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②소순무 변호사 "내 마지막 의뢰인은 '청년 변호사'"
"5천만원 이하 사건 대형로펌 수임 자제" 파격제시
"사시 존치·로스쿨 통폐합..변호사 배출 7백명으로"
2014-12-12 17:00:00 2014-12-12 17:08:03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저는 대형로펌 대표를 했고 조세전문가로 이름도 알렸습니다. 이런 사람이 개인 영달을 위해 나왔을까요? 마지막 봉사를 하자는 결심 때문입니다. 회원 여러분이 저의 마지막 의뢰인이 되어 주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지난 9일 이른 아침 서울 서초동에 있는 그의 선거캠프에서 만난 소순무 변호사(64·사법연수원 10기)는 낮지만 단호하고 힘 있는 목소리로 출마의 변을 이렇게 밝혔다.
 
그의 나이 64세. 직접선거 2기 제48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네명의 후보들 중 가장 연장자다. 198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해 법조계로 들어섰으니 올해로 법조경력이 34년차다. 이중 20년은 법관 생활을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형 법무법인(로펌)인 율촌의 대표 변호사다. 대형로펌 대표가 변호사 단체의 회장 선거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하고 여러 민감한 사회적 문제와 맞서야 한다. 정치적인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그동안 누렸던 안락한 생활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대한변협 48대 협회장 후보 기호 2번 소순무 변호사가 지난 9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정책공약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출사표 던지자 대형로펌 이익대변 '의심'도
 
소 변호사가 출사표를 던졌을 때 법조계에서는 여러 의문과 해석들이 난무했다. 대형로펌의 이익을 위해 나온 것 아니겠느냐는 시각부터 대형로펌의 조직력과 인맥을 등에 업고 재야법조계까지 석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내세운 공약을 가만히 뜯어보면 꼭 그렇게 단정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소 변호사가 내 건 슬로건은 '밥은 먹고 삽시다. 생존권 사수!'다. 청년변호사들을 비롯한 변호사 업계의 고민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 슬로건을 떠받치는 5개의 공약 중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세 번째 큰 공약, ‘상생하는 법률시장 환경조성’의 추진과제 중 대형로펌에 대한 부분이다.
 
그는 대형로펌들로 하여금 소가 5000만원 이하의 수임을 스스로 자제시키고, 특별회비를 걷어 청년변호사 지원에 쓰겠다고 공언했다. 역대 선거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제안이다. 가능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 법조시장의 큰 문제가 대형로펌의 싹쓸이 수임으로 인해 시장 씨를 말린다는 시각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맞는 부분도, 틀린 부분도 있습니다. 일정 사건은 대형로펌 입장에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소가 5000만원 이하의 사건은 수임을 자제시키겠다고 한 겁니다. 어렵지 않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형로펌의 기준은 적어도 공직자 윤리법에서 적용되고 있는 매출액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형 로펌 '수임 양보'는 사회·윤리적 책임
 
그러나 로펌도 엄연한 이익집단이다. 소 변호사의 공약은 각 로펌에게 밥그릇을 내 놓으라는 얘기다. 아무리 대형 로펌이라지만 달갑지 않은 요구다. 실천방안을 물어봤다. 그는 대형로펌의 사회적, 윤리적 책임 얘기를 꺼냈다.
 
"요즘 대형로펌들이 운영하는 공익법인이 많이 설립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익활동만으로는 미흡합니다.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저는 대형로펌 출신이므로 네 후보 중 로펌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만 봐도 과거 이익추구를 최고 가치로 여겼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사회적 기업이 많이 생겼습니다. 이런 환경을 조속하게 이끌어 내야 합니다. 글로벌 스탠다드가 그렇습니다. 대형로펌이 국제적으로 더 성장하려면 그 가치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시대적 기류가 그렇다고 해도 역시 쉽지 않아 보였다. 다소 추상적이기까지 했다. 대형 로펌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고 다시 물었다.
 
"그럼 네 후보 중 누가 설득할 수 있겠습니까. 로펌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마를 결심하면서 대형로펌 대표 변호사들을 만났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공감하고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약으로 내세운 것입니다."
 
소 변호사가 내세운 공약 중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다섯 번 째 큰 공약 ‘수요자 중심의 변호사 지원'의 추진과제인 '세무 애로사항 해소'다. 소 변호사의 이 공약은 조세전문가라는 그의 장점을 십분 발휘한 공약이다. 역대 후보들이 유사한 공약을 내세운 예가 있지만 결국 실패했다.
 
◇소순무 변호사의 선거 홍보 포스터(사진제공=소순무 후보 캠프)
 
◇개인 고객 부가세 폐지, 합리적 세무기준 약속
 
그는 개인 고객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폐지하고 변호사들을 위한 합리적 세무기준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문제는 변호사 업계에서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개중에는 헌법소원 등을 냈거나 준비하는 변호사도 있다. 소 변호사는 법 개정운동과 헌법소원 등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의 세제 시스템이 변호사의 경우 소득에 비해 세금을 높게 부과 받고 있다며 합리적인 방안을 국세청과 협의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청년변호사를 포함한 변호사 업계의 일자리 창출 및 직역 확대 역시 소 변호사가 공약으로 강조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그는 대형로펌의 사건 수임 자제에 앞서 법조인 배출수를 줄이는 데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고 있다. 매년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소 변호사는 700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것이 변호사 과잉 공급으로 인한 비정상화된 법조의 정상화 방안의 한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그 실천방안이 로스쿨 통폐합이다. 소 변호사는 2007년 로스쿨법이 국회를 통과할 당시 변협 부회장으로서 로스쿨 대책 특별위원장으로 활동했었다. 그는 당시 권역별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지역별로 법과대가 힘을 합쳐서 소수의 로스쿨을 둬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약 역시 궤를 같이한다.
 
이 공약은 사법시험 존치 문제도 연관되어 있다. 그는 사법시험 폐지 결정이 누구나 법률가가 될 수 있는 희망의 잣대를 꺾어버렸다며 사법시험을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법시험 존치 지금 아니면 불가능"
 
소 변호사는 사법시험 존치와 관련해 현행법상 2017년을 끝으로 사법시험이 폐지되기 때문에 지금이 아니면 사법시험 부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때문에 자신이 집권할 경우 사법시험 존치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쏟아 붓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법시험 존치를 전제로 로스쿨과의 변호사 수 배분에 대해서는 다소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로스쿨 통폐합으로 5년 이상 완충기간을 둬 로스쿨 출신 변호사 수를 줄이면서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를 150~200명 수준으로 두고 그 나머지를 로스쿨 출신 변호사로 충원하되 구체적인 인원 배출은 합격률 조정을 통해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복안이다.
 
변호사 업계의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소 변호사는 이 외에도 상고사건부터 항소사건까지의 '변호사 강제주의 확대'와 중소가입과의 연계를 강조한 '1기업 1고문 변호사제도', ‘공공기관 등 변호사 의무고용 법제화' 등을 주요 추진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변호사들간 화합 문제도 변협회장으로서 중요한 문제다. 그는 우선 지방변호사 회원들과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멀리 있는 법원이나 검찰간의 기록촉탁시스템을 구축해서 지방변호사들이 다른 지역의 사건을 수임하고 진행하는 데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각 지방회의 예산 문제나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로 변호사 교육 및 사무직원 교육을 서울지방변호사회 수준으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인터넷 또는 지역별 교육 개설 등의 방법을 통해 보완해 나가겠다는 방안이다.
 
◇공약 추진 엔진 '전방위 네트워크·재원확보' 장착
 
소 변호사는 자신의 공약 추진을 위한 엔진으로 '전방위적 네트워크'와 '재원확보' 방안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전방위 네트워크란 변협의 활동영역을 법조계 밖으로 확대하기 위한 작업이다. 그는 "변협이 그동안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많이 해왔지만 변호사들만의 리그였다"며 "협회 일을 맡게 되면 변협 내에 사회 각계 원로 및 여러 계층의 인사들을 모아 의견을 듣고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원확보 측면에서는 특별회계를 마련해 변호사 업계의 정상화를 위해 투입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2013년 벌과금 집행액이 2조가 넘는다"며 "이중 일부라도 법률복지를 위해 특별회계로 편성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도 그는 사법연수원이 축소되면서 절감되는 예산 일부를 국민의 법률복지서비스 및 청년변호사들의 교육지원비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대형 로펌 등을 비롯한 중견급 이상의 여유 있는 변호사들로부터 특별회비를 징수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