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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찬구 형제, 정면충돌 피했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 "금호석유화학 보유 아시아나항공 주식매각이행청구소송 항소 포기"
2015-01-29 10:30:51 2015-01-29 12:03:47
◇지난 2013년 9월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클라크 박 여사의 장례식장. 박종구 폴리텍 이사장(왼쪽부터),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주식매각이행청구소송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론내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9일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주식 12.6%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끌고 있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010년 2월 계열회사들을 상호 분리 독립 경영하고, 박삼구 회장이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주식과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등을 매각해 계열 분리하기로 채권단과 합의했다. 이에 따라 박삼구 회장은 합의 직후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이듬해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완전 매각했다.
 
반면 박찬구 회장 측은 현재까지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 금호석화 관계자는 "채권단인 산업은행과의 합의서는 금호그룹이 워크아웃(금호석유화학은 자율협약)에 들어갈 당시 채권단이 지배주주들에게 사재를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면서 박삼구 회장 측의 요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금호석유화학이 수년째 같은 입장을 고수하며 버티기에 돌입하자 금호산업은 지난해 4월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매각하라는 주식매각이행 소송을 제기했다. 채권단이 맺은 합의서의 이행을 촉구한 것.
 
이 과정에서 지난해 열린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는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양측의 갈등을 재점화하는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다.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 주총장에서 "금호산업의 의결권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직후 진행됐기 때문이다.
 
일단 법원은 박삼구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제21민사부(부장판사 전현정) 재판부는 "원고인 금호산업과 피고 금호석유화학 사이에 아시아나항공 주식양도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볼 증거가 없다"며 "주식양도에 대한 계약 당사자 간의 일치된 의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금호가(家) 형제의 갈등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박삼구 회장 측은 항소는 포기했지만, 여전히 주식매각을 이행하라는 요구는 굽히지 않고 있다. 대신 여론전으로 전략을 틀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식은 사업적 연관성도 없고, 사업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조속히 매각할 것"을 주장했다. 이어 "금호석유화학의 본연의 사업에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므로 박찬구 회장은 채권단과 합의한 대로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매각하는 데 협조해 주기를 촉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항소 포기에 환경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앙금을 드러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주총에서 정당한 이의 제기에 대한 물타기식 대응이었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기 때문에 항소 포기는 당연한 것"이라면서 "무리한 소송을 한 것 자체가 워크아웃 상태에 놓인 기업으로써 순리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찬구 회장 측은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지분의 처분은 주주와 회사를 위해 기업가치 훼손을 막고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 입장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내비친 것.
 
금호가 형제간 갈등은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박삼구 회장이 동생인 박찬구 회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6조6000억원을 들여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한 것이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
 
대우건설 인수 금액은 당시 주가 대비 197%에 달할 정도로 과도해 금호그룹의 부실을 촉발시키면서 양측은 경영권 분쟁을 벌이게 된다. 대한통운 인수까지 이어진 무리한 확장은 결국 그룹 전체를 뒤흔드는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였다.
 
이어 지난 2011년 금호석유화학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계열에서 제외해 줄 것을 신청하는 등 독자행보를 예고하며 형제는 완전히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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