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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갑을 논란'에 병드는 자전거
②업계 1위 삼천리자전거, '미투 전략' 논란
2014-12-04 14:00:00 2014-12-04 14:00:00
[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자전거업계 1위인 삼천리자전거(024950)의 '갑(甲)' 행태는 동반자인 대리점뿐만 아니라 경쟁업체를 대상으로도 진행 중이라는 불만이 많다. 
 
"경쟁업체의 제품을 베끼는 미투(Me-too) 제품을 양산한다"거나 "자전거 산업을 대변하는 협회를 유명무실화시키고 있다"는 식의 불만들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1위 기업답게 제품 트렌드와 기술력을 이끌며 때로는 업계의 가려운 곳도 긁어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상대방을 밀어내며 독주체제를 이어간다는 평가다. 
 
비슷한 제품을 뒤따라 내고, 그래서 결국 시장 자체를 레드오션으로 행태에 대해서도 신시장 개척을 통해 고부가가치 자전거 부품 시장을 제패한 일본의 시마노와 대조되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위 업체, 트렌드 선도가 없다"
 
최근의 자전거업계 상황을 보면 2위 업체가 새로운 제품으로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1위 업체는 높은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2위 뒤쫓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특히 전기자전거, 유아용 승용완구 등 틈새시장에서 1위의 2위 따라하기가 유독 심한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천리자전거와 업계 2위인 알톤스포츠(123750)의 전기자전거 유사 제품 논란이다. 1위 기업이 디자인이 유사한 제품을 시간차를 두고 출시하면서 소송전까지 벌이고 있다. 
 
2011년 알톤스포츠는 배터리를 프레임에 내장한 전기자전거 '매그넘' 시리즈를 출시했다. 뒤이어 2012년엔 삼천리자전거가 유사 콘셉트의 제품군인 '팬텀시티'를 선보였다.
 
◇알톤스포츠의 '매그넘'과 삼천리자전거의 '팬텀시티'. (사진제공=각 사)
 
이에 알톤스포츠는 디자인 침해를 당했다며 삼천리자전거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소송을 냈다.  특허를 가진 배터리 내부 삽입 부분, 프레임의 탑튜브를 제거한 디자인을 침했다는 주장이다. 
 
1심에서 법원은 전기자전거 디자인 외형이 유사하나 세부 차이가 있다며 삼천리자전거의 손을 들어줬지만, 알톤스포츠는 디자인 고유성을 내세우며 항소를 제기했다. 2심판결은 내년 봄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알톤스포츠가 배터리 제조사들과 제휴를 맺고 전기자전거를 공동 개발하면 뒤따라 삼천리자전거가 그 제조사로부터 전기자전거용 배터리를 공급받는 패턴을 반복하기 때문에 유사한 디자인이 나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천리자전거는 유아용 승용완구시장에서도 '베끼기' 의혹을 사고 있다. 2012년 출시된 유진로봇(056080) 완구사업부 지나월드의 컴포트라이크, 2013년 출시된 삼천리자전거의 샘트라이크가 그 대상이다. 삼천리자전거는 이들 제품에서도 전기자전거와 마찬가지로 시간차를 두고 경쟁사와 유사한 제품을 출시했다.  
 
◇지나월드의 컴포트라이크와 삼천리자전거의 샘트라이크. (사진=각 사)
 
실제 삼천리자전거는 지난해 5년 전부터 완구업계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유아용 승용완구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장 진입은 다른 업체보다 늦었지만, 유통망과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업계 선두로 올라섰고, 유아용 제품은 올 3분기까지 누적 판매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한 8만4000여대를 기록하는 등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는 완구업체가 디자인을 개발하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줬던 공장을 가로채 만들었기에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완구업계는 비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이 성장세를 보이면 미투(Me-too) 제품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라면서도 "다만 기존 제품의 특징적인 면을 따라하고, 컬러 등 단순 디자인 요소만 달리해 내는 처사가 반복되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천리자전거측은 "타 업체들은 삼천리자전거의 빈틈이 있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공략해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고, 우리는 자전거 종합 브랜드로서 전체를 끌고가려 하다 보니 타이밍이 다소 늦은 감이 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자전거 제품 특성상 트렌드를 온전히 창조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해외제품 등을 따와 만드는 것인데, 시장 경쟁이 심화될수록 제품이 유사해지는 아이러니 현상"이라며 산업구조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유명무실화 된 자전거협회
 
삼천리자전거의 이같은 행보와 더불어 자전거협회를 유명무실화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천리자전거는 지난 1999년부터 최근 발표된 올 3분기까지의 사업·분기보고서에서 김석환 대표의 약력으로 '한국자전거공업협회 회장'을 반복적으로 표기하고 있다. 국내 최대 자전거업체 대표가 한국의 자전거산업을 대변하는 협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자전거공업협회에는 삼천리자전거, 참좋은레져(094850) 등 삼천리자전거 관계사들만 남아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협회는 자전거 산업의 발전과 업계내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애써야 하지만, 아쉬울 게 없는 1위 기업으로서 매우 소극적으로 활동한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2012년 협회에서 정식 탈퇴한 한 업체는 "연회비 1000만원을 들여 가입했지만, 국내 바이크쇼, 해외 바이크쇼 참가 등 주도적으로 이뤄지는 활동이 없었다"며 "현재는 한국자전거수입협회를 통해 소규모 활동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전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해외 수출에 대한 니즈와 자전거용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어 업계의 의견을 피력하며 시장을 키워야 할 때지만 자전거공업협회의 역할이 소홀한 편"이라고 꼬집었다.
 
삼천리자전거측은 한국자전거공업협회는 자전거 제조 관련 회사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라며, 현재 협회는 발전 방향과 업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 등을 찾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브랜드 파워 가진 시마노에서 배워야"
 
국내 1위 기업인 삼천리자전거는 세계적 브랜드 파워를 가진 일본의 자전거 부분품기업 시마노의 행보와 여러 모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마노는 산악자전거라는 신성장 분야 개척과 함께 자전거의 변속 레버, 변속기, 체인, 기어를 일체화한 시스템 개발, 경주 선수가 핸들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핸들에 있는 레버로 기어를 바꿀 수 있는 시스템 등을 개발해 자전거 시장의 표준기술로 도약하며 세계적 브랜드 파워를 획득한 업체다.
 
자전거 판매점과 함께 소비자로부터 직접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한 신제품도 매년 출시하고 있다.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히며 업계의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 기술 개발과 경쟁을 통해 국내시장 파이를 키우며 성장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지금 업계 상황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며 "압도적인 1위 기업이 국내 독주체제 고수에만 안주하지 말고 세계 유수 기업들과 겨루기 위해 노력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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