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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홍철 투자공사사장 거취, 재정입법 최대 걸림돌
새누리 "책임지고 사퇴시킬 것"..정부 대응은 미온적
현오석 부총리 "사장에 적합" 주장..해임건의 안해
2014-04-18 16:33:35 2014-04-18 16:37:38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의 거취문제가 상반기 재정입법의 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국가재정법과 세법 등 재정법안을 심의 의결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가 안 사장의 거취문제 때문에 공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
 
기재위는 18일 오전에 개최하기로 했던 전체회의를 회의시작 직전에 긴급히 취소하고, 안 사장의 사퇴여부에 따라 위원회 일정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진도 세월호 침몰참사의 영향도 있지만, 회의가 시작 직전에 취소된 이유는 안 사장 문제가 핵심이었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은 "(세월호 사고로) 상황이 좀 그러니 어제(17일) 나성린 의원(여당 간사)에게 회의를 하지 말자고 했는데, 나 의원이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자며 회의를 열자고 했다"면서 "그런데 지금 사고가 진전이 없는데 회의를 열어서 안홍철 문제로 볼썽사납게 그러는 건 안되겠다 해서 회의를 안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법안심사의 문제가 아니라 안 사장의 거취문제를 놓고 정치적인 논쟁을 벌이는 것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것.
 
이에 따라 기재위는 일단 오는 23일 전체회의에서 우리금융 분리매각에 대한 세제혜택을 적용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만 '원포인트'로 처리하기로 하고, 다른 법안과 안건은 안 사장의 거취가 결정 된 후에 심의한다는 계획이다.
 
(사진=뉴스토마토)
 
◇ '종북몰이'했던 공공기관장 자진사퇴 요구
 
다소 생뚱맞은 한국투자공사 사장의 거취문제가 기재위에서 논란이 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임시국회가 시작된 시점에서부터였다.
 
안홍철 사장이 지난 대선 직전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종북주의자'로 지칭하고, 안철수 대선 후보를 '후랑켄 철수'라고 조롱하는 등 야권을 비방하는 글을 1만여건 가까이 작성한 것이 드러난 것.
 
상당수가 야권비방내용이며 일부 허위사실의 유포도 확인되면서 투자공사 사장의 임명제청권을 가진 기획재정부를 감사하는 기재위를 중심으로 야권의 안 사장 사퇴요구가 빗발쳤고, 급기야 2월 상임위 일정도 파행으로 처리됐다.
 
당시 2월 국회에서 열릴예정이던 역외탈세관련 공청회, 국세청법 공청회도 일부 세법개정안들과 함께 4월 임시국회로 미뤄졌다.
 
급기야 야당이 안 사장의 거취문제를 위원회 일정과 연동, 강력하게 사퇴를 요구하면서 4월 국회 들어서는 여야 합의까지 이뤄졌다.
 
지난 9일 여야 기재위 의원들은 안 사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임명권자에게 적절한 조취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데 합의했다.
 
18일 열릴 예정이전 기재위 전체회의에서도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 사장의 임명과 관련한 보고를 하는 안건이 포함됐었다.
 
◇여야 합의촉구에도 꿈쩍 않는 정부.."사장 적임자" 두둔
 
문제는 여야가 합의까지 하면서 한 목소리로 안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임명권자와 안 사장 스스로는 전혀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다.
 
현오석 부총리는 18일 기재위 전체회의에 앞서 의원들에게 배포한 '한국투자공사 사장 임명관련 보고'에서 안홍철 사장 임명에 문제가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
 
현 부총리는 "안홍철 사장은 해외 자산운용과 국제금융 관련 분야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있어서 한국투자공사 사장 업무를 수행하는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임명이 적합했음을 강조했다.
 
이어 현 부총리는 "(안홍철 사장이) SNS를 통해 사려깊지 못한 의견을 표명함에 따라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제청권자로서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앞으로 공공기관 기관장 임명 제청시 좀 더 철저히 살펴서 유사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만 덧붙였다.
 
당초 기재위가 야야합의로 요구했던 해임건의와는 거리가 있는 답변인 셈.
 
김현미 의원은 "부총리가 임명권자(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고, 해임건의도 하지 않았다"면서 "안 사장이 사퇴하지 않고 있고, 기재부 장관이 이를 묵인하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입법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새누리당이 안 사장의 사퇴를 압박할 계획이지만 결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김 의원은 "여야 간사간 협의에서 나성린 의원이 책임지고 안 사장을 사퇴시키겠다고 했고, 안 사장의 사퇴없이는 다른 안건의 처리가 없다는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18일 전체회의가 취소되면서 상임위에 상정되지 못한 안건은 소득세법 개정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법률개정안 을 포함해 51건이다.
 
기재위는 오는 23일 전체회의에서 이날 취소된 안건 상정과 함께 기획재정부로부터 안 사장의 사퇴와 관련한 경과보고를 다시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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