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은 미래산업이다!)M&A로 새판짜는 글로벌시장..국내는 '무풍지대'
(창간기획)⑥정부, M&A로 역량강화 유도..구조재편 가능성
"상위사 중심 물밑 합병대상 모색 활발해져"
2015-02-22 10:00:00 2015-02-22 10: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세계 제약산업 지도는 초대형 인수합병(M&A)으로 그려졌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적극적 M&A를 통해 세계 제약산업을 선도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M&A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1조원 매출을 올리는 제약사가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세계 시장에서 국내 제약산업의 영향력이 미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자잘한 제약사와 복제약이 난립하는 우리 실정이 다시 글로벌 도약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는 제약산업을 선진화한다는 목표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M&A를 활성화해 R&D 투자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빅파마', 대규모 M&A로 글로벌화 성공
 
초대형 다국적 제약사는 1990년대 들어 대규모 M&A를 통해 성장했다.
 
화이자는 워너램버트, 파마시아와 인수합병했다. 아스트라와 제네카 그룹이 합쳐 빅파마인 아스트라제네카가 탄생했다.
 
글락소웰컴과 스미스클라인비참도 M&A를 통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라는 대형제약사로 거듭났다.
 
글로벌 수준의 제약사를 보유한 일본도 마찬가지다. 다이이찌산쿄는 산쿄와 다이이찌제약이 합병한 회사며, 야마노우치제약과 후지사와약품공업의 M&A로 아스텔라스제약이 출범했다.
 
(사진출처=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한화투자증권)
 
이들의 M&A 목적은 같다.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다.
 
신약개발은 기술집약적 사업으로 막대한 비용 투자와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하다. 신약탐색에서부터 신약이 탄생하기까지 과정을 전부 진행시키기 위해선 제약사의 덩치를 키워야만한다. 
 
지난해에도 세계 제약산업은 M&A로 들썩거렸다.
 
바이엘은 머크의 일반의약품을 인수했다. GSK는 노바티스의 백신 사업을 받는 대신 항암제 사업을 노바티스에 내줬다.
 
노바티스는 동물의약품 사업을 일라이릴리에 매각했다. BMS는 당뇨 사업을 아스트라제네카에게 팔았다.
 
초대형 다국적 제약사 간에 빅딜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세계 제약시장에서 크고 작은 M&A가 추진됐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1~9월 전세계 M&A 이슈(지분인수, 합병, 매각추진 등)는 50여건에 달했다.
 
최근에 일어나는 M&A는 미래먹거리가 될 신약후보물질 기근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초기 개발단계의 신기술이나 특정후보물질을 보유하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국내업계, 오너십·제품 중복에 '발목'..정부는 강한 의지
 
이같은 글로벌 추세와는 무관하게 국내 제약업계는 M&A의 무풍지대다.
 
2008~2014년 국내 제약기업 간 지분인수 및 M&A는 20여건에 불과하다. M&A는 신규시장 진출, 신약후보물질과 신기술 확보 차원이었고, 대형화를 위한 상위사 간 빅딜은 전무했다.
 
국내 제약산업에서 M&A가 활발하지 못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세습'을 경영목표로 하는 오너십의 제약사가 대다수이고, 너도나도 복제약을 중심으로 한 사업 구성이어서 물리·화학적 결합이 큰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정부가 '제약산업 선진화'의 한 방편으로 M&A와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보건산업진흥원)
 
정부는 2011년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며 제약사 간 M&A를 촉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정책적 지원을 받는 '혁신형 제약기업' 50여개사를 선정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혁신형 제약기업을 육성해 복제약 산업구조에서 수출과 신약개발 중심으로 구조전환하겠다는 게 큰 줄기다. 
 
제약업계는 이를 사실상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여겼다.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을 '옥석가리기'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일부에선 혁신형 제약기업 안착을 구조조정의 데드라인으로 보기도 했다.
 
한 M&A 전문가는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강력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제품라인 중복, 오너십 때문에 M&A가 활발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경쟁력 있는 중소 제약사는 M&A 대상이 되고, 나머지는 모두 도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제약산업 선진화 정책을 발표한 지 3여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선 의미 있는 대형 M&A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앞의 전문가는 "정부가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든 이후 협상과 제의, 의뢰가 활발히 오가고 있어 이전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며 "상위사를 중심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만한 후보 물색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성장동력을 상실한 상당수의 영세 제약사들이 매물로 나와 있다"며 "차별성이 없는 제약사끼리의 합병은 시너지 효과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경쟁력을 높이는 선택인지 잘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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