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NAVER 그린팩토리
즉흥 산책
2015-01-26 10:08:00 2015-01-26 13:38:09
드디어 계절 학기가 끝나고 황금 같은 겨울 방학이 찾아왔다. 계절 학기 첫 수업시간, 교수님께서는 학점을 채우려는 의지로 새벽같이 등교해 앉아있는 우리들을 그 특유의 독설로 한참동안이나 나무라셨다.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강의실이 아닌 도서관이라며. 그리하여 계절이 끝나자마자 내가 한 것은 집 주변에 위치한 조용하고 쾌적한 도서관을 찾는 일이었다. 내 정녕 독서로 이번 겨울을 불태우리라!
 
그렇게 해서 방문하게 된 네이버 그린팩토리. 분당에 네이버 본사와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정자동 부근은 친구와 수다 떨러 올 줄만 알았지 책 읽으러 올 생각은 안 했던 나였다.
 
그린팩토리 건물 앞에 서니 여느 대기업 본사 건물과는 다른 분위기가 풍겼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 잔 씩 들고 돌아오는 편안한 차림의 네이버 직원들은 여유로워 보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서자 높은 천장에 매달려 공중 부양하던 네이버 라인 캐릭터 '브라운'이 입구에서부터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로비는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의 위엄이라곤 없는 친근한 소품들로 가득했다.
 
◇분당 네이버 본사 앞(자료=바람아시아)
◇네이버 라인 캐릭터 '브라운' (자료=바람아시아)
 
사실 보통 대기업 본사는 일층에 커피숍이나 다른 가게를 입점하여 수익을 얻는 경우가 많다. 네이버는 이를 과감히 포기하고 1층, 2층을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시설로 개방했다. 주중에는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말에는 10시부터 5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입구를 기준으로 좌측에는 여러 잡지들을 진열해 볼 수 있도록 해놓은 ‘매거진 도서관’이, 우측에는 일반 서적들과 개인 노트북을 들고 와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인 ‘네이버 라이브러리’가 위치해 있었다. 좌측부터 시작해 둘러보기로 했다.
 
그린팩토리라는 건물 이름답게 곳곳에서 무성한 화초와 식물들이 쾌적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모두 생화라고 한다.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큰 일일 듯싶었다. 그 다음 눈에 띈 것은 아기자기한 소품과 감각적인 인테리어였다. 인테리어는 사용자 편의를 고려함과 동시에 디자인 측면도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리에서 쇼핑을 하듯, 사람들은 진열되어 있는 잡지를 골라 읽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간간히 네이버 직원 분들도 모여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업무 회의를 보는 것 같았다. 진열대 위에는 가벼운 메모를 할 수 있는 연필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사용자를 위해 세심한 디테일까지 챙기는 인테리어 소품이었다.
 
◇사진=바람아시아
◇사진=바람아시아
◇사진=바람아시아
◇사진=바람아시아
◇사진=바람아시아
  
매거진 도서관 한쪽에는 커피숍과 여러 가지 라인굿즈를 살 수 있는 스토어가 위치해 있었다. 카페에 들어서려고 보니 조그만 안내판이 보였다. 발달 장애 청년들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카페였다. 조금 느리고 서툴 수는 있지만 누구보다도 정성스럽게 음료를 만들어 드리니 이해 부탁한다는 메모였다.
 
계산대로 가 커피를 시키니 한 발달장애를 가진 청년 분이 주문을 받았다. 현금영수증과 쿠폰까지 너무도 친절하게 챙겨주셨다. 그 옆 대리님이라고 불리는 분이 책임자이신 것 같았다. 알고 보니 네이버는 베어베터(Bear Better)라는 사회적 기업과 연계하여 발달 장애를 가진 청년만을 고용한다고 했다.
 
베어베터는 본래 발달장애인들이 만드는 베터쿠키로 유명하지만, 제과자빵 외에도 원두커피 판매, 복사, 제본, 출력 영역에서 발달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사업화하여 일터를 제공하고 있다. 카페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전체는 베어베터에 기부되며 스토어에서의 판매액 5%는 온라인 기부 포털 해피빈을 통해 기부된다. 발달장애인들 외에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길로 도서관의 책들이 정리된다던데, 네이버야말로 사회 취약계층과 함께하는 기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진=바람아시아
◇사진=바람아시아
 
매거진 도서관에서 여유롭게 잡지를 읽으며 시간을 보낸 후, 입구 우측의 네이버 라이브러리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디자인 장서 17000여권과 전 세계 전문 백과사전 1300여권, 기초체력 IT 장서 7000여권이 위치한 도서관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안내 직원분이 신분증을 내야만 열람할 수 있다고 했다. 출입증을 받으면 사물함이 지정된다. 개인 학습서나 유인물은 반입 금지이나 노트북, 필기구는 반입할 수 있다. 디자인 서적들이 보기 좋게 놓인 진열대 위로는 역시나 화초가 무성하게 나 있었다. 방대한 양의 책에 둘러싸여 숲을 거니는 기분이었다. 책들은 ‘책등’이 아닌 ‘책 표지’가 보이도록 듬성듬성 꽂혀있었다. 효율적으로 책을 많이 꽂기 보다는 책이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있도록 배치했다고 한다.
 
계단을 올라가며 일층을 내려다보니 작은 퍼즐의 조각이 맞춰지듯 환상적인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책이 만든 숲길이 굽이굽이 일정한 간격으로 펼쳐지며 패턴을 이루었다. 넋이 나간 듯 한참이나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린팩토리에 매료된 순간이었다.
 
◇네이버 라이브러리 입구는 매우 근사했다.(사진=바람아시아)
◇사진=바람아시아
◇2층에서 내려다본 네이버 라이브러리(사진=바람아시아)
  
겨우 2층 안쪽으로 눈을 돌리니 1층보다는 더 안락한 느낌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한쪽은 넓은 쿠션으로 꾸며져 편히 앉아 쉬거나 책을 볼 수 있게끔 되었다. 또 칸막이가 쳐져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개인 책상도 있었다. 노트북으로 일을 보는 사람, 책을 가져와 조용히 독서를 하는 사람, 커피를 마시며 나란히 앉아 도서관 데이트를 하는 커플도 보였다.
 
◇사진=바람아시아
◇사진=바람아시아
◇사진=바람아시아
 
2층 끝머리에 이르자 “장벽 없는 웹을 경험하는 공간”이라고 표시된 작은 방이 있었다. 시각 장애 혹은 운동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인터넷을 사용하는지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웹 접근성. 장애에 상관없이 모든 사용자가 어떤 환경에서도 웹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뜻한다.
 
웹은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서로 다른 사람들을 이어주는 공간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다른 신체적 상황은 한계가 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을 웹으로 이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한쪽 벽면에 적혀있었다. 예를 들면, 목 아래로 움직일 수 없는 신체 장애인은 머리에 쓸 수 있는 특별한 기구 밑에 달린 기다란 장치로 큼지막하게 제작된 키보드 자판을 눌러가며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시력 저하, 시야 장애, 적록 색맹, 전색맹 등의 시각 장애인을 배려하기 위해 화면 확대기능, 흑백을 반전시켜 보여주는 고대비 화면, 명도 대비 조절 등의 기능이 있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손쉬운 클릭하나도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색상, 모양, 패턴, 밑줄, 텍스트 등 세심한 부분까지도 신경 써서 디자인을 하는 것이 옳다는 것. 웹 또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뜻했다.
 
의미 있던 체험기를 마치고 방을 나와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손에는 로버트 스코블의 책, “컨텍스트의 시대”가 들려있었다. 네이버라는 기업이 이번 방문으로 훨씬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일하기는 싫다며 취직안할 궁리를 이리저리 찾고 있던 나인데, 그 순간만큼은 여기서 일하고 싶기까지 했다. 책을 보며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키자니, 앞으로의 남은 방학이 새삼스레 기대됐다. 오늘 이후로 정자동에 자주 오게 될 것 같았다.
 
◇사진=바람아시아
 
류예슬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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