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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리모델링 지원형 장기안심주택 실효성 '논란'
집주인에 노후주택 리모델링 지원 대신 6년간 보증금 '동결'
계약자 6명 불과.."차라리 수리비 내고 말지"
2014-08-08 12:55:46 2014-08-08 15:51:40
[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서울시가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보증금 인상을 제한하는 임대주택을 공급했지만 사업 초기부터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증금 인상을 포기하는 대가로 주어지는 리모델링 비용 지원이 집주인에게 큰 혜택으로 다가오지 못 한다는 인식에서다.
 
8일 시 산하 SH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30가구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리모델링 지원형 장기안심주택'을 계약한 가구는 고작 6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모델링 지원형 장기안심주택'은 노후·불량한 민간주택에 대한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해 집주인의 주택 가치를 높이는 한편, 6년간 전세보증금 상승을 제한하는 주택으로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 계획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건축연한 15년 이상, 전용면적 60㎡이하 보증금 1억5000만원 이하 전세주택을 보유한 집주인이면 신청이 가능하며, 전세금 총액에 따라 최대 1000만원까지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해준다. 시는 대상이 되는 전세주택의 보증금 범위를 1억8000만원까지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지원 대상 공사 항목은 ▲방수 ▲지붕 ▲단열 ▲창호 ▲목공사 ▲조적, 미장 ▲타일 ▲난방 ▲보일러 ▲상·하수 ▲전기 등으로 단순 도배 및 장판 교체, 가구공사 등은 제외다.
 
리모델링 공사 이후 SH공사가 지정한 세입자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나면 입주대상자가 입주한 날로부터 6년간 보증금을 동결해야 한다.
 
시 관계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매년 5%까지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는데, 6년간 5%씩 인상했을 때의 인상분과 공사비 지원금을 비교했을 때 지원금액이 훨씬 큰 것으로 나왔다"며 "때문에 비용을 지원해주는 대신 보증금을 인상하지 말고 저렴하게 세입제에게 공급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심차게 시작된 사업은 외면받고 있다. 애초부터 세입자의 주거복지와 집주인이 추구하는 수익의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한 채 무작정 공급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모델링은 보통 집주인이 주택 가치를 높여 임대료를 더 받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 되는데 공사비 1000만원을 지원 받기 위해 6년 동안 보증금을 동결 할 집주인은 흔치 않다. 
 
전세난이 심각 한 상황에서 재계약 때마다 전셋값을 올려도 세입자가 몰리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양순필 착한정치 협동조합 운영위원장은 리모델링 지원형 장기안심주택 자문희의에서 "공공성이 가미된 좋은 제도로 확대할 필요성은 있으나 6년간 전세금을 올리지 않는 것은 주택 소유자에게 큰 제약이므로 임대기간 동안 재산세 감면 등 추가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채란 변호사는 "리모델링 이전 전세금을 기준으로 공사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전세금이 3~5% 정도 상승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는 물가상승률 정도로 보증금 인상을 허용하거나 공사비를 최대 3000만원까지 상향하는 유인책들을 강구하기도 했지만 아직 반영되지는 않고 있다.
 
실제로 10년 동안 연 5% 이상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규제하는 대신 취득세와 재산세 등 조세 감면 혜택과 주택기금 융자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준공공임대주택 역시 비슷한 이유에서 실적이 저조한 상태다. 지난해 12월부터 사업을 시작한 지 반 년이 넘어가지만 등록실적은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123가구 뿐이다.
 
KB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서울 소재 주택의 연간 전셋값 상승률은 7.12%로 이미 5%를 훌쩍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집주인의 참여가 중요한 사업인데 집주인이 예상한 임대수익이 1000만원을 넘는다면 굳이 리모델링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그 언저리여도 참여를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차라리 내 돈으로 고치고 임대료를 더 받는 게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 같다"고 짚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단순 도배 장판이 아니라면 3.3㎡ 100만원 정도만 잡아도 전체적인 공사 비용이 1000만원 이상 든다"며 "전세난이 심해 가만히 있어도 전세금을 올려 받을 수 있는데 공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다 전세금까지 못 올리게 한다면 참여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SH공사가 지정한 시공업체가 공사 범위나 견적 등을 내고 참여하는 것으로 볼 때 영세한 인테리어 업체들을 살리겠다는 취지도 있었던 것 같은데 한 번에 많은 것들을 잡으려고 하다보니 이도저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아직 시범사업이고 본연의 취지는 좋은 만큼 어떤 식으로 개선될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는 이달 중 리모델링 지원형 장기안심주택 30가구를 추가로 모집할 계획이다.
 
◇ 노후 주택과 인근 인테리어 업체 전경 (사진=방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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