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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만 남긴 새누리-유가족 3차 협상
'예의' 공방에 입장 차만 확인하고 '협상 결렬'
2014-09-01 20:30:17 2014-09-01 20:34:58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서로 간에 예의를 지켰으면 좋겠다."(이완구 새누리 원내대표)
 
 
"유가족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부터 바꿔주셔야 할 것 같다. 유가족을 진심으로 대해 달라."(세월호 유가족)
 
불신의 골은 깊었고 결국 상처만 남았다.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가족이 마주한 세번째 자리는 지난 1차, 2차 면담과 달라질 것이 없었다. 3차 면담은 안 하느니만 못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대표단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누리당 원내대표단과 3차 면담을 가졌다.
 
◇'협상'은 없고 '주장'만 반복된 3차 면담
 
 
1일 오후 4시50분쯤부터 시작한 이번 면담은 고성만 오가다가 5시17분쯤 세월호 유가족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을 박차고 나가면서 종료됐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달라며 해법을 요구하는 유가족에게 새누리당은 '예의'를 운운하며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 원내대표의 '예의' 발언이 나오고 유가족측이 반발하자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나섰다.
 
그는 "우리(새누리당)는 아무 얘기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유족들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우리가 다 줘야지만 협상이 된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는데 우리는 양보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격화되는 분위기에 오히려 기름을 부었다.
 
세월호 유가족의 법률대리인 자격으로 이날 협상에 참석한 박주민 변호사는 주 의장의 발언에 "아무것도 양보할 수 없고, 유가족 입장을 고려할 수 없고, 논의할 수 있는 게 없다면 우리는 왜 여기에 나왔나"라며 개탄했다.
 
이날 면담에 참석한 세월호참사유가족대책위원회 가족들이 가장 먼저 문제로 지적한 것은 지난 29일과 31일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진행한 기자회견 내용이었다.
 
 
세월호 유가족측은 "김 수석부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더 이상 논의할 부분은 없다. 수정과 양보는 없으며 세월호 유족에게 여야 협상안을 설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며 "계속 같은 얘기를 할 거라면 우리를 불러낸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박 변호사도 "유가족들은 두 차례에 걸쳐 새누리당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고, 불신을 털어내기 위한 작업을 했지만 최근 며칠 간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얘기가 있었던 것 같다"며 "회담에서는 여러가지 노력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회담이 종료되면 항상 어지러운 얘기들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주 의장은 "우리 입장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은 양보할 수 있는 것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라며 "김 수석부대표가 기자회견에 나섰던 것은 모 매체에서 전혀 근거 없는 얘기를 했기 때문이었지 언론플레이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유족들은 1차, 2차 협상에서 새누리당이 줄 수 있는 것을 다 줘야 협상이 된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우리는 여지가 거의 없다"며 "진상조사위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원칙을 깨는 일인데 정당으로서 우리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못을 박았다.
 
 
서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세월호 유가족은 "지금 우리가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냐"고 물었고, 주 의장은 "지금까지 우리가 양보한 것들을 다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받아쳤다.
 
 
이런 상황에서 김 수석부대표가 나섰다. 그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특검에 귀속시키는 것은 위헌으로 여당은 그런 법을 만들 수 없다"며 "이러한 입장을 언론에 재차 설명한 것이지 다른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다"며 주 의장의 해명을 되풀이했다.
 
얘기가 여기까지 이르자, 세월호 유족들은 "같은 말의 반복이라면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세월호가족대책위 "여당, 유가족 내부 분열 주도"
 
 
세월호 유가족 측은 협상이 결렬된 뒤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나아가 국회의 모든 일정 진행에 세월호 유가족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처럼 여당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경근 세월호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유족들이 처음 여당과 만났을 때 주장했던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여야가 만나 세월호 특별법을 협상할 때 여당의 안과 야당의 안, 그리고 유가족의 안을 같은 테이블 위에서 논의해달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3자협의체'가 나온 계기다.
 
 
그는 "하지만 여당은 이를 유가족이 의결권을 달라고 한 것처럼 호도했다"며 "그러면 논의 현장에 들어가게만 해달라는 부탁에도 여당은 자유로운 법안 심의가 불가하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과정에서 '유가족이 세월호법 제정을 가로막고 있다'는 여론이 일각에서 조성되면서 유가족의 상처는 깊어지게 됐다.
 
 
유 대변인은 또 유가족들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여당의 움직임도 계속되서 포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일반인 유가족과 단원고 학생 유족으로 나눠 유족 간에 편을 가르고 분열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일반인 유가족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 슬픔에서 벗어나 수습할 때"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울러 "고인과 유가족이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지탄 받지 않게 여야가 특별법 합의안에 대해 결단을 내려 살아남은 자들과 가족들이 아픔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반인 유가족 대표단은 앞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협상안에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유 대변인은 "오늘 일반 유가족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고 새누리당은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며 "유족들 사이에 내분을 일으켜 어쩔 수 없이 끌려오게끔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날 합의점 없이 헤어진 유가족측과 새누리당이 언제 다시 만날지에 대해서는 기약이 없다.
 
유가족측은 이날 오후 6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이 유가족과 국민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버리고 전향적인 자세로 세월호 참사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한다"며 "새누리당이 답을 내놓을 수 없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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