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부호들)⑬억척녀에게 없는 것..주린야오 화바오그룹 회장
2008년 포브스 최연소 글로벌 여성 부호
우회상장·페이퍼컴퍼니 이용 증시 데뷔 후 자산 급증
베일에 쌓인 기업인..기부에도 '인색'
2014-04-07 10:00:00 2014-04-07 10:00:00
◇주린야오 화바오그룹 회장(사진=바이두백과)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부자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뛰어난 사업 수완을 발휘해 많은 자산만 모으면 되는 걸까요? 불어난 자산 만큼이나 사람들의 존경도 필요한 걸까요?
 
주린야오(朱林瑤) 화바오그룹 회장의 성공 사례는 사람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부호의 모습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억척스럽게 성공을 일궈냈지만 기부에는 인색한 부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린야오는 지난 2008년 포브스가 선정하는 글로벌 여성 부호 리스트에 최연소로 이름을 올린,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자수성가형 기업인입니다.
 
개인 사업을 시작한지 18년만이자 지금의 화바오그룹이 세워진 지 4년만의 쾌거라 더 주목을 받습니다.
 
이렇게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사람이라면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주린야오는 중국 최대 향신료 생산업체에 등극한 이후에도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기 꺼리는 독특한 성향을 고수했습니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언론과의 인터뷰를 갖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럼에도 주린야오의 돈 냄새를 맡는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난데요, 주린야오는 스무살 성인이 되던 그 해부터 치열한 사업의 세계로 뛰어들었습니다.
 
시작은 산업용과 개인용 향신료를 수입하는 무역 회사 였습니다. 담배나 음식에 쓰이는 인공 향신료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던 당시의 시대적 흐름을 타고 많은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주린야오가 중국 향신료 업계를 주름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지금의 남편인 린궈원(林國文)과의 만남이 중요한 전환점이 됐는데요, 단순 무역에 그쳤던 사업의 범위를 생산까지 확대하게 됐습니다.
 
린궈원이 향신료의 품질 개선에 집중하고 주린야오는 회사의 규모를 확장하는 완벽한 업무 분담을 한 것이지요.
 
주린야오의 경영 능력이 빛을 발한 것은 2004년의 홍콩 증시 상장입니다. 당시 중국 기업들에게는 생소했던 우회상장과 페이퍼컴퍼니를 적절히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화바오는 우선 모굴엔터프라이즈라는 지주회사를 세우고 파산 위기에 몰려있던 컴퓨터 부품회사 리터(力特)의 주식 7억주를 주당 0.1홍콩달러에 매입했습니다. 리터의 새 주인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주가는 일순간 1.3홍콩달러까지 치솟습니다. 더 많은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안정적 기반을 확보한 것입니다.
 
2년 뒤 우회 상장의 마지막 작업을 위해 화바오는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버진아일랜드에 '케맥티브 인베스트먼트'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차립니다. 상장사 인수 후 비상장사를 합병하는 우회 상장의 방식을 사용할 경우 부과되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주린야오는 케맥티브에 화바오 자산 80%를 넘기고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 케맥티브의 주식을 사들이도록 했습니다. 이 후 화바오의 주가는 2.4홍콩달러까지 올랐고, 주가에 거품이 가득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1월에는 8.24홍콩달러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홍콩 증시 입성을 끝마친 2006년 8월 이후 주린야오는 네 차례에 걸쳐 보유 주식을 매각해 약 44억홍콩달러를 현금화했는데요, 현재 현금과 주식을 포함한 그의 총 자산 규모는 145억홍콩달러를 상회합니다.
 
주린야오의 뛰어난 사업 수완은 B2B 기업으로써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는 데에서도 발휘됐습니다. 화바오 전체 수입의 90%를 차지하는 담배 향신료의 안정적 판로를 구축하며 중소 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도약의 기회를 마련한 것입니다.
 
현재 화바오는 중국 10대 담배 회사 중 8곳과 합자 회사를 설립해 담배 향신료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습니다. 담배 제조업체에는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진입장벽을 높여 경쟁자들을 차단하는 '윈-윈(wun-win)'을 이룬 것입니다.
 
이 밖에 화바오는 상하이쿵차오와도 합자 회사를 설립해 음식 등 생활 향신료 시장에도 진출했고 향신료의 원자재 시장 진입도 노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승승장구 하는 그에게도 없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중국의 이름있는 자산가들의 이력에 자연스레 따라 붙는 사회 공헌입니다. 주린야오의 연관 검색어에는 '기부'라든지 '나눔', '사회 환원' 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인지 주린야오를 자신의 롤모델로 꼽는 젊은 친구들도 보기 드뭅니다. 성공을 개인의 영달로만 보려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은 아닌가 싶습니다. 
 
베일에 쌓인 여성 기업가의 성공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화바오의 성장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돈 냄새의 귀재'라는 별칭은 그의 성공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을 대변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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