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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Go,Go)부처님 오신 날, 행복으로 가는 길
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 날
2015-05-21 06:00:00 2015-05-21 06:00:00
마치 두 팔을 뻗어 둥그렇게 품을 열어둔 멱조산, 그 품에 들어앉은 편안한 도량이 화운사다. 이 사찰의 주지인 선일 스님은 멱조산에 들어앉은 품이 마치 연화좌에 앉은 붓다의 형상과도 같다. 깨달음의 산이라는 '이시길리(Isigili)'산과 다름 아닌 곳에 기거하며 스님은 붓다의 도량 안에서 모든 생명이 다 행복해지기를 매일 기원한다. 삽베 삿떠 바완뚜 수키땃따(모든 생명이 모두 다 행복하여지이다). 행복은 어쩌면 신의 영역이며 신의 손길로 인도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산 품 안에 안긴 화운사의 일주문을 지난다.
 
용인 화운사 풍경(사진=이강)
 
행복으로 가는 길, 화운사 템플스테이
 
용인시 처인구 삼가동 멱조산 기슭에 자리한 화운사. 1938년에 창건돼 올해로 77년 된 비구니 사찰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2교구 본사 용주사의 말사(末寺)로, 화운(華雲)은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부처님이 설법하는 순간 꽃구름이 피어났다는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사시사철 꽃으로 가득한 절집 풍경은 흩어져 내리는 꽃잎 가운데 한 송이 꽃을 들어 가르침을 주고자 했던 붓다의 가르침을 떠오르게 한다. '꽃구름절'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봄꽃이 피어난 대웅전 앞뜰 풍경은 화사하고 아름답다. 절집은 그 규모가 크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 도량인 만큼 그 매무새가 단아하면서도 깨끗하다. 대웅전에는 2006년에 경기도 유형문화재 200호로 지정된 목조여래(아미타불, 약사여래)가 모셔져 있다.
 
템플스테이 체험공간이 신축되는 공간을 지나니 요사채가 보이고, 천천히 꽃 계단을 오르니 대웅전 앞뜰과 법당, 숲길 사이사이에 오색 연등이 걸려있다. 곳곳에 매달린 연등의 '행복으로 가는 길, 화운사'라는 문구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공중에 매어달린 연등은 대중의 영원한 꿈인지도 모른다. 삽베 삿떠 바완뚜 수키땃따, 삽베 삿떠 바완뚜 수키땃따. 스님들의 독경 소리를 따르는 이들의 목소리가 고요한 경내에 청아하게 울려 퍼진다.
 
주말을 맞아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템플스테이에 참여하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은 평화롭고 행복하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어쩌면 이미 그들의 마음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두 손을 가지런히 차수하고 경내를 거니는 파란 눈의 외국인 체험객들과 나무 그늘 아래 가부좌를 틀고 마음바라기를 하는 이들의 모습에도 눈길이 머문다.
 
화운사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외국인 학생들의 모습(사진=이강)
 
이틀 동안 한국외국어대, 경희대 등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교환학생들이 화운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며 우리 불교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 화운사의 위치가 도심에서 멀지 않고 교통편이 수월해 수도권 시민들과 우리 불교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외국인 체험객들이 화엄사를 자주 찾는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버스를 이용할 경우 한 시간 반 남짓이면 사찰 바로 앞의 정류장까지 도착할 수 있어 접근이 용이하다. 또 한 가지, 이들 푸른 눈의 외국인이 화운사 템플스테이를 선호하는 이유는 주지 스님인 선일 스님과 외국인 템플을 지도하는 체험담당 지도사 디미트라 게이트(Demetra E. Gates) 씨가 모든 프로그램과 일정을 영어로 진행해 소통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원전불교를 공부한 선일 스님은 타지에서 공부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인 체험객들에게 다소 생경할 지도 모를 불교문화를 좀 더 쉽게 전하기 위해 이러한 교육시스템을 갖추었다.
  
외국인, 어린이도 말이 통하는 템플스테이
 
이러한 까닭으로 우리의 불교문화를 직접 체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외국인 학생들이 화운사 템플스테이를 자주 찾는다. 이 밖에 화운사가 종단 최초의 비구니 스님 영어전문 교육기관인 조계종 국제불교학교를 지난 2011년 3월 개원해 올 2월까지 운영해 왔다는 점도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을 이곳으로 이끄는 데 영향을 미쳤다. 국제불교대학은 지난 2월 마지막 졸업생을 끝으로 동국대 경주 캠퍼스 국제불교문화사업학과 석사과정으로 전환되었지만, 화운사는 2년여 동안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 불교교리와 템플스테이 운영, 해외사찰경영 등의 수업을 진행하며 자유자재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스님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해 왔다.
 
특히 이는 비구니 수행도량을 만들겠다는 꿈으로 일생을 참선 정진하며 화운사의 면모를 갖추고자 했던 월조 지명 스님의 공덕에 그 뿌리가 있다. 비구니계의 원로이자 화운사 2대 주지였던 지명 스님은 1962년부터 선·교를 수레 양측 바퀴에 비교하며 수행과 교학을 모두 중시했던 선지식이다. 스님은 비구니계 1962년 화운사 주지를 맡은 이후 재단법인 능인학원을 설립하고, 강원 등을 개설해 비구니 후학 양성에 심혈을 기울였던 선지식인으로 지난 2013년 12월 입적하였다.
 
화운사 템플스테이(사진=이강)
 
화운사는 이제 다른 사찰과는 다른 특징으로 템플스테이에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대한불교 조계종 사찰 가운데 유일하게 산스크리스트어 원전으로 불법을 공부한 선일 스님이 주지로 불법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동안 국제불교학교 등을 운영하고 국제 포교 등에 앞장 서며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이 청소년과 외국인이 편안한 템플스테이를 운영해 나아가고 있다. 그 중 화운사의 가장 큰 매력은 어린이와 외국인들과 말이 통하는 사찰이라는 것이다. 현재 화운사에서는 수도권 인근의 청소년 리더십 템플스테이와 '놀아봐! 꿈꿔봐! 어린이 템플스테이'를 열고 있으며, 예불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나, 어린이 등 초보자라도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도록 운영방식을 참가자 위주로 배려하고 소통에 관점을 두고 있다.
 
"저희 사찰에 찾아온 체험객들이 가장 편안하게 불교문화를 접하고 체험할 수 있게 합니다. 또 외국인 참가자들이 원어민 지도사의 설명과 안내에 따라 좌선과 걷기 명상, 발우공양, 연등 만들기, 108배 기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한국의 불교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선일 스님은 외국인 체험객들이 합장, 묵언과 차수 등의 기본 예법을 배우고,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테마로 운영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문화를 온몸으로 직접 체험하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외국인 참가자들이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선일 스님은 매일 새벽 예불마다 낭송하는 자애경 멧따 발원문으로 모두가 행복하여지기를 기도한다. "숨 쉬는 것이라면 무릇 모든 생명이 다 행복하게 될 것입니다." 행복으로 가는 길, 화운사에서 만날 수 있다.
 
이강 뉴스토마토 여행문화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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