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새 수장에 전영현 부회장…미래사업단장에 경계현
HBM 실기에 이어 미래 반도체 사업 위기감 반영
'원포인트 인사'로 반도체 경쟁력 도모…경계현은 미래사업단장으로
2024-05-21 16:29:33 2024-05-21 16:29:33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의 새 수장으로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을 임명했습니다. 전영현 부회장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에, 전 부회장이 맡고 있던 미래사업기획단장에 기존 DS부문장이었던 경계현 사장을 각각 임명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전격적으로 단행된 이날 원포인트 인사는 삼성전자가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긴 데 이어 미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위기감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 하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새 수장에 전영현 부회장.(사진=삼성전자 제공)
 
전 신임 DS부문장은 LG반도체 출신으로,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D램·낸드플래시 개발, 메모리사업부장을 역임한 반도체 전문가입니다. 2017년 삼성SDI로 이동해 5년간 삼성SDI 대표이사를 맡다가 지난해 말 삼성전자에 신설된 미래사업기획단 단장으로 활동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해왔습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주력인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DS부문에서 연간 15조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및 정보기술(IT) 수요 부진의 영향이 컸으나, 인공지능(AI) 확대에 따른 HBM 시장에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겼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DS부문에서 1조9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습니다. 이는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핵심 부품인 HBM 수요 급증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5세대인 HBM3E 12단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인사로 DS부문이 사장 조직에서 부회장 조직으로 격상돼 힘이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지난 2021년 12월부터 DS부문장 자리를 지켜온 경계현 사장은 전 부회장이 맡던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자리를 이동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022년부터 이어진 반도체 업황 둔화에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이어가다가 불황이 장기화하자, 2023년 1분기에서야 메모리 감산에 돌입한 바 있습니다. 전략적 실기를 한 셈입니다. 
 
여기에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10년 전부터 HBM 개발에 뛰어들며 최근 개화기에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HBM 시장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할지 간과하지 못하고 관련 개발을 접는 실기를 하게 됩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대 초반을, 삼성전자가 30% 후반 대를 기록하며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HBM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준 데 이어 지난해 인텔에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습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도 대만의 TSMC가 60%대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10% 초반 대를 기록하며 격차가 벌어진 상황입니다.
 
앞서 경 사장은 지난달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사내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AI 초기 시장에서는 우리가 승리하지 못했다"면서도 "2라운드는 승리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반도체 초기술 격차 등에 대한 메시지가 꾸준히 나오면서 삼성전자 일부 부서에서만 했던 임원 주 6일제 근무가 확대된 바 있습니다. 대내외적으로 위기감이 커진 상황에서 반도체 기술 초격차를 달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삼성전자는 내년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전 부회장의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을 계획입니다.
 
경 사장은 반도체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부문장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존에 수행하던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은 그대로 맡게 됩니다. 경 사장은 향후 미래사업기획단을 이끌며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입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삼성전자의 원포인트 인사에 대해 "경영 환경이 급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한종희 부회장과 경 사장이 갖고 있는 힘을 다소 분산시켜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을 위한 핵심 엔진을 새로 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 부회장을 시작으로 올해 말에 단행될 임원 인사 폭은 작년 말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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