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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국감)국회로 번진 개헌 논란 "87년 헌법, 지금 맞나"
야당 의원들 개헌 필요성 역설..헌재는 답변 회피
여당 측도 "개헌 동의하지만 정치적 이용 땐 협조 안돼"
2014-10-17 14:20:03 2014-10-17 14:20:03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개헌발언 사과'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그 파장이 헌법재판소까지 번졌다.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의 개헌 필요성의 역설이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은 "현재까지 개헌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고 국회는 개헌을 위한 의원모임이 150여명으로 구성돼 추진되고 있다"며 "오랫동안 헌법 개정이 안 되고 있어 제왕적 대통령제 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만 해도 117명이 개헌에 찬성하는 등 의원 3분의 2가 넘는 인원들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대표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청와대가 격앙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갑자기 여당 대표께서 '대통령께 누를 준 거 같아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헌 논의는 금방 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청와대의 반응에 따라 어제 발언하고 오늘 죄송하다고 하면 3권 분립은 어렵다"면서 청와대와 김 대표를 비판했다.
 
서 의원은 또 "박 대통령은 2007년과 2008년에도 개헌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밝혔고 2011년 대통령 후보시절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민의 기본권 강화를 골자로 한 개헌론을 추진했다"며 "그런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김문현 헌법재판연구원장 등 헌법 학자들의 의견을 들어 개헌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김 원장은 2010년 헌법연구단체장 역임 당시 제왕적 대통령, 식물 대통령 등을 경험하면서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됐을 때 많은 병폐가 있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2010년 9월에는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비공개 조찬에서 당시 정종섭 서울대로스쿨 원장(현 안전행정부 장관)과 손기식 성균관대로스쿨 원장, 김 원장 등 대한민국 최고의 헌법원로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1987년도의 헌법체제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며 "개헌 문제는 아무런 당파적 이해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임내현 의원은 박 대통령을 지목해 비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과 관련한 개헌논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국회의 고유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며 "심지어 여당 대표인 김무성 대표도 상해에서 개헌이 불가피하다고 발언했다가 대통령에게 사과를 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이어 "개헌 논의는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 권리이자 자유"라며 "개헌에 대해 국민의 요구와 공감대가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개헌논의 자제를 발언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재차 비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박 대통령과 김 대표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민식 의원은 "새누리당에서도 개헌 논의가 빨리 착수되어야 하고 빠른 시일 내에 개헌되어야 한다는 노선을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개헌 과정에서 대통령이 어떻다, 당대표가 말을 바꿨다는 등 상대 당을 정치적으로 공방하는 도구로 이용하면 국회동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개헌 문제를 꺼내 김 원장 등 헌법재판소의 의견을 물었으나 헌법재판소 측은 "정치적인 문제이고 민감한 문제"라며 답을 피했다.
 
김 원장은 "학자적 입장에서 이야기할 때 현행 헌법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이 있고 저 나름대로의 의견은 있지만 저의 이상적인 생각으로 개헌의 방향이나 시기, 범위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다만 헌법연구단체장 역임 당시 개헌의 필요성을 피력한 입장과 그 발언은 유효하느냐는 우 원내대표의 질문에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6일 중국 상하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라며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날 "개헌처럼 민감한 사안에 답변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제 불찰로 생각한다"며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아셈회의 참석차 외국에 가셨는데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김문현 헌법재판연구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17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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