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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의 가요별점)GD와 떨어져 더 빛나는 태양
2014-06-03 12:30:49 2014-06-03 12:35:15
◇두 번째 솔로 정규 앨범을 발표한 빅뱅의 태양. (사진=YG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빅뱅의 멤버 태양의 두 번째 솔로 정규 앨범이 3일 나왔습니다. 지난 2010년 정규 1집을 낸 뒤 다음 앨범을 낼 때까지 4년이나 걸렸네요. 팬들로선 그 기간 동안 태양의 새 앨범을 오매불망 기다려야 했지만, 태양이 이번 앨범에 그만큼 많은 공을 들이고 고민을 했다는 얘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YG의 양현석 대표는 앨범 발매를 앞두고 “전곡이 타이틀이라고 해도 무관할 만큼 명반이라 생각되는 앨범”이라고 말했는데요. 그 정도의 자신감을 나타낼만한 결과물들이 나온 것 같습니다.
 
1번 트랙의 인트로를 비롯해 총 9곡이 실린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눈, 코, 입’입니다.
 
태양이 그동안 내놨던 솔로 히트곡으로는 ‘나만 바라봐’, ‘I need a girl', ‘웨딩드레스’, ‘링가링가’ 등을 꼽을 수 있고, 이 곡들의 공통점은 태양의 화려한 댄스 퍼포먼스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죠. 근육질의 몸매와 뛰어난 댄스 실력, 그리고 소울풀한 목소리가 태양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데요.
 
새 노래인 ‘눈, 코, 입’에서 태양은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승부를 겁니다. 별다른 퍼포먼스 없이 노래를 부르는 태양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눈, 코, 입’의 뮤직비디오를 봐도 태양이 목소리 자체의 매력을 전하는 데만 집중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태양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팀 동료인 지드래곤인데요. 동갑내기 친구인 두 사람은 빅뱅의 태양과 지드래곤이 되기 전, 연습생 동영배와 권지용이던 시절부터 동고동락을 해왔습니다. 작사와 작곡 활동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지드래곤은 빅뱅의 히트곡 뿐만 아니라 자신의 솔로 앨범 수록곡들을 직접 써냈습니다. 지난해 말 발표됐던 태양의 ‘링가링가’도 지드래곤의 작품이었는데요.
 
‘링가링가’는 충분히 매력적인 곡이었습니다. 하지만 곡의 분위기에서 지드래곤의 색깔이 강하게 느껴지는 노래였고, 태양이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반면 ‘눈, 코, 입’은 잔잔한 피아노 멜로디를 통해 태양의 감미로운 목소리의 매력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태양이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 생각됩니다. 화려한 댄스 퍼포먼스로 인기몰이를 했던 태양에게 이와 같은 차분한 느낌의 음악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태양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 보컬리스트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빅뱅의 다섯 멤버가 모두 뭉쳤을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는 건 변함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태양은 이번 노래를 통해 지드래곤의 감각적인 프로듀싱과 탑의 묵직한 랩, 대성의 속 시원한 고음, 승리의 에너지가 없이도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충분히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빅뱅의 태양(왼쪽)과 지드래곤. (사진=YG엔터테인먼트)
 
4번 트랙엔 태양과 지드래곤이 함께 부른 'Stay with me'가 실려 있습니다. 지드래곤이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인데요. 앨범 전체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세련된 곡을 지드래곤이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지드래곤, 태양, 승리가 함께 불렀던 승리의 솔로 앨범 수록곡인 'Let's talk about love'와 비교를 한다면 'Stay with me'는 태양이 가진 보컬리스트로서의감성적인 면을 더 잘 살린 노래입니다. 지드래곤은 감각적인 랩핑을 보여주고, 태양은 소울풀한 목소리로 멜로디 라인을 이끕니다.
 
5번 트랙엔 펑키한 리듬의 '아름다워'란 곡이 실렸습니다. 그렇죠. 그래도 빅뱅 태양의 앨범인데 이렇게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신나는 노래가 수록돼 있어야죠.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인상적인 노래인데요. 클럽에서 인기가 높을 것 같습니다.
 
7번의 트랙은 '이게 아닌데'입니다. 이 곡 역시 타이틀곡인 '눈, 코, 입'과 같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태양은 잔잔한 멜로디의 이 곡에서 목소리에 힘을 빼고 노래에 진심을 담았습니다. "깊은 상처를 남겼던 네가 미워졌다기보단 더 보고싶다. 아쉽다기보단 너무 그립다. 이게 아닌가, 이게 아닌가"와 같은 가사가 감성을 자극합니다.
 
8번 트랙의 '버리고'와 9번 트랙의 'Love you to death'는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작사에 참여한 곡이라 눈길을 끄는데요. 두 곡의 가사부터 살펴 볼까요?
 
'버리고'의 가사입니다. "눈을 가리던 많은 욕심도, 손에 가득한 이기심도, 너에게 가는 길에 모든 걸 버리고. 지난날은 버리고."
 
그리고 'Love you to death'의 가사입니다. "다 너 때문에 망가져 가는데. 너 아님 안돼. 날 원하지 않는 널 원하는 게 내 죄라면 달게 벌을 받을게. I'm gonna love you to death."
 
두 곡 모두 사랑에 대한 감정을 애절한 방식으로 표현해냈습니다. '버리고'는 강렬한 록기타의 사운드가, 'Love you to death'는 몽환적인 느낌의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인데요. 그루브가 느껴지는 태양의 보컬이 이런 사운드와 어우러지면서 절절한 감정을 잘 살려냈습니다.
 
3번 트랙의 '새벽 한시'와 6번 트랙의 '링가링가'는 이번 앨범이 발매되기 전 이미 공개돼 팬들에겐 익숙한 노래들이죠. '새벽 한시'는 강렬한 드럼 비트가 인상적인 애절한 느낌의 곡이고, '링가링가'는 리드미컬한 멜로디의 힙합곡입니다.
 
태양의 앨범 수록곡들은 발표되자마자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의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빅뱅이, 그리고 태양이 다르긴 다르네요. 대중성면에서도, 음악성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만한 앨범을 내놨습니다. 태양으로선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화려한 퍼포먼스를 배제하고 목소리만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실험에서도 성공을 거뒀습니다. 태양은 오는 8월 일본에서 솔로 가수로 데뷔한 뒤 투어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인데요. 일본으로 떠나기 전, 국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통해 팬들과 자주 만났으면 좋겠네요.
 
< 태양 정규 2집 'RISE' >
대중성 ★★★★☆
음악성 ★★★★☆
실험성 ★★★★☆
한줄평: 클래스를 입증한 빅뱅의 리드 보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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