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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의 가요별점)‘데뷔 10년차’ 슈퍼주니어 규현의 재발견
2014-11-13 09:39:24 2014-11-13 09:39:24
◇슈퍼주니어의 규현이 자신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지난 2005년 가요계에 데뷔한 슈퍼주니어는 ‘쏘리쏘리’, ‘미인아’, ‘섹시 프리 앤 싱글’ 등의 히트곡을 발표하면서 사랑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뿐만이 아니었죠. 중국 난징에선 한국 가수 최초로 단독 콘서트를 열었고요, 멕시코와 영국에서 유료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첫 한국 가수도 슈퍼주니어였습니다. 그리고 대만 음악 차트에선 100주가 넘는 기간 동안 1위를 차지하는 등 해외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얻으면서 최고 아이돌 그룹의 자리에 올랐는데요.
 
그런 슈퍼주니어의 한 멤버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바로 규현인데요. 13일 자신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이 앨범에 실린 7곡이 모두 발라드곡이란 겁니다. 그동안 슈퍼주니어가 대중들에게 주로 보여줬던 건 밝고, 쾌활하고, 명랑한 모습들이었죠. 개구쟁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그룹이 슈퍼주니어이기도 한데요. 규현 역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가수들이 총출동했던 SM타운 콘서트와 슈퍼주니어의 콘서트에서 여장을 한 채 무대에 서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안기곤 했습니다. 그런 장난기 넘치는 슈퍼주니어의 모습과 발라드 음악이라니. 어딘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장난꾸러기’ 규현은 이번 앨범을 통해 ‘발라드의 황태자’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발라드의 황태자’란 타이틀을 들으면 떠오르는 가수들이 있죠? 네, 조성모나 성시경과 같은 가수들이 떠오르는데요. 규현은 이번 앨범에서 자신이 조성모, 성시경 등 선배 발라드 가수들의 뒤를 이을 만한 차세대 발라드 황태자로서의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올해로 슈퍼주니어가 데뷔 10년차를 맞았는데요. 그야말로 재발견입니다. 규현은 솔로 발라드 싱어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줍니다.
 
규현은 이번 앨범을 통해 ‘발라드 황태자’가 되기 위한 세 가지 필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는데요. 뛰어난 가창력과 풍부한 감정을 표현해내는 능력, 그리고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음색입니다. 퍼포먼스가 곁들여지는 댄스곡과 달리 발라드는 오롯이 노래만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장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뛰어난 가창력과 풍부한 감정 표현 능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그런데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가수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 많은 가수들 중 대중들의 눈에 띄기 위해선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음색을 갖춰야 하는데요. 조성모와 성시경이 그렇고, 규현이 그렇습니다.
 
자, 이제 규현의 첫 번째 솔로 앨범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죠.
 
타이틀곡은 ‘광화문에서’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엔 사랑하는 연인과 광화문 주변을 한때 함께 거닐었던 추억을 갖고 계신 분이 있지 않으신가요? ‘광화문에서’는 연인과의 이별을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과 변화에 빗대 표현한 노래인데요. 전형적인 발라드곡이지만, 뻔한 느낌을 주진 않습니다. 규현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담담한 느낌을 주는 창법이 곡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낸 탓인 것 같은데요. 이별에 대한 감정을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표현해낸 규현의 보컬이 인상적입니다.
 
‘광화문에서’는 가을에 참 잘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며 감성에 빠져들 것 같네요. ‘광화문에서’는 발매된 이후 각종 온라인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첫 번째 솔로 앨범을 선보인 슈퍼주니어의 규현.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2번 트랙의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은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작곡과 편곡에 참여한 곡입니다. 이루마의 감성적인 피아노 선율이 곡 전체의 쓸쓸하고 애잔한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는데요. 여성 발라드 가수 중 최고로 꼽히는 백지영이 최근 Mnet ‘슈퍼스타K 6’의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한 참가자의 노래를 듣고 극찬을 하면서 이런 심사평을 했었죠. “도입부를 듣고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다”. 네, 노래의 도입부는, 특히나 가수의 목소리만으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발라드곡의 도입부는 그만큼 중요합니다. 그런데 규현이 부른 ‘이터널 선샤인’의 도입부를 듣고 백지영과 똑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끝났다”고 말이죠. 규현은 이 노래의 도입부에서 호흡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몰입도를 높입니다. 발라드 가수가 노래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선 목소리 뿐만 아니라 호흡도 적절히 사용할줄 알아야 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3번 트랙의 ‘뒷모습이 참 예뻤구나’는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엽과 에코브릿지가 공동 작업한 곡인데요. 이 노래를 통해서도 애절하고 서정적인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 규현의 보컬이 돋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나 노래 잘하지?”, “나 고음 잘 올라가지?”라고 뽐내듯이 노래를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규현은 대신 감정을 전달하는 데 에너지를 쏟으면서 듣는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집중하는데요. ‘뒷모습이 참 예뻤구나’는 돌아서는 연인의 뒷모습을 보고 그제서야 사랑을 깨닫는 독백 느낌의 가사로 시작되는 노래입니다.
 
4번 트랙엔 ‘이별을 말할 때’가 실렸습니다. 음악팬에 따라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다른데요. 많은 팬들이 발라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사를 통해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이별을 말할 때’를 통해선 그런 가사가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별의 말을 듣는 순간의 상황과 아픈 마음을 현실적으로 표현해냈는데요. “크게 숨을 쉬었다. 방금 한 말이 잘 들리지 않아. 우리 모든 순간이 모든 장면이 다시 희미해졌다. 난 헤어질 만큼은 싫지 않고 사랑할 만큼은 밉지 않다는 그 때가 떠올라”라는 가사입니다. 노래 속, 이별의 순간 앞에 선 규현은 감정을 절제하면서 곡의 느낌을 잘 살려냈습니다.
 
그리고 ‘사랑이 숨긴 말들’이란 곡이 5번 트랙에 있는데요. 성시경의 노래 중, 지난 2002년에 발매돼 많은 사랑을 받았던 ‘좋을텐데’와 지난 2005년에 발표됐던 ‘두 사람’이란 노래를 아시나요? 이 두 노래를 작곡했던 작곡가 윤영준이 ‘사랑이 숨긴 말들’의 작곡을 맡았는데요. 규현은 감미로운 목소리로 ‘사랑이 숨긴 말들’의 감성적인 멜로디를 잘 표현해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숨긴 채 바라만 보고 있는 남자의 가슴 시린 고백을 풀어낸 발라드 곡입니다.
 
6번 트랙엔 ‘깊은 밤을 날아서’가 담겨 있습니다. 이 노래는 지난 1987년 발표됐던 이문세의 동명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곡인데요. 원곡을 좀 더 세련된 느낌의 사운드로 재해석해냈습니다. 1번 트랙부터 5번 트랙까지 실린 발라드곡들을 듣고 있으면 규현이 아이돌 그룹의 멤버란 사실을 잠시 잊게 되기도 하는데요. 리듬감이 있는 노래인 ‘깊은 밤을 날아서’를 잘 소화해내는 규현의 모습을 보면 “아, 그래, 규현이 슈퍼주니어의 멤버였지”라는 생각이 다시 들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깊은 밤을 날아서’는 규현의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이 돋보이는 노래입니다.
 
마지막 트랙의 ‘나의 생각, 너의 기억’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곡입니다. 왜냐고요? 규현이 직접 작곡한 노래거든요. 그리고 같은 소속사의 동방신기 최강창민이 작사에 참여한 곡입니다. 이 곡을 통해 규현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을 텐데요. 규현은 꽤나 인상적인 발라드 트랙을 만들어냈습니다. 앞으로 규현의 자작곡을 들을 기회가 좀 더 많아질 것 같네요.
 
슈퍼주니어의 멤버로서 많은 사랑을 받아온 규현은 현재 MBC 예능 프로그램인 ‘라디오스타’에 MC로 출연 중이기도 한데요. 이 프로그램에서 규현은 게스트를 향해 때로는 생글생글 웃으며 밉지 않은 독설을 날리기도 하고요, 실없는 농담을 하며 김구라, 윤종신, 김국진 등 나머지 MC들과 시시덕거리기도 합니다. 그랬던 규현이 솔로 앨범에선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네요. 새로운 ‘발라드 황태자’의 등장이 반갑습니다. 솔로 가수로서도 꾸준히 성장해가는 규현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 규현 미니 1집 '광화문에서' >
대중성 ★★★★☆
음악성 ★★★☆☆
실험성 ★★☆☆☆
한줄평: 차세대 발라드 황태자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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