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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 페이퍼컴퍼니 운용 주체 공방 가열
재무담당자 "회사가 책임 전가하는 듯한 인상 받아"
2015-01-05 20:06:53 2015-01-09 13:19:29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재판에서 효성그룹의 특수목적법인(SPC)이 회사 차원에서 운영된 게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는 진술이 나와 운영주체를 둘러싼 법정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김종호 부장) 심리로 진행된 조 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59) 전 효성그룹 IR담당 임원은 '효성측에서 SPC를 회사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하자는 제안을 했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 검찰이 페이퍼컴퍼니를 회장 소유로 의심하고 있어 회사 소유라고 하자고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증언은 SPC가 조 회장 개인 목적으로 운영됐다는 검찰측 주장에 부합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다만 증인이 자신이 속해 있던 재무금융팀에서 작성한 대부분의 문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등 진술의 신빙성은 다소 의심을 사고 있다.
 
그는 효성측에서 SPC를 회사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하자는 제안을 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긍정하고 "검찰이 페이퍼컴퍼니를 회장 소유로 의심하고 있어서 회사 소유라고 하자고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나에게 해외법인의 부실을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며 "아는 바가 없는데 책임을 나에게 씌우려는 게 아닌가 싶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아울러 5억원의 부외자금을 마련한 김모 전무 역시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김 전무가 2003~2004년에 사용 용도를 모른채 5억원 상당의 미지급전표를 회사에 끊어준 적이 있다"며 "국세청 조사에서 이게 문제가 됐고, 당시 전표를 받은 사람들은 받은 기억이 없다고 해 김 전무 입장이 곤란해졌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회사 차원에서 김 전무가 5억 횡령한 것으로 뒤집어 씌우려고 했다는 것이냐"고 질문하자 이씨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변호인들은 '역외펀드를 통한 주식 구입', '국제금융팀 업무계획' 등의 자료를 증인에게 제시했다. 여기에는 해외법인 경영 정상화 지원 및 예상문제 대응 등 증인이 속했던 팀의 업무 내용이 담겨 있다. SPC 조성이 회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임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씨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답했다. 이에 변호인은 "증인이 속한 팀에서 작성한 문건이고 증인의 인가를 받은 내용인데 무조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하자 "뭐라고 말씀을 못드리겠다.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다.
 
변호인이 이어 "증인이 기소될 가능성 때문에 SPC에 관여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이씨는 "내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고 응수했다.
 
조 회장은 2003~2008년 분식회계를 통해 차명재산을 운영하고, 국내외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리는 방법 등으로 총 7939억원 규모의 횡령·배임·탈세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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