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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부호들)⑧완다그룹 '왕젠린', 중국판 할리우드를 열다
2014-03-03 10:00:00 2014-03-03 10:00:00
◇왕젠린 다롄완다그룹 회장(사진=바이두백과)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찰리우드'라고 아시나요? 차이나(China)와 '할리우드(Hollywood)의 합성어로, 2017년 개장을 목표로 야심차게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 건설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 스튜디오인데요.
 
작년 9월에 열린 이 찰리우드 착공식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니콜 키드먼, 캐서린 제타존스, 이완 맥그리거, 존 트라볼타 등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모두 총출동했습니다.
 
그렇다면 여간해선 모시기 힘든 이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그 대단한 능력자는 누구일까요? 바로 무려 500억위안(약 8조8500억원)을 투입해 찰리우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왕젠린(王健林) 다롄완다(大連萬達)그룹 회장입니다.
 
직원수만 약 8만명에 달하는 완다는 현재 완커, 헝다그룹과 함께 중국 3대 부동산 기업으로 꼽힙니다. 게다가 미국부동산투자자(NREI)가 지난해 발표한 전 세계 부동산 기업 순위에서도 2위에 올라 G2(주요 2개국)의 파워를 보여줬습니다.
 
완다의 눈부신 성장과 함께 왕 회장의 재산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요. 그는 141억달러(약 15조원)의 재산으로 작년 10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최고 부자 자리에 등극했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중국 서열 3위였던 그가 1위로 올라선 것입니다.
 
왕젠린은 불과 1년 사이 자산을 372억위안 가량 늘리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습니다. 매일 평균 1억190만위안, 매분 7만776위안씩 벌어들인 셈인데요. 겨우 10분 안에 벤츠를 구입하고, 1시간 만에 424만위안의 집을 살만한 능력을 갖춘 것이죠.
 
왕 회장이 이토록 잘나가는 기업인이 된 비결에는 그의 불굴의 개척 정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항상 "성공을 원한다면 다른 사람보다 선두에 서야 한다"며 창조 정신을 강조해왔는데요.
 
실제로 왕젠린은 대학 졸업 후 다롄시 시강구 정부 판공실 주임으로 부임할 당시에도 파격적인 생각으로 파산 위기에 내몰린 시강구 산하의 주택개발공사를 살리는데 큰 공을 세웠다고 합니다.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존 주택 개조에 이례적으로 서양식 욕실과 창문을 도입해 고급화를 강조한 것입니다.
 
왕젠린은 중국 개혁·개방 이후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편한 집을 찾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는데요. 그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습니다. 당시 시강구 주택의 평당 가격이 1100위안 수준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평당 1580위안에 집이 불티나게 팔렸으니까요.
 
시강구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왕젠린은 부동산 산업에 자신감을 갖게 됐는데요. 결국 그는 1992년에 주택개발공사의 이름을 완다로 바꾼 뒤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임대에 머물러 있던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백화점·쇼핑몰·호텔·오피스텔·고급 아파트 등이 한 곳에 몰려 있는 '대규모 복합 쇼핑몰 개발'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하기도 했는데요. 그가 세운 복합 쇼핑몰인 '완다광장'은 현재 중국 내 66곳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 곳 당 평균 18만4000여㎡에 달하는 면적으로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몰보다도 큰 규모를 자랑하면서요.
 
왕 회장은 주업종인 부동산 외에도 유통, 여행,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으로까지 사업을 넓혀나갔는데요. 이 때문인지 2011년 중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 빠졌을 때도 그의 자산은 오히려 50% 가량 급증했습니다. "부동산 경기 악화 속에서 최후에 살아남는 곳은 완다가 될 것"이라는 그의 전망이 현실 가능한 일임을 입증한 것이죠.
 
그는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해외 시장의 문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번 돈을 전부 희생하더라도 사업 글로벌화에 주력하겠다"는 것이 왕 회장의 각오인데요. 실제로 완다는 늘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사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2년 미국의 2위 영화관 체인인 AMC 엔터테인먼트를 사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관 체인으로 거듭나기도 했고, 최근에는 유럽 영화관 체인까지 인수하기 위해 물 밑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완다는 지난해 영국 럭셔리 요트 제조업체인 '선시커'를 3억파운드에 인수해 글로벌 레저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고, 영국 런던의 초호와 호텔 건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10년 동안 미국 시장에 100억달러, 또 다른 해외 시장에 30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는 해외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정부 협조를 최대한 끌어내는데도 일가견이 있었습니다. '이 시대가 낳은 기회 포착의 명수'라는 말을 들을 만큼 종종 정부의 관심사에 해당하는 사업을 공략했기 때문인데요. 그는 "정부가 먼저 주도적으로 손을 내밀어 완다가 변화할 수 있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왕 회장의 영향력은 심지어 정치권에까지 미쳤는데요. 지난 2012년에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이자 제 18차 중국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당대회)의 기업인 당 대표로 선출돼 업계 이익을 대변했습니다. 물론 정치권에서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를 둘러싼 스캔들에 휘말려 곤욕을 치른 적도 있지만요.
 
그래도 왕 회장은 아직까지 다른 중국 부자들과는 다르게 사회적 비판을 덜 받고 있습니다. 부정부패를 혐오하는 깨끗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는데 다 중국을 대표하는 자선가로도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때까지 완다는 사회자선사업에 31억위안이 넘는 현금을 쏟아 부었고, 중국 기업들 중 유일하게 7번이나 정부로부터 '중화자선상'을 받았는데요. 특히 회사가 성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도 각각 100만위안과 200만위안을 선뜻 내놓아 시강구 유치원 설립과 다롄시 인민광장 개조에 크게 공헌했습니다.
 
"생명이 멈추지 않는 한 자선도 멈출 수 없다"는 것이 왕 회장의 인생 철학인데요.
 
이처럼 개척정신·전략 경영을 추구하면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앞서가는 왕젠린, 이 정도면 중국에서 흔치 않은 글로벌 기업가로서의 모든 요소를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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