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용두사미' 규제개혁, 이번에는?
입력 : 2014-03-28 16:57:59 수정 : 2014-03-28 17:02:00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지금 여기저기에서 규제개혁 이야기 오르내리고 있지만 얼마 가지 못할 겁니다. 금새 잊혀질 거예요."
 
재계 한 관계자의 발언이다. 선견지명일까, 과거 사례로부터 체득한 푸념일까.
 
박근혜 정부가 이번엔 다를 것이라며 불필요한 규제와의 전쟁에 나섰다. 박 대통령의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이자 암덩어리",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불합리한 규제는 경제의 독버섯" 등 강도 높은 발언에서 그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언뜻 듣기에는 북한이나 군대에서 사용하는 용어 같다. 공직자들의 단어 선택이 다소 거칠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산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 이보다 더한 표현을 쓴다해도 규제 철폐의 중요성은 강조해 지나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지난 20일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제기된 건의사항 52건 중 41건에 대한 개선에 착수했다. 이중 27건은 상반기 이내로 필요한 조치를 마칠 예정이다. 수십년 간 끊임없는 요구에도 바뀌지 않던 규제들이 불과 일주일 만에 해결 단계로 가고 있다.
 
이전 대통령들이라고 불필요한 규제를 타파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간 규제 개선에 대한 재계의 끊임없는 요구와 경제 활성의 필요성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첫째는 정부 관료들의 밥그릇 싸움이요, 둘째는 규제에 대한 접근법이 틀렸기 때문이다.
 
규제는 결국 정부 관료들이 만들고 없앤다. 규제는 부처 이해와 연계돼 늘기도, 줄기도 한다. 또 규제 개혁을 위해서는 부처간 협의도 중요하다. 그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부처 칸막이 없애기를 시도했으나 보이지 않는 알력 다툼 탓에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오류는 규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간담회 등을 통해서 각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면 뭐하냐"며 "결국 내놓는 대책은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말했다.
 
규제 총량제도 좋고 네거티브·일몰제 도입도 훌륭하다. 하지만 기업들이 진정 원하는 현실은 외면한 채 거시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정 가려운 부분은 긁지 않는 것과 같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규제를 푼다는 것은 결국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며 "발이 묶여 있는 기업별 프로젝트를 승인해 주면 투자와 고용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현 대통령뿐 아니라 과거 대통령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선뜻 나서지 못한 것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기업별로 접근하면 정경유착의 의심을 살 수 있는 데다, 이는 청문회에서 먹잇감이 되길 자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규제라는 게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 쪽이 이로 인해 혜택을 보면 다른 한 쪽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규제의 옥석가리기가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이번 규제개혁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 규제를 없애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특정 기업을 위한 목적성 규제 개혁은 지양하고, 무분별한 규제는 바로 잡아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제 개혁의 지속성이다. 기업들도 이 부문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과거에도 규제 개혁을 추진하다가 뒤로 갈수록 흐지부지된 게 한 두번이 아니다.
 
'규제를 만드는 것은 쉬워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다소 비약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만큼 규제 개혁이 어렵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이 그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또 이번에는 다르다고 여러번 강조한 만큼 기대치가 커졌다.
 
이를 충족시키느냐는 결국 대통령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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