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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참된 가치를 전하는 곳, <문화희망우인>
사회적 기업
2015-03-20 14:54:00 2015-03-20 16:03:13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오는 말이다. 첫사랑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아직 첫사랑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을 안겨주며 대한민국을 첫사랑 앓이에 빠트리게 만든 영화이다.
 
첫사랑만이 의미있고 아련한 추억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훗날의 우리 후손들에게 웃으며 ‘그땐 그랬지’하며 웃으며 얘기해줄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한 개인의 삶이 한 사람의 역사이고 이것들이 모여 시대를 비춰줄 수 있는 거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 그런 시대를 비춰주는 역사와 문화를 활성화 시키고 사람들이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단순히 앎에서 그치지 않고 개인의 삶과 시대를 돌아보며 올바른 방향으로 인생을 개척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즐겁게 일하고 있는 ‘문화희망우인’의 김도현 대표이다. 최근에 역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내심 기뻐하면서도 단편적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김도현 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문화희망우인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네, 안녕하세요? 저도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저희는 문화재를 활용하고, 이와 관련하여 콘텐츠를 기획하고, 강좌를 양성하고 이러한 것들을 토대로 문화유적지를 직접 탐방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문화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고, 그 연장선상에서 역사와 관련된 부분도 많이 맡고 있습니다.
 
◇사진=바람아시아
 
이름을 문화희망우인이라고 지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백범 김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원하는 나라는 문화가 가장 발달한 나라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지금에 와서 보면, 굉장한 혜안을 가지신 겁니다. 현재는 이런 문화를 토대로 다양성을 가지고 여러 가지 분야에서 발전시킨 나라가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역사나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것이 더 피부에 와닿고 있고요. 때문에 제가 지금 하는 문화가 앞으로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믿음과 확신으로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우인’은 한자 ‘이우보인’의 줄임말로 더불어 함께 가자는 것을 뜻합니다.
 
참으로 유익한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그럼 혹시 이 일을 하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가치가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일보다는 사람 중심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 왔습니다. 복지를 마땅히 받아야 하는데,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많이 봐왔고 그런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역사문화 강사로 출발했고,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자원봉사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궁궐 안내를 비롯한 활동도 많이 했고요.
 
이런 게 누적되면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그게 제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결심들을 바탕으로 이왕이면 제가 하는 일이 사회전체에 기여를 하여 같이 더불어 살 수 있는 가치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힘들 때도 있지만, 많은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면서 재미있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역사’가 많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역사,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인 만큼 지금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남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붐이 일고 있죠. 지금까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많은 분들이 잊고 살아왔는데, 최근 한류로 인해 전세계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알리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우리를 소개할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게 된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해외에 나갈 기회도 많이 생겼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해외의 다른나라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많이 물어보고 특히 역사를 궁금해하는데 정작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도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들을 스스로 경험하고 느끼면서, 자신들의 뿌리와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역사로의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다양성 측면에서 얘기하자면, 드라마, 영화, 책 등으로 역사가 재조명 받으면서 자연스레 대중들이 호기심을 갖고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고 봅니다. 물론, 이렇게 역사를 대중화시키기 위해 노력하신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거였고요.
 
최근 역사교육이 많이 강조되고 있긴 하지만,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엄연한 현실인데요. 이 일을 하시면서 그런 씁쓸함을 느꼈던 적이 있나요?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정말 실제로 제가 경험했던 일인데요. 제가 탑골공원 앞에 서있었습니다. 근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커플이 옆을 지나가는데 여학생이 남학생한테 이곳이 무슨 곳인지를 물었어요. 그러자 남학생이 “노인분들이 많은 거 보니, 실버타운 곳인가”라는 얘기 했어요.
 
저런...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이게 역사에 대한 우리나라의 현주소라는 생각에 많이 씁쓸했습니다. 일제 식민지 시대 때 이곳에서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만세운동을 하던 곳인데 그걸 모르고,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마음 편치 않았었습니다.
 
역사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고, 삶을 배우는 건데, 저와 제 윗세대들은 대가족이어서 어른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접하고 배울 수 있었던 것들을 요즘은 핵가족화 되어 있다보니 배울 수 없게 되잖아요. 역사라는 것이 흐르는 것인데 그 흐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쩌나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그런 걱정과 염려 때문에 이 일을 하시는 건데, 일을 하시면서 반대로 뿌듯한 경험도 많이 느끼셨을 것 같은데, 특별히 뭐 기억에 남는 건 없으신가요?
 
사실 뿌듯했던 경험이 훨씬 더 많습니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하다가) 하나 꼽자면 라이어 게임즈라는 회사와 제휴를 맺고 롤플레이어들과 같이 한국문화유산탐방을 했었습니다. 성균관에 가서 조선시대 선비들이 책을 묶어 만든 것을 체험하는 것과 같은 활동들을 했었습니다. 게이머들한테 직접 신청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이게 잘 될까 하는 걱정이 많았었습니다. 편견일 수도 있는데, 게이머들이다 보니 이런쪽에 관심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막상 뚜껑을 열어 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사진=바람아시아
 
왜요? 예상한 것 그 이상으로 신청한 사람들이 별로 없었나요?
 
아닙니다. 그 반대였습니다. 정말 많은 참가자들이 신청을 했습니다. 이걸 30명정도가 하는 건데, 300명이 넘는 게이머들이 신청을 자발적으로 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가 신청을 받았는데 수가 많다 보니 오히려 고민을 거듭하며 참가할 인원을 뽑는 일이 생긴거죠.
 
저희도 놀랐고, 라이엇 게임즈 담당자도 정말 많이 놀랐었습니다. 어쨌든 정해진 30명을 뽑기 위해서 신청한 이유를 적게 해서 그걸 바탕으로 뽑도록 결정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 담당자가 하나 하나 꼼꼼히 읽어보고 30명을 선발했는데 이런 게 반응이 뜨거울 거라고 전혀 예상을 못했는데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걱정하셨는데, 오히려 많이들 신청해주셨으니 충분히 그러실 것 같네요.
 
맞아요. 그리고 그렇게 뽑힌 30명이 모두 진지하게 참여를 해주셨고, 그래서 그때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저도 저지만, 참가하신 분들도 보람차고 굉장히 유익했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참 뿌듯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느끼신 게 있나요?
 
긍정적인 면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 이름처럼 희망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감도 들었고 이런 유익한 일에 동참하고 싶어하시고 실제로 하시는 분들이 많구나 하는 걸 느껴서 더 의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의욕적으로 열심히 일하시다 보면 이렇게 역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서 여러 가지로 긍정적인 면이 많을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탐방도 같이 하고, 문화도 소개시켜 주는 등의 기획된 행사를 하면 단순히 역사적인 지식을 전달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요하고 공유해야 하는 가치들을 과거로부터 끌어들여서 현재와 미래에 담아 내서 전해주고 있거든요. 이것이 역사를 배워야 하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고요. 단편적인 지식은 인터넷에 검색해도 충분히 얻을 수 있긴 하지만, 사람을 통해서 들으면서 사실 뿐 아니라 연속성을 가지고 그 흐름을 듣고 이를 통해 삶의 교훈을 얻고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있는 것이죠. 기계가 발달하고 있지만, 이러한 것들이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도 역사지만, 문화 관련 일도 하고 계시잖아요. 문화에 관해서도 하시고 싶은 이야기는 없으신가요?
 
어느 것이든, 문화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같이 있는 것이니까 고르게 알아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에 설날이었는데, 이렇게 명절 때 부모님 손잡고 궁궐 같은 곳을 구경하면서 민속놀이 체험하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문화는 계속 그 전통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문화라는 것에는 조상의 삶의 터전이 담긴, 전통이 있는 것이니까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다 느끼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콕 집어서, 어느 문화를 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예전에는 흔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게 있는데, 이게 옛날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뭔데요?
 
편지입니다. 편지 자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굉장히 긴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거기에 쓰인 글들로 인해 마음과 마음이 소통할 수 있게 해주어서 정을 느낄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한글이 발명되면서 편지가 일반 백성들 사이에서도 많이 퍼졌는데, 한글 쓰는 것을 탐탁치않게 여겼던 양반 사대부들조차도 유일하게 한글을 사용한 것이 바로 아내와 자식들에게 보내는 편지였습니다.
 
한글로 쓴 편지를 통해 가족들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었던 것이죠. 지금 많이 남아 있는 여러 편지들도 대부분이 가족들에게 쓴 한글 편지입니다. 실제로 정조 임금이 고모한테 보낸 한글편지가 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었고요. 이런 편지들이 훈훈함을 느끼게끔 해주는 문화이고 1년 내내 부담없이 할 수 있는 것인데 최근에는 많이 사라진 것 같아서 많이 아쉽습니다.
 
저 같은 경우 어렸을 때부터 20대까지 편지를 참 많이 썼는데, 그것 자체가 여러모로 많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마음의 여유도 느낄 수 있었고, 인간관계도 긴밀해지고, 정성들여 한글자 한글자를 쓰다 보니 사색에 잠겨서, 생각하는 힘도 기를 수 있었고 의도치 않게 글솜씨도 늘리는 등 여러 장점이 있었거든요.
 
또 받는 사람입장에서는 한글자 한글자 정성에 깊은 감동을 느낄 수도 있고요. 요즘은 편지를 쓰지 않아서 이런 것들도 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정이 예전보다 많이 사라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데, 그래서 더더욱 편지가 꼭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지를 쓰면서 한번쯤은 깊이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각박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마음의 여유를 꼭 얻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일을 하시면서 최종적으로 꿈꾸시는 목표나 포부가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지금 제가 하는 일은 문화유산을 활용하고 역사와 연결시켜서 탐방 등을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한계점은 있습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잘 알고 참여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러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제가 앉아서 기다리기 보다는 사람들게 직접 찾아가고 싶습니다.
 
찾아가서 역사와 문화를 설명해서 특별하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고리타분하거나 전혀 동떨어진 것이 아닌 우리의 일상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직접 발로 뛰면서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해야 되겠죠.
 
그럴려면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해야 겠네요. 역사와 문화를 대중이 더 가깝고 친근하게 여기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말이예요. 또 그런 날이 오면, 지금은 제가 기획해서 제시하지만 그 때는 사람들이 역으로 기획해서 저희한테 먼저 다가왔으면 합니다.
 
제가 기획한 건 제 주관이 담긴 것이고 어떻게 보면 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사람들한테 그걸 강요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죠. 근데 사람들이 먼저 제시를 해주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다면, 저 자신도 그 깊이와 폭을 넓힐 수 있어서 좋고, 사람들도 원하는 것을 자발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날이 빨리 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경기에서 뛰면, 화려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기에서 빠지면 그의 공백은 명확히 드러나고, 이는 팀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힌다.”
 
대한민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에 대한 축구 전문가들의 찬사이다. 영국에서 소리없는 영웅이라는 뜻의 ‘언성히어로’라며 불리며 경기장 곳곳에서 팀을 위해 헌신하는 그를 잘 표현하는 말일 것이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이나 거스 히딩크 감독 같은 세계적인 명장들이 그를 중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받을 만큼, 멋지고 화려한 일은 하지 않지만, 미약하게나마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일하기에 행복하다는 김도현 대표. 박지성의 헌신이 맨유에 많은 우승컵을 안기고, 한국을 넘어 아시아축구 전체의 발전을 이끈 것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책임감을 갖고 세상의 유익함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그녀의 노력이 현재 불고 있는 역사열풍을 지속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그렇게 배운 것들이 이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기에 그녀는 오늘도 달린다.
 
 
박주희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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