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 국회 재표결…무너진 '입틀막'
김웅·안철수·유의동 2명 '찬성'…야 "14표 더"
부결 관계 없이 표 이탈 땐 윤 장악력 '흔들'
2024-05-24 16:12:41 2024-05-27 15:43:33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겨눈 일명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사망사건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또다시 오릅니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가로막힌 채상병 특검법이 '재의결이냐, 부결이냐'의 갈림길에 선 셈입니다. 현재로선 부결 가능성이 큰데요.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이 폐기되더라도 22대 국회 개원 즉시 이를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재의결에 필요한 매직넘버는 '17명의 이탈표'입니다. 다만 부결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서 일부 이탈표가 나올 경우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에 균열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해병대원 특검법 수용 촉구 범야권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의결 매직넘버는 '17표'
 
오는 29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21대 국회는 28일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미처리 안건의 상정·표결을 진행합니다. 이 중 최대 화약고는 지난 21일 국회로 다시 돌아온 채상병 특검법입니다. 
 
앞서 지난 22일 김진표 국회의장은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의 재표결 방침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 여야 합의 처리했던 것처럼 채상병 특검에 대한 여야 합의를 다시 시작해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합의안을 만들어달라고 했다"면서도 "만약 합의가 안 되더라도 28일엔 본회의를 열어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헌법 제53조제4항은 "대통령의 재의 요구가 있을 때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21대 국회의 재적 의원은 296명으로, 구속된 1명(윤관석 무소속 의원)을 제외한 295명이 모두 투표한다고 가정할 경우 3분의 2가 되려면 197명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야 합니다. 
 
현재 민주당(155명), 정의당(6명), 새로운미래(5명), 개혁신당(4명), 기본소득당(1명), 진보당(1명), 조국혁신당(1명), 무소속(9명 중 민주당 탈당자 7명)을 합치면 야권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의원은 모두 180명입니다. 국민의힘 113명과 자유통일당(1명), 하영제 무소속 의원 등 115명 중 17명이 찬성표를 던지게 되면 채상병 특검이 재의결될 수 있는 셈인데요. 
 
이에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설득에, 국민의힘에서는 내부 표 단속에 역량을 모으고 있습니다.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언론에서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얼마나 나올지 관심을 갖는데, 이탈표가 아니고 '양심표'라고 하는 것이 맞다. 역사의 죄인으로 남지 말고 양심과 소신에 따른 결정으로 21대 국회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윤 대통령 운명 가를 '숨은 표'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사람은 김웅·안철수·유의동 의원 등 총 3명입니다. 김 의원은 지난 2일의 표결에서도 본회의장에 남아 찬성표를 던졌고, 안 의원과 유 의원은 재표결 시 찬성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표결이 무기명으로 진행되는 만큼, 숨은 표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찬성표를 던질 의원이) 세 분 정도 더 추가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모든 경로로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대표의 발언처럼 국민의힘은 이탈표 저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에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민의힘도 공수처 수사 결과를 보고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가 먼저 특검을 주장하겠다고 했다. 지금은 공수처 수사를 지켜볼 때다"라며 표결 반대를 사실상의 당론으로 시사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는데요. 
 
전날에는 자당 의원들에게 부결을 호소하는 서한을 발송했고, 윤재옥 전 원내대표 등이 중심이 돼 현역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리고 찾아가 면담을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힘 이탈표가 17표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소 이탈표가 나오더라도 그간 당정 관계를 주도한 윤 대통령의 '입틀막(입을 틀어막는) 정치'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반란표가 두 자릿수대로 나온다면 지난 2년간 윤 대통령의 입맛대로 당을 운영해 온 '수직적 당정 관계'가 변화의 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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