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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타이어 '웃고' 합성고무 '울고'..수급 온도차
타이어 수요는 견조..원재료인 합성고무는 공급과잉
2014-08-12 13:51:35 2014-08-12 14:17:14
◇출처=한국타이어.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합성고무와 타이어 업체가 지난 2분기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타이어 3사는 매출액이 감소했음에도 10%를 넘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 내실있는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원재료를 판매하는 금호석유화학과 LG화학은 매출은 물론 수익 면에서 주춤하며 타이어 업체와 대비되는 행보를 보였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의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1133억원, 488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금호타이어는 9.1%, 넥센타이어는 6.4% 영업이익이 늘었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13%, 11%다.
 
업계 1위인 한국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대비 7.4% 감소한 25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15.1%로 업계 최고를 기록, 2분기 연속 15%를 넘기며 수익성 면에서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타이어 업계, 원재료 값 부담 완화에 영업익 고공행진
 
타이어 업체들이 영업이익률에서 고공행진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원자재 가격 하락과 견조한 타이어 수요로 요약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분기 천연고무와 합성고무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10.9% 하락했다.
 
타이어 업체 입장에선 원자재 값이 내린 만큼 수익성을 확보할 여지가 커지게 되는데, 지난 2분기는 원화 강세를 상쇄하고도 이익이 날 정도로 원재료 효과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에서 타이어 수요가 호조세를 보이는 등 자체 수급 상황도 개선된 게 컸다는 분석이다. 런던 매니지먼트 컨설팅의 세계 타이어 시장 전망에 따르면, 올해 유럽과 북미 지역의 타이어 수요는 각각 4억2800만본, 3억2600만본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대비 각각 3.6%, 1% 증가한 수치다.
 
특히 유럽의 경우 지난 2012년 4억1500만본에서 지난해 4억1300만본으로 역성장했다가 올해부터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과 유럽 지역의 수요 회복 신호는 앞서 발표된 금호타이어의 지난 1분기 지역별 판매 실적에서도 감지됐다. 금호타이어는 1분기 유럽과 북미에서 각각 1140억원, 1992억원의 매출고를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 15% 증가한 수치다.
 
◇합성고무 업계, 판가하락에 수익성 '비상'
 
반면 원재료 공급 업체들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세계 1위 합성고무 생산능력을 보유한 금호석유화학은 2분기 합성고무 사업에서 47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 전분기 대비 6.4% 감소한 수치다.
 
합성고무 분야에서 후발주자에 속하는 LG화학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LG화학은 고무·특수수지 부문에서 406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고무·특수수지가 석유화학 전체 사업부문에서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은 2분기 9%로, 지난해 2분기 대비 1%포인트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두 업체 모두 지난 4~5월 두달 간 합성고무 가격이 곤두박칠 치면서 수익성이 바닥을 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합성고무의 원료가 되는 스타이렌부타디엔 고무(SBR)와 부타디엔 고무(BR)는 지난 4월 각각 톤당 1735달러, 180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6월 두 제품 모두 톤당 1800달러 선을 넘으며 가까스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4~5월의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2분기 합성고무 사업에서 70~8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LG화학은 나프타분해시설(NCC)을 통해 합성고무의 원료가 되는 부타디엔(BD)을 확보하는 등 수직계열화 체계여서 금호석화보다 손실 규모는 작지만, 수익성이 나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진단했다.
 
◇합성고무 업계, 공급과잉·천연고무 풍년에 발목..가격 주도권 타이어 업계로
 
타이어 업체들의 선전에도 합성고무 가격이 급락한 배경에는 합성고무 업계 내부의 수급 문제가 첫손에 꼽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BR(40만톤), SBR(112만톤)의 증설이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아시아 지역의 BR 수요는 190만톤 이내인데 반해 생산능력은 260만톤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능력이 수요량의 70만톤을 초과한 공급과잉 상태라는 얘기다. 다행히 올해는 신규 증설 물량이 없지만, 시장에서는 증설 물량을 소화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천연고무 작황이 풍년인 점도 합성고무 가격에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합성고무와 합성고무는 대체제 관계로, 합성고무는 천연고무의 가격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올해는 천연고무의 작황이 좋아 공급과잉 규모가 65만2000톤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세계 최대 고무 생산국인 태국이 올해 20만톤 규모의 재고를 처분할 계획이어서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천연고무 가격이 올라야 합성고무 가격도 오르는데, 올해는 천연고무가 풍작이어서 큰 폭의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설상가상으로 합성고무마저 공급 상태여서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자체 수급문제 탓에 원재료를 구매하는 타이어 업계에 가격 협상의 주도권이 넘어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타이어-합성고무 업계 희비, 당분간 지속
 
전문가들은 당분간 합성고무와 타이어 업계의 엇갈린 희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합성고무 공급 과잉이 해소되는 시점이 불투명한 탓에 회복세가 더디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석제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는 지난달 중순 열린 2분기 기업설명회에서 "중국에서 2012~2013년 증설이 이뤄졌고, 천연고무의 업황이 좋아 상대적으로 합성고무가 부진했다"면서 "천연고무의 재고가 줄고 있고, 합성고무의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까지 합성고무의 신·증설이 많았던 데다 천연고무의 작황까지 풍작이어서 타이어 업체들은 원재료비 부담을 던 반면 합성고무 업체들은 실적 부진에 직면했다"면서 "다행이 타이어 수요가 살아나는 추세여서 합성고무도 시차를 두고 서서히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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