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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의 시대, 표절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나
2014-07-21 12:46:38 2014-07-21 12:51:15
◇프로듀서 프라이머리가 표절 시비에 휘말렸던 곡들의 저작권을 해외 원작자와 공동 분배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아메바컬쳐)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복제의 시대다. 매체의 발달로 인해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고, 이와 함께 수많은 복제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이제 콘텐츠의 소비와 복제엔 국경도 없다. 워낙 많은 콘텐츠들이 소비되다 보니 해당 콘텐츠가 복제물인지 아닌지를 판별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 각 분야에선 자연스레 표절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표절 논란에 시름하는 노래와 드라마..기사 베끼는 경우도 있어
 
프로듀서 프라이머리가 최근 표절 시비에 휘말렸던 곡들의 저작권을 해외 원작자와  나눠갖기로 했다. 프라이머리가 지난해 개그맨 박명수와 함께 발표한 노래 '아이 갓 씨'는 네덜란드 가수 카로 에메랄드의 노래 '리퀴드 런치'(Liquid lunch)와 비슷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또 프라이머리가 작곡하고 가수 박지윤이 부른 노래 '미스터리' 역시 카로 에메랄드의 '원 데이'(One day)와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 가요 관계자는 “표절 여부를 떠나 표절 문제로 인해 법정까지 가게 되면 유무형적인 손해를 보게 된다"며 "합의를 하려는 양측의 의사가 있다면 저작권을 공동 분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요계가 표절 시비 때문에 떠들썩했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진영이 작곡한 god의 노래 '어머님께', 홍진영이 작곡한 이승철의 '소리쳐', 양정승이 작곡한 이승기의 '가면' 등이 '아이 갓 씨'와 비슷한 이유로 논란에 휩싸였다.
 
방송가의 경우, 최근까지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둘러싼 표절 논란 때문에 시끄러웠다. 이 드라마가 자신의 만화 '설희'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던 만화가 강경옥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가 지난달 소를 취하했다.
 
노래와 드라마 뿐만이 아니다. 노래와 드라마의 표절 논란에 대해 보도하는 기사들 마저도 표절의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경우가 많다. 특히 트래픽 경쟁이 치열한 연예계엔 다른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을 그냥 가져다쓰는 주인 없는 기사들이 많다. 이런 기사들엔 보통 기자의 이름이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러나 기사를 접하는 대중들의 입장에선 어느 기사가 실제 취재를 바탕으로 한 기사인지, 베낀 기사인지를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표절의 기준은?
 
표절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해당 작품이 원작과 얼마나 비슷하냐를 따지는 실질적 유사성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작품의 창작자가 원작을 실제로 보고 베꼈을 가능성을 따지는 접근성이다.
 
하지만 이런 기준들이 결국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판별될 수밖에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두 작품이 실질적 유사성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유사한 부분이 어느 부분이냐, 그 내용이 해당 작품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표절 여부에 대한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노래로 치면 도입부가 비슷한 것과 후렴구가 비슷한 것을 같은 비중으로 따질 수는 없다는 얘기다.
 
또 접근성의 경우 표절 논란에 휩싸인 창작자가 "나는 그 작품을 본 적도, 베낀 적도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이를 눈에 보이는 증거를 통해 증명하거나 반박할 길이 없다는 데 허점이 있다.
 
한 싱어송라이터는 “지금의 기준으로는 사실 제3자의 입장에선 표절을 판별해내기가 쉽지 않다”며 “결국 창작자 본인의 양심에 맡겨야 할 문제다. 창작자로서의 양심이 있다면 남의 것을 베끼진 말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표절 문제를 창작자의 양심에만 맡겨둘 순 없는 노릇이다. 표절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은 있어야 하는 이유다.
 
◇"명확한 가이드 라인 마련해야" vs. "창작 의욕 저하시켜"
 
이 때문에 관계자들 사이에선 표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애매한 표절 기준 때문에 애꿎은 창작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원작자와의 공동 저작권에 합의한 작곡가들의 경우에도 그들이 표절을 인정했다거나 그들이 반드시 표절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실제로 표절을 하진 않았지만,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그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 그러나 표절 여부와는 별개로 그들에겐 표절 작곡가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어 피해를 입게 된다.
 
표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표절 여부를 따지는 대상이 예술 작품인 탓에 딱딱 떨어지는 기준을 만들어내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표절과 관련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하더라도 과연 실효성이 있겠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일각에선 표절에 대한 규정 강화가 오히려 창작자들의 창작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전세계로 따지면 셀 수도 없이 많은 신곡들이 매일 나올텐데 그 노래들과 전혀 다른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 그 많은 노래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표절이냐 아니냐를 판별하겠냐"며 "그런 기준 하나하나에 신경 쓰다보면 창작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창작자들이 저작권에 대한 좀더 명확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데는 많은 관계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표절을 어떻게 판별하고 표절을 한 창작자를 어떻게 처벌할지보다는창작자들이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기를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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