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축제의 이면..초대받지 못한 손님 '반올림'
입력 : 2014-10-23 18:36:10 수정 : 2014-10-23 18:36:10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초대받지 않았지만 노동자의 알 권리를 위해 이 자리를 찾았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가 반도체 업계 축제를 찾았다. 노동자의 알 권리와 대책을 촉구하며 협회를 비롯한 반도체 전자회사를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23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희생자 고(故)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와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씨를 비롯한 반올림 대표와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존엄과 안전위원회 등은 ‘반도체 노동권을 향해 달리다(반달)’ 공동행동을 선포하고, 취지와 일정 소개 및 노동자의 알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반도체의 날 행사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반도체 기술개발과 산업발전을 이끈 이들에게 유공자 포상을 하고 만찬행사를 가지는 자리다. 올해로 7회를 맞는 이번 행사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기남 반도체산업협회 회장 등 500여명의 반도체산업 주요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반달을 위한 공동위원회는 이날 행사에 정작 노동자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며 막대한 위험에 노출된 환경과 위험에 대해 알 권리를 보장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위원회 측은 "삼성 반도체 희생자는 현재 총 164명이며, 그중 사망자가 70명정도 된다"며 "(반도체)협회와 기업들이 서로의 성과에 찬사를 보내며 축제를 벌이는 동안 우리는 노동자의 생명과 인권이 우선임을 이야기하기 위해 모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반올림과 삼성전자 간 진행된 협상에 줄곧 참여해 희생자 가족의 입장을 대표해 왔던 왔던 황상기씨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지만 정부가 노력하지 않으니 기업이 개선하려 들지 않는다"며 "노동자들이 위험한 환경 속에 근무하는 데도 관리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기업이 정작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고 그들에게 위험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재발 방지와 사과, 책임을 회피하지말고 진실된 대화에 임하라"고 말했다. 
 
당초 이날 반달의 퍼포먼스는 산업재해 피해자와 해고 노동자들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제작된 연극 '반도체소녀' 공연과 알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퍼포먼스 등 2가지로 예정됐다. 하지만 공연이 불가능한 협소한 장소 탓에 연극 기획자 최현 씨의 입장으로 공연을 대신했다.
 
최씨는 "운동가가 아닌 연극인으로 이 자리에 섰지만 모든 일이 순리대로 해결돼 다시는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반도체 소녀라는 캐릭터가 무관심 속 떠도는 슬픈 영혼이 아니라 살아있는 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퍼포먼스에서 반달 위원회는 가수 싸이의 노래 젠틀멘의 가사 ‘알랑가몰라’를 인용해 노래에 맞춰 노동자 알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율동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퍼포먼스가 끝난 뒤 반올림에서 삼성전자와의 산재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임자운 변호사는 "많은 이들이 알지도 못하는 위험 속에 노출된 채 죽어간 이유는 알 권리가 없었고 노조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찬사와 향연의 이면에는 노동자의 고통스러운 삶과 죽음이 있었다"고 설명하며 회견을 마쳤다.
 
한편 반달 위원회 측은 이날 기자회견울 시작으로 오는 28일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 집단 산재를 신청하고 30일 토론회 실시, 11월 삼성 반도체 공장 인근 선전전 및 전국노동자대회 등 본격적 행보를 시작할 예정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반올림을 중심으로 구성된 '반달' 위원회가 노동자의 알 권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같은시간 건물 안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업적을 치하하는 반도체의 날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사진=정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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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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