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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 원재료 값 하락에도 웃을 수 없는 이유는?
2014-07-17 17:09:06 2014-07-17 17:13:25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 초부터 지속된 원재료 가격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철강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철강산업은 원재료 비중이 높은 산업 중 하나로 보통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 이익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수요처의 가격 하락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기 힘든 상황이다. 조선, 건설 등 철강 전방산업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수요처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와 철강업계는 3분기 철근 가격을 톤당(고장력 10㎜) 68만5000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톤당 2만5000원 낮은 수준이다.
 
국내 철강사의 철근 공급가격이 60만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8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철강 전방산업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타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서도 가격 인하 요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강판 최대 수요처인 현대·기아차의 경우 원화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인 데다, 원재료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가격 하락에 대한 명분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분기 현대제철에 자동차강판 공급 가격 인하를 요구해 톤당 8만~9만원 가격을 낮춘 바 있다.
 
후판과 H형강은 저가 수입재 공세가 강화되면서 국산 제품의 유통가격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낮은 가격을 무기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수입재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철강업체들은 가격할인으로 맞불을 놓는 전략을 시행했지만 이제는 한계치에 달해 더 이상 가격을 낮출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3년 전만 해도 톤당 100만원을 호가했던 후판의 경우 현재 톤당 60만원 중반대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H형강 수입량은 24만7649톤으로, 전년 동기(20만4726톤) 대비 21.0% 늘었다.
 
같은 기간 후판 수입량은 63만7858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8만958톤보다 32.6% 급증했다.
 
특히 H형강의 경우 불량재 수입이 크게 늘면서 건설 안전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관세청은 지난달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 간 철강재 원산지표시 일제단속을 실시해 20개 업체, 997억원 상당의 위반사례를 적발한 바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 2분기의 경우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잠시나마 숨통이 트였지만 하반기 가격 협상이 시작되면서 수요처의 가격 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며 "수요처의 가격협상력이 높아지면서 가격 인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 초부터 지속된 원재료 가격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수요처의 가격 인하 요구가 잇따르면서 철강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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