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주가 향방은?
"지배구조 개편 시너지 기대"…양사 주가 상한가 직행
2015-05-26 15:54:21 2015-05-26 15:54:21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축인 제일모직(028260)삼성물산(000830)이 오는 9월부터 한식구가 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합병 결정이 시장에 얼마만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을 1대 0.3500885 비율로 흡수합병한다고 26일 밝혔다. 합병 기일은 오는 9월1일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9월15일이다. 합병 후 사명은 '삼성물산'으로 결정됐다.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하고 삼성 그룹의 창업 정신을 계승하자는 차원에서다.
 
이번 결정을 통해 패션, 식음, 건설, 레저, 바이오 등 인류 삶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 및 바이오' 선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게 두 회사 측의 설명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삼성그룹주 주가 전반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이날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는 모두 상한가로 직행했고, 삼성물산이 17.08%의 지분을 보유하고있는 삼성에스디에스(018260)는 7%에 가까운 상승폭을 보여줬다. 이 밖에 삼성SDI(006400)(3.28%), 삼성생명(032830)(1.75%) 등 다른 그룹주들도 일제히 강세 흐름을 연출했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 23.24%를 보유한 제일모직이 향후 실질적 지배권을 가진 회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병은 제일모직 측면에서 지주사 전환 체제로 가는 것을 공식화했다"며 "그룹 자체 내에서 대부분의 주요 계열사들이 제일모직 하에 모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결정은 단순히 숫자가 합쳐지는 것 외에 플러스 알파가 작용하는 것"이라며 "합병 소식이 예상보다 빨리 시장에 나와 제일모직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도 "제일모직 시가총액(22조1000억원)이 작년 말 상장 이후 순자산가치(4조7000억원)와 삼성물산의 시가총액(8조6000억원)을 크게 상회했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경우 그룹 총수 일가가 지분을 많이 보유한 제일모직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합병 법인이 삼성 그룹의 가장 중요한 비금융사(삼성전자) 및 금융사(삼성생명)를 직접 보유함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시장 기대감도 상승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행 법규상 금융과 산업을 아우르는 지주회사 전환은 불가능하다"며 "변화를 선택한다면 금융 지주회사 또는 산업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할텐데 대주주 일가의 상속세 재원 확보, 지주회사의 자회사 최소 지분 확보 등과 맞물려 단순하지 않아 규제 환경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삼성물산의 영업·자산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삼성물산의 삼성전자와 삼성SDS 지분 가치는 14조원 수준이지만, 시가총액은 8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보유 지분 가치를 밑돈다"며 "합병 법인은 삼성물산의 영업 가치 정상 인식만으로도 주가 상승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단기적인 관점에서 이번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성물산 측에서는 매수 청구권 가격이 낮아 불리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기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가액은 각각 15만9294원, 5만5767원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자산 가치가 제일모직보다 더 높은데 저평가 받은 상태에서 합병을 하게 되면 주주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며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총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이는 그룹 차원에서 얼마나 주주들을 설득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kcho@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