에서 '무죄'
유일 증거 피해자 진술 신빙성 의심
2015-05-27 06:00:00 2015-05-27 06:00:00
연인 관계였던 남성이 술을 마시다 취하자 농약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중형을 선고받은 40대 여성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모(49·여)씨에 대해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과 1심이 채택한 증거 중 유죄 인정의 가장 유력한 증거는 자살이 아니라는 피해자의 진술인데, 그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의심할만한 사정이 다수 존재한다"며 "자살이 아니라는 피해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과연 '피고인이 이온음료 피티병에 미리 준비해 둔 그라목손 농약을 피해자 몰래 유리잔에 따라 마시게 해 살해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의 범행 당시 및 범행 전후의 정황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의심할만한 뚜렷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다"며 "유리잔에서는 피해자의 지문조차 검출되지 않았고, 사건 직후 촬영된 현장 사진에 의하면 오히려 유리잔에 농약이 가득 채워져 있는 등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물증이 매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온음료 피티병에 피고인의 지문(1점)이 발견되기는 했으나, 농약의 출처로 의심되는 그라목손인티온 500㎖ 농약병에서는 피고인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피티병에 피고인의 지문이 묻어 있다는 사정은 피고인이 이를 만졌다는 것을 의미할 뿐 피해자가 만지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단정 짓기 어렵고 술인 것처럼 피해자를 속여 유리잔에 따라 마시게 했다는 사실까지 추론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부 박씨는 연인관계에 있던 오모(59)씨와 함께 지난 2013년 11월 충남 아산시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술을 마시던 중 오씨가 취하자 미리 준비한 그라목손 농약을 몰래 오씨가 마시던 유리잔에 따라 건네 독살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 재판부는 오씨가 죽기 전 중환자실에서 경찰 등에게 남긴 진술과 오씨가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박씨에게 차갑게 대한 사실 등을 고려해 박씨의 유죄를 인정,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에 박씨가 무죄를 주장하며 상고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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