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기자의 눈)과징금만 1조원..'공정거래' 건설사만의 몫인가
2014-07-29 11:30:03 2014-07-30 18:02:04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은 깐데(?) 또 까는 격."
 
"최저가로 발주하고 과징금으로 거둬들이니 정부가 공사를 공짜로 한 것과 다를 게 없다. 남는 것 없이 오히려 담합이라는 오명만 남았다." 
 
다소 격한 표현이지만 그대로 분위기를 전해본다.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을 참여한 대형건설사 임원들의 하소연이다. 건설사의 수난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4대강 1차 턴키입찰 담합으로 1115억4100만원의 과징금을 부여받은 건설사들은 올해 1월 인천도시철도 2호선 입찰담합으로 1322억8500만원, 4월 경인운하 입찰담합 991억2100만원에 이어 대구도시철도 3호선 입찰담합 401억9700만원,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구간 입찰담합 122억3900만원 등 14개 사업에서 건설사 46곳이 45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최근에는 호남고속철도 사업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이 담합 혐의로 4354억7000만원이라는 역대 건설업계 담합사건 중 가장 많은 액수의 과징금 폭탄이 떨어졌다.
 
이렇게 잇단 담합사건으로 건설업계의 누적 과징금은 9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현재 조사 중인 한국도로공사의 터널공사, 한국가스공사의 주배관공사 등이 담합혐의 확정시에는 천문학적인 과징금 규모인 1조원은 족히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공정위의 담합 판정은 곧바로 발주처의 입찰참가 자격제한과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실무를 담당했던 해당 건설사 임직원은 형사처벌로 재판을 받는 것은 물론 자연스럽게 옷을 벗어야 한다. 이제는 재판을 받으러 나갈 담당자도 없을 지경이다.
 
건설업계는 각 업체별 500억~1000억원의 누적 과징금에 이어 검찰조사와 형사처벌, 관련 행정소송과 입찰참가제한 등 연이은 제제에 숨통이 조여 온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우 대형건설사를 제외하고는 공사를 추진하기 어려운 특성상 참여 건설사가 한정돼 있고 공구를 분할하는 발주방식 상 일정부분 담합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건설사의 담합과 비리는 반드시 단죄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과연 이들의 담합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난과 처벌에만 집중하는 것이 모든 것을 끝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올바른 해결책인지 의문스럽다.
 
몇몇 건설사들의 문제라면 이 같은 처벌이 옳을 수도 있겠지만 건설업을 대변할 수 있는 절반에 가까운 규모가 잇단 담합 조사에서 혐의가 여실히 드러났다. 어찌 보면 이것은 건설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건설 산업 전반의 자화상, 제도의 구조적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건설업계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공사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국책사업을 한꺼번에 발주하기 급급하고, 최저가입찰제, 실적공사비제도 등 여전히 미흡한 입찰 제도로 담합의 빌미를 제공한 정부와 발주처는 책임이 없는지 묻고 싶다.
 
또 담합 이후에는 리니언시 제도(자진신고 감면제도)라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흑자 낸 기업들을 오히려 역차별 하거나 불균형하게 과징금을 면제하는 등 모순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는 논란도 무시할 수는 없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했다. 소위 '갑'에 위치하고 있는 발주처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건설사끼리 공정거래를 외치는 것은 허공 속 메아리일 뿐이다. 담합과 비리로 얼룩진 건설업계를 공정거래를 준수하는 건설업계로 바꾸기 위한 노력은 비단 건설사 혼자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