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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비판 책 필사시킨 회사..법원 "문제없다"
2014-08-26 05:00:00 2014-08-26 05:00:00
[뉴스토마토 전재욱 기자]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에게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에 일부 비판적인 시각이 담긴 서적을 소리내 읽게 하고, 이를 반복해서 베껴 쓰도록 한 회사의 방침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이 항소심 판결은 학습지 교사에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법원의 첫판결이 위법하다고 본 재판부에서 한날 같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윤성근 부장)는 전국화학섬유노동조합과 한모씨 등 조합원 3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깨고 "회사의 행위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도서의 일부를 필사하도록 한 것은 현재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나 바람직한 노사관계의 전제 요건 등을 근로자들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출제된 문제는 근로자들이 노조와 노동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나 비판적 견해가 전제된 일부 질문에 대해 동의하거나 동조하는 내용의 답변을 적도록 강요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근로자들이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나 의견이 전제된 문제에 답변하도록 하고, 도서 일부를 필사하도록 해 모멸감이나 불쾌감을 줬을 여지는 있다"면서도 "평가 방식이 일부 부적절한 측면이 있으나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재판부는 같은날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 9명이 "노조 활동을 이유로 위탁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해고"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도 1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 하기도 했다.
 
한씨 등이 일하던 한솔홈데코는 실적개선을 위해 업무 일부를 외부업체에 맡기고 희망퇴직과 이직을 신청하지 않은 직원을 대상으로 2012년 4월부터 교육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회사에서 고른 서적을 소리내서 읽고, 이를 바탕으로 시험을 치러야 했다.
 
시험지는 근로자들에게 '노조는 희생자라고 생각한다, 의무적으로 일한다, 마지못해 한다, 불만에 가득차 있다, 좀비와 같다'는 내용을 시험지에 반복적으로 적도록 요구했다.
 
아울러 '한국노동운동이 버려야 할 패습은 무엇인가', '현대자동차 노조가 강경노선을 추구하며 노사갈등을 빚는 이유' 등을 묻는 문항이 포함돼 있었다.
 
한씨 등은 "노조에 비판적인 교재를 소리내서 읽고, 쓰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교육을 거부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책의 내용을 그대로 쓰게 한 것은 근로자들에게 내용을 암기·주입하려는 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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