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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안고 가면서 인적쇄신? 朴 대통령의 '마이웨이'
문 후보자 의사 반영 장관교체..지명철회 없어
빗발치는 사퇴요구 '모르쇠'..'총리 임명' 쐐기
2014-06-13 16:06:28 2014-06-13 16:10:36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7개 부처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함으로써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이후 약속했던 인적쇄신을 완료했다.
 
국무총리와 청와대 참모진에 이어 내각을 순차적으로 바꾼 이번 3단계 인적쇄신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선 박 대통령이 장고 끝에 지명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망언 파문으로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어 첫 단추부터 잘못 꿴 형국이다.
 
문 후보자는 과거 강연 등에서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이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사과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여당 내에서도 자진사퇴 요구..인사참사 재연
 
이에 야권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조차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김용준·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 등이 낙마했던 인사 참사가 재연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문 후보자 총리 지명으로 정국의 혼돈이 극심한 상황임에도 박 대통령은 문 후보자 지명을 철회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단행된 장관 인사는 정홍원 국무총리와 문 후보자가 협의과정을 거친 것으로 문 후보자를 총리로 취임시키는 것을 사실상 확정하고 판을 짠 것이다.
 
이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내각개편은 현 총리(정홍원)가 총리 내정자(문 후보자)와 협의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직은 박 대통령이 공언한 3단계 인적쇄신의 출발점이자, 개편의 마침표였던 내각을 통할하는 엄중한 자리다.
 
박 대통령은 이런 직책에 역사관이나 사상의 균형성 등이 검증되지 않은 문 후보자를 지명한 것에서 더 나아가 사퇴요구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그를 위한 내각까지 구성했다. '소통부재'라는 박 대통령의 오랜 고집이 다시 한 번 확인되는 대목이다.
 
◇극우·친일사관 총리 부적격 사유 아니다?
 
또 지탄을 받고 있는 문 후보자의 극우·친일사관 정도는 총리 낙마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을 박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문 후보자 역시 지난 교회 강연을 보도한 KBS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혀 물러나지 않고 청문회에 임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다만, 박 대통령으로서는 사상 초유로 기록된 총리 후보자의 2회 연속 낙마가 안겨주는 부담감 때문에 '억지 춘향'식으로 문 후보자를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인적쇄신은 '문창극 구하기'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특징과 절차에 있어서도 한계를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5명의 수석비서관이 교체된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선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며 정권의 실세로 지목되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유임됐다. 김 실장은 야권이 강력히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인물이다.
 
아울러 신박(新朴)으로 통하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정무수석·경제수석에 임명돼 친정체제 강화 의지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친박 핵심들 정부·청와대 대폭 투입
 
이어 마지막 조처였던 중폭 개각에서도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경제부총리에 내정돼 정부와 청와대엔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대폭 투입됐다.
 
결국 박 대통령의 주변에 인(人)의 장막이 쳐진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더 절실히 요구되고 있지만 정부와 청와대에 자신의 스타일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을 보위하듯 배치시킨 셈이다.
 
또 신임 국무위원 제청권을 곧 물러날 정홍원 총리와 행사했다는 점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책임총리제가 여전히 국정운영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 비판을 받는다.
 
정 총리가 문 후보자와의 협의를 거쳐 박 대통령에게 제청했다는 청와대의 설명이 있었지만 야권은 이를 신뢰하지 않는 눈치다.
 
금태섭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에 대해 "책임총리라는 말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국무총리가 헌법에 규정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오는 16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험난한 인사청문회가 예상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바로 그날 엿새 일정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오른다. 박 대통령의 마이웨는 계속되는 분위기다.
 
◇망언 논란에 휩싸인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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