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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산폰 무덤 '한국', 단통법 터닝포인트
단통법 수혜 노리는 소니·화웨이, LGU+와 손잡은 애플 등 신작 대기 中
2014-09-12 16:58:04 2014-09-12 17:02:25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리는 국내 휴대폰 시장이 4분기를 기점으로 '터닝포인트'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기회 삼아 국내 시장을 노리는 다수의 해외 제조사와 추가 공급망을 확보한 애플의 신작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소니와 화웨이 등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르면 이달 내 신작 스마트폰의 국내 출시를 목표로 막판 점검에 한창이다. 달라질 유통구조에 국내 시장에서도 충분히 해볼 만 하다는 계산이다. LG유플러스(032640)와 손잡고 기존 KT, SKT 2개사에서 3개사로 공급망을 늘린 애플의 아이폰6 출시 효과도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모바일 시장은 이동통신 3사를 통해 단말기를 판매하는 사실상의 유통 독점 구조다. 온라인 등을 통해 공기계를 판매하는 방식을 선택한 외산폰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하지만 단통법이 시행되면 외산 제조업체들에게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통법은 가입유형과 지역 등에 관계없이 동일한 단말기에 대해 동일한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단통법으로 인해 외산폰에도 현재 이통사를 통해 지급되는 보조금과 비슷한 수준의 요금할인이 제공되기 때문에 불리한 판매조건 속에 고전하던 해외 제조사 입장에서는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기회가 생긴 셈이다.
 
소니는 지난 10일 독일에서 폐막한 ‘IFA 2014’를 통해 공개한 엑스페리아Z3의 국내전파인증을 이달 초 마치고 출시 시기를 조율 중이다. 소니는 과거 국내 유통구조에 막혀 부진을 겪다 지난 2012년 철수했다. 이후 자급제 폰을 통해 전작인 Z2를 내놓는 등 국내 시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만큼 단통법이 해외 제조사에게 주는 이점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세계 저가폰 시장에서 무서운 상승세를 기록 중인 중국 제조사들도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화웨이는 지난 11일 5인치 풀HD 스마트폰 ‘아너6’에 대한 전파 인증을 획득하고 4분기 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인 샤오미의 제품들도 공동구매를 통해 국내에 발을 들여놨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은 현재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가 주를 이루고 있는 단조로운 시장 구조에서 소비자들에게 보다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할 것”이라며 “시장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기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단통법이 이동통신 시장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단통법이 소규모 판매점에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소규모 판매점이 밀집한 서울 영등포와 경기도 부천 지하상가 등에서 소규모 모바일기기 판매점을 운영하는 이들은 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술렁이는 분위기다.
 
영등포에서 소규모 판매점을 운영 중인 김모씨(38)는 “단통법 시행으로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돼 판매점을 찾지 않는 소비자들이 늘어날까 걱정하는 업주들이 많다”며 “소규모 판매점들이 어려워지면 결과적으로 유통망이 얼어붙게 되는데 이런 현상이 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상 처음으로 국내 이통3사 전부를 통해 신작을 출시하는 애플의 영향력 또한 눈여겨 볼 포인트다.
 
애플은 지난 10일 신제품 발표회를 통해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공개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1위를 다투는 애플은 SK텔레콤(017670)KT(030200)를 통해 국내 시장에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지만 낮은 점유율로 고전 중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플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6%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작들과 달리 아이폰6는 LG유플러스라는 유통망까지 업고 시장에 출격한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약 2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LG유플러스와 애플이 발생시킬 시너지는 4분기 이동통신 시장의 또 다른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비록 신작 아이폰 시리즈의 2차 출시국가에서도 한국이 제외되긴 했지만 4분기 내 국내 출시가 유력시되는 만큼 대화면 신무기와 LG유플러스라는 든든한 조력자를 얻은 애플이 국내 모바일 시장에 끼칠 영향은 적지 않아 보인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에선 비교적 적은 점유율을 유지해 왔었지만 국내 이통3사를 통해 제품을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게 된 만큼 4분기는 어느 정도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4분기 국내 시장에 선 보여질 외산폰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애플 '아이폰6', 소니 '엑스페리아Z3', 화웨이 '아너6', 샤오미 '홍미노트'(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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