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추석이 두렵습니다. 사랑하는 가족, 친지들로부터 잘 지내고 있는지, 건강한지 안부 인사를 받게 되는 것 조차 두렵습니다."
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서울역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찾았다. 분주한 발길에게 직접 제작한 세월호 특별판 책자를 배포하고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위한 서명 동참을 권유했다.
세월호 참사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5일 오전 11시부터 서울역사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추석귀향 기자회견'을 갖고 추석 연휴기간에도 특별법 제정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5일 오전 11시 서울역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추석귀향 기자회견'을 열고 귀성객에게 세월호법 처리를 위해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사진=곽보연기자)
이 자리에서 유경근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오늘부터 본격적인 귀성이 시작된다. 고향이 멀고 가는 길이 힘들어도 귀성길이 지겨운 분은 없을 것"이라며 "보지 못했던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과 여야 국회의원들도 추석에는 힘든 일을 미루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우리들은 사랑하는 가족들을 만나는 것 조차 두렵다"고 호소했다.
이어 "세월호 특별법은 당리당락을 내세울 문제도, 이념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참사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이라는 오직 한가지 뜻으로 이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변인은 "유가족들은 단지 우리 문제에만 관심을 두고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사회 우리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해양수산부 차관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세월호 인양문제를 언급했다"며 "아직도 가족을 찾지못해 진도와 팽목항 앞에서 억지로 살아내고 있는 실종자 유족들의 마음을 갈갈이 찢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세월호유족과 시민사회단체 일원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해 주세요' 플랜카드를 들고 귀성객들에 서명 동참을 부탁하고 있다.(사진=곽보연기자)
세월호 유족의 호소와 의지에도 불구하고 세월호법은 여전히 국회에 묶여있다. 두차례의 여야 합의안이 파기됐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가 만나 세차례 면담을 진행했지만 진전된 것은 없었다. 오히려 상처만 남았다.
유 대변인은 기자회견 종료 후 기자와 만나 "지난 1일 3차 협상이 결렬된 이후 최근 새누리당과 따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며 "새정치민주연합과도 만남은 없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요즘 여기저기 민생 돌며 바쁜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이날부터 전국 38개 도시 80개 지역에서 세월호 특별판 책자를 배포하고 귀향길에 오르는 국민들을 만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중요성에 대해 알릴 계획이다.
또 추석 연휴기간(6일~10일)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가족과 국민이 함께 보내는 한가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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