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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인수전 지켜보는 박찬구..복잡한 속내
"안타깝지만..경영 잘하는 사람이 가져가야"
2015-03-27 14:16:05 2015-03-27 14:27:10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좀 지켜봅시다."
 
26일 오전 7시20분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한국석유화학협회 정기총회 참석차 호텔을 찾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사진)을 따로 만났다. 
 
금호산업 인수전에 대해 거듭 질문을 던졌지만 "지켜보자"는 답변만 돌아왔다. 속내가 무척 복잡해 보였다. 씁쓸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호남을 상징하는 명문 금호家의 간판이 남(호반건설)의 손에 넘어갈 지 모르는 상황에까지 직면한 것은 그에게는 분명 '충격'이다. 반면 이런 지경으로 내몬 형(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대한 '원망'도 지우질 못했다.
 
그러면서 그의 입을 통해 나온 반문. "경영 잘하는 사람이 가져가는 게 낫지 않겠어요?" 이 한마디에서 그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박 회장은 그간 계속해서 형인 박삼구 회장을 실패한 경영인으로 규정했다. 대한통운과 대우건설 등을 무리하게 인수해 그룹 전체를 유동성 위기에 빠트렸다는 게 그의 주장 골자다.  
 
진심을 읽기 위해 질문 하나를 추가했다. 형의 구원투수로 나설 의사가 없는지를 묻자 "안타깝다. 상황을 지켜보자"면서 질문 의도를 피해갔다.
 
일단 금호석화 측의 공식입장은 없다. 그저 신중하게 상황만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12.6%를 쥐고 있는 2대 주주다. 하지만 전해지는 말을 통해 읽을 수 있는 본심은 단순 관망론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금호산업 인수전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자초한 일"이라면서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을 인수해 아시아나항공이 잘 된다면, 2대 주주로서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도움도, 재도 뿌리지 않겠다는 얘기다.
 
동생의 관전 앞에 박삼구 회장은 최대 기로에 서 있다. 금호산업의 인수합병(M&A) 작업이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면서 순탄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20위의 중견 건설업체로 추락했지만,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가진 최대주주이자 사실상의 지주사다.
 
아시아나항공은 또 다시 에어부산(지분율 46%)과 금호터미널(100%), 금호사옥(79.9%), 아시아나개발(100%), 아시아나IDT(100%) 등을 거느리고 있다. 금호산업을 손에 쥐면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함께 따라오게 된다. 사실상 금호타이어만 빼고 그룹 전체를 손에 쥐게 되는 것과 같다.
 
이로 인해 인수전도 과열되고 있다. 금호산업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은 최근 지분 매각 입찰적격자로 호반건설과 MBK파트너스, IBKS-케이스톤 컨소시엄, IMM PE, 자베즈파트너스 등 5곳을 선정해 통보했다. 한때 신세계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재계가 발칵 뒤집혔지만 롯데 견제작전으로 드러나면서 그 충격은 가셨다.
 
재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입찰적격자 중 유일한 전략적투자자인 호반건설의 2파전으로 보고 있다. 일단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삼구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는 입찰적격자 중 최고가를 통보받고, 이보다 단1원이라도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금호산업을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다. 상대의 패를 보고 결정을 내리면 된다.
 
문제는 돈이다. 당초 큰 경쟁자로 보지 않았던 호반건설의 인수 의지가 상당하다. 1조원대의 자금도 동원 가능해 보인다. 반면 박 회장의 현금동원 능력은 호반건설에 비해 빈약하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때문에 사돈가인 대상과 박삼구 회장의 광주제일고 후배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설 지에 주목된다. 결국 남의 힘을 빌려야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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