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엑스플러스, FI 엑시트용 무증 의혹
연속된 최대주주 변경에 오버행 우려 커져
2024-05-24 06:00:00 2024-05-31 17:07:45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엑스플러스(전 하인크코리아(373200))가 무리한 무상증자 추진으로 자본잠식률 50%를 넘어섰습니다. 회사의 자금사정도 생각하지 않고 무상증자를 추진한 것인데요. 주주들은 자본잠식에 따른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시장 일각에선 엑스플러스의 무증이 재무적투자자(FI)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옵니다. 
 
엑스플러스, 490억 자금조달 추진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엑스플러스는 49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3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며, 각각 110억원, 80억원 규모의 유증도 추진합니다. CB 300억원과 유증 110억원은 에스비케이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발행될 예정이며, 80억원 유증은 셀렉터라는 법인이 가져갑니다.
 
엑스플러스의 이번 자금조달은 지난 2월 진행된 무상증자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앞서 엑스플러스는 보통주 1주당 3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진행했습니다. 무상증자의 재원으로는 신주발행초과금(자본잉여금) 57억원가량이 사용됐습니다. 주식발행초과금은 상법상 법정준비금에 해당해 회사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돈입니다. 다만 회사 자본금의 1.5배가 되면 무증 등의 재원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무증 전까지만 해도 엑스플러스의 재무상태는 자본잠식이 우려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지난해말 전환사채(CB)의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결손금이 늘어나긴 했지만, 2022년 스팩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고 99억여원의 자본잉여금이 있었습니다. 68억원의 결손금 인식에도 작년말 기준 대주주인 A사의 자본금과 자본총계는 각각 19억원, 50억원으로 자본잠식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무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했습니다. 자본잉여금이 무증 재원으로 사용되면서 99억원이던 자본잉여금은 올해 1분기 41억원으로 줄었고, 발행주식총수가 급증하면서 19억원이던 자본금은 75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잉여금이 줄면서 자기자본은 작년말 50억원에서 올해 1분기 35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줄면서 1분기 기준 엑스플러스는 53.14% 자본잠식에 빠졌습니다.
 
자본잠식으로 엑스플러스의 자금조달도 절박해졌습니다. 자본잠식 50% 이상은 관리종목 지정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사업연도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합니다. 직후 사업연도에도 50%를 넘길 경우 상장폐지 사유가 됩니다.
 
최대주주 물량 오버행 우려
 
자본잠식 우려에도 엑스플러스가 무리한 무상증자를 추진한 배경에는 엑스플러스를 지배하고 있는 FI들의 ‘엑시트’ 전략이 꼽힙니다. 실제 엑스플러스는 무상증자 발표 직후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3거래일에도 고점 기준 27.10%올랐습니다. 무증 발표전 1057원(무증 감안)이던 주가는 2270원까지 오르며 3일새 114.76% 급등했습니다.
 
앞서 하인크코리아 최대주주였던 길상필 대표는 스팩상장 1년여만에 보유지분 전량을 외부에 넘겼습니다. 길 대표와 특수관계자 이지혜씨는 보유지분 68.5%를 A사와 니케1호투자조합, 유에스케이1호조합, 플러스나인1호조합에 넘겼고, 최대주주는 지분 24.5%를 확보한 A사가 됐습니다. 이들은 계약체결 당시 주가(6200원)의 절반 수준인 3240원 지분을 인수했습니다. 무증을 고려한 매입가는 810원입니다.
 
계약 완료후 투자조합들의 지분매각이 이뤄지면서 주가가 4000원대까지 하락했지만, 무상증자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FI들과 A사도 차익 실현에 나섰습니다. 지난 2월 유에스케이1호조합과 니케1호투자조합 등이 주당 2000원대에 장내매도했으며, A사는 주당 1080원에 보유지분을 킹다비드투자조합 외 3인에게 넘기고 최대주주에서 물러납니다. 이들의 주당 매입가(810원)을 고려할 경우 투자조합들은 최대 150%수준의 차익을 거뒀으며, A사는 33.33% 수익이 기대됩니다.
 
반년만에 최대주주 변경이 2차례 이어지면서 엑스플러스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최대주주인 A사는 보유지분 24.46%를 킹다비드투자조합, 프린스1호조합, 드림테크1호조합, 에프원(F1)투자조합 4개 투자조합에 나눠 매각할 예정인데요. 양수도 계약 이후 최대주주가 되는 것은 유증 대상자인 에스비케이인베스트먼트입니다. 투자조합들의 지분은 언제든 시장에 풀릴 수 있는 것 인데요. 주당 양수가격(1080원)이 주가(22일 종가 1770원) 대비 낮은 만큼 단기간에 매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엑스플러스는 무리한 무상증자 추진과 최대주주 변경 배경에 대해 대답을 피했습니다. 엑스플러스 관계자는 "공시된 내용 외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없다"며 "답변할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발행초과금 등 자본잉여금을 무상증자 재원으로 쓰고 난 후 회계결산 때 적자를 기록하면 바로 자본잠식으로 연결된다"면서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무증에 나설 이유가 전혀 없는 만큼 다른 목적이 있었다는 의심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엑스플러스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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