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박 대통령 '세월호 참사 처방전' 산너머 산
입법조사처 "법리적 근거·타당성 찾기 어려워"
"정부조직 개편 맹신은 일종의 미신" 비판도
2014-07-06 09:00:00 2014-07-06 09:00:00
[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세월호 참사 발생 한 달여가 지난 5월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 안전을 위한 대책과 국가개조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처방전으로 해경 해체·국가안전처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관피아' 방지를 위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공직사회의 부정청탁 근절을 위한 '김영란법', 세월호 특별법 등을 제시하고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공을 이어받은 국회는 각 법안에 대해 여야 개별적으로, 또는 협조 하에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정부·여당 "해경 해체" , 野 "존치" 맞서
 
당내 정부조직개편특위에서 활동 중인 조정식,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3일 '정부조직법(정부안)에 대한 입법조사요구'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의 회답 내용을 공개했다.
 
입법조사처는 지난 1일 "국가안전처의 정부조직체계상 문제, 세월호 참사와 무관한 별도 인사기능 관장 조직 신설, 교육·사회·문화 부총리 신설 필요성, 소방방재청·해경 폐지 타당성 등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의견을 제시했다.
 
이중 국가안전처 신설은 국무총리 산하 다른 처와 달리 장관급으로 설정하는 근거가 미흡하며 처의 경우 조직체계상 독자적 법안 제출권이 없고 외청을 설치하기도 어렵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교육부총리 신설은 지난 정부에서 '헌법상 명시적 근거가 없고, 조율 영역 및 수단 등 실효성이 미약하다'는 근거로 폐지한 바 있으며 교육부총리 신설이 세월호 참사에 따른 국가개조의 방향과 부합하는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첨부돼있다.
 
지난 2일 새정치연합이 개최한 관피아 방지 토론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정부조직을 개편하면 달라질 것이라는 것은 일종의 미신 아닌가 한다"며 정부의 접근법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 5월 19일 청와대에서 대국민담화 중인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일 당내 특위에서 '국민안전부를 신설하고 해경을 그 외청으로 존치'하는 내용의 자체 정부조직 개편안을 내놓은 상태다. 사실상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반대한 것이다.
 
이에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정부조직이라는 것은 국정운영의 기본적인 방향과 철학이 담겨있는데 정부가 야당의 틀에 맞춰 국정을 운영한다면 도대체 국정운영의 주체가 누구란 말이냐"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2일 첫 여야 정책위의장 주례회동을 마친 우윤근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다음 주례회동 의제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김영란법' 범위축소와 조속 시행, 사실상 모순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 이어 정의화 국회의장과의 만남, 지난달 30일 수석비서관회의 석상에서도 '김영란법'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상을 너무 광범위하게 잡는다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으므로 정치권과 고위층부터 먼저 모범을 보이자"며 적용대상 축소·조속시행 입장을 밝혔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이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국회는 청와대가 지시한다고 해서 그 지시대로 법을 통과시키는 곳이 아니다. 이런 청와대의 지시와 행동들은 21세기 대한민국의 위상에도 맞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김영란법의 정부안 통과를 당부했지만 이는 '대가성 유무에 관계없이 처벌한다'는 권익위 입법예고안과는 다른 '짝퉁 김영란법'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에는 적용대상 범위를 축소해달라고 주문하며 대통령이 말을 바꿨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언급은 김영란법을 현실에 맞게 적용하자는 취지이지 원안을 훼손하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영란법'의 고안자인 김영란 전 대법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 적용) 범위를 한정하려면 법을 전체적으로 다시 손 대야 해서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하위 공직자와 고위 공직자의 지켜야 될 규범의 차이에 대하서도 더 깊은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해 범위 축소와 조속한 시행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도 지난 5월 박 대통령의 특별한 요청에 법안심사소위를 잇따라 열고 의견을 나눴으나 '직무관련성 없이 100만원 이상 금품수수하면 형사처벌하는 권익위 입법예고안 수용' 등의 의견을 후반기 정무위에 권고하기로 하고 6월 국회로 처리를 미뤘다.
 
당시 법안소위 위원장이었던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회의를 통과할 때 빈 껍데기만 남았다고 해서 법안에 이런 내용이 담겨져 있는 줄 전혀 몰랐다"며 여론에 밀려 무리하게 법안통과를 시도했다고 시인했다.
 
다시 열린 후반기 정무위는 '법안소위 복수화', '국가보훈처장 막말' 등으로 파행하는 가운데 오는 10일 관계 기관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김영란법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여야 모두 세월호 참사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정부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의 처방전에 극명한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어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병폐 치료를 위한 특효약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