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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인간은 동물의 생명을 어떻게 보고 있나
<종교와 동물 그리고 윤리적 성찰> 한국종교문화연구소 기획·박상언 엮음 | 모시는사람들 펴냄
2014-11-03 16:49:04 2014-11-03 16:49:08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뒷북이 두 번째로 소개할 책은 <종교와 동물 그리고 윤리적 성찰>(모시는사람들 펴냄)입니다. 종교학의 관점에서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윤리적 태도에 관해 묻는 책입니다. 가장 약한 존재 중 하나인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서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종교는 한 사회 집단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형성하고 윤리적 동기를 부여하거나 실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종교의 틀에서 동물이 어떻게 대우받는지 들춰보면 한 집단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고 책은 주장합니다.
 
공장식으로 대량 사육되는 '식용' 동물들은 유통·소비 경로에서 삶과 죽음을 맞이하고 있고, 반려 동물들은 인간의 신의에 목숨이 달린 게 현실입니다. 전염병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동물이 산 채로 매장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 과정에서 숲이 파헤쳐지는 등 자연도 파괴돼 결국 인간의 이기심이 인간을 해롭게 하고 있습니다. 
 
책은 이처럼 인간이 인간 이외의 생명체를 물건처럼 대하고 소비함으로써 만족과 쾌락을 추구하는 소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염려까지 담았습니다.
 
특히 우리 삶에 스며들어 있는 원시종교와 불교, 힌두교, 기독교 등 종교에서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정리한 저자들의 글을 읽으면서 종교의 의미와 역할도 점검할 수 있습니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가 기획한 이 책은 연구소의 박상언 연구원이 장석만 소장, 방원일 서울대 종교학과 강사, 전세재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 이병운 고려대 중앙승가대 강사, 김형민 호남신학대 교수, 유기쁨 연구원, 김일방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 허남결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교수의 글을 엮은 것입니다.
 
책을 통해 채식주의에 대한 생각을 검토해보는 것은 덤입니다. "인간이란 그가 먹는 것이다"는 명제에 우리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선정 이유는?
 
이 책이 뒷북에 선정된 이유는 언론에 전혀 조명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만은 아닙니다. 경제 논리에 발 디딜 틈 없는 '윤리 의식'에 대한 종교학자들의 지적이 의미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동물에 대한 감수성 제고를 통해 인간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의미있어 보입니다.
 
책은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가 500만 세대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는 숫자를 전하면서 "오직 고기를 얻기 위해 소와 돼지를 한곳에 밀집해 가두어 놓고 학대하며 사육하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전합니다. 동물을 사람만큼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나, 지난 2010년 구제역 발생으로 가축 350만두 이상이 도살처분·생매장된 것에 대한 무신경, 연평도 포격 당시 섬에 방치된 동물을 구하려던 사람을 조롱하는 태도가 공존하는 상황을 지적하는 겁니다.
 
따지고 보면 상당수 사람들은 동물을 수단으로 생각하지 목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동물 몇 마리가 죽더라도 사람이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명에 대한 감수성 부족이 결국 인간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게 저자들의 지적입니다. 일부 지역, 일부 계층이 손해보더라도 '내가 행복하면 된 것 아닌가'라는 이기적인 생각 말입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과연 옳은 일인지도요. 원시 종교에서 토테미즘을 통해 동물을 숭상하던 태도를 미개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폭력이라고 지적하는 대목은 생각할 거리를 남깁니다.
 
이 책의 대표 저자인 박상언 연구원은 서문에서 "우리는 종종 사회적 약자가 비인간 동물의 위치에 서서 고통과 아픔을 겪는 상황을 목격한다"며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학문적 검토와 윤리적 성찰은 윤리적인 동물로서 인간의 자리와 책임에 대한 물음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썼습니다. 인간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왜 주목받지 못했나?
 
이 책이 주목받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집필에 참여한 저자 9명이 대중적인 글쓰기에 실패한 탓으로 보입니다. 예컨대 각 글은 '▲들어가는 글 ▲기존 이론 소개 ▲본문 ▲결론 ▲더 읽을 책' 등의 방식으로 전개돼 딱딱한 논문 형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독창적 연구 방법이나 연구 결과를 제시한 것은 아니고요. 인용이 상당히 많습니다.
 
시의성도 떨어집니다. 저자들이 구제역 사건과 연평도 포격 이후 이 책을 기획한 시점은 무려 3년 전입니다. 그러나 책은 지난 7월31일에 나왔죠. 사진이나 삽화가 거의 없는 것 또한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고 책을 기획한 탓에 저작권 부담을 해결하기 어려웠다고 하는군요.
 
박 연구원은 "논문 형태의 글을 대중적인 방식으로 소화하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됐다"마려 "국내에선 종교와 동물을 넘나들며 연구한 학자들이 드물어 기획 의도가 제대로 소화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책의 가치는?
 
이 책은 종교학과 인문학, 자연과학의 융합적 시각에서 인간이 동물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소개하고 그러한 것을 정리하려는 시도에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결과물은 대표 저자도 "아쉽다"고 인정할 정도로 대중성 면에서 미흡한 점이 있으나, 연구자들은 물론 출판사 또한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공익적인 목적으로 책을 냈다는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울러 서구 문물이 빠르게 스며든 우리 사회에서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지 점검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박 연구원은 "예전에는 손님이 방문하면 집에서 키우던 닭을 잡아 밥상에 올려놓았으나, 이제는 어떻게 키운 동물이 식탁에 올라오는지 모르고 먹고, 이에 따라 동물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생명을 대할 때도 경제적 논리가 개입하는 요즘입니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살아있는 동물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에 나온 '좋지만, 아쉬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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