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사기대출사건)외담대가 뭐길래..사기대출 수단됐나
KT ENS 이어 삼성전자 매출채권도 위조
2014-02-25 16:59:55 2014-02-25 17:04:05
[뉴스토마토 이종용·김민성기자]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들이 공모한 3000억원대 사기대출에 이어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도 180억원대 대출사기를 당한 것으로 드러나 두 사건에 유용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이 금융사기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금융사기 수단으로 전락
 
(사진출처=뉴스토마토 DB)
이들 대출사기 사건에 유용된 외담대는 지난 2001년 한국은행이 도입한 어음대체 결제 제도다.
 
물품을 구매한 대기업(구매업체)이 판매기업(납품업체)에 어음대신 매출채권으로 대금을 지급하고, 판매기업은 이 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 나중에 물품을 구매한 기업이 대출금을 은행에 대신 상환하는 방식이다.
 
기존 상업어음과 외담대 모두 중소기업 연쇄부도, 장기어음 지급 등의 단점이 있지만 외담대는 채권을 담보로 대출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현금화 하기가 쉽다.
 
주로 중소기업이 많은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외담대를 통해 납품대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고, 은행에서 자금을 대출받기 때문에 대기업 부도에 따른 연쇄부도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 제도를 악용한 납품업체들의 대출사기 행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달초 적발된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들이 공모한 3000억원대 사기대출 사건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005930) 중국 현지법인의 납품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가 매출채권 등을 일부 위조해 씨티은행으로부터 180억원 가량을 허위 대출받은 사건도 발생했다.
 
이들 대출사기사건은 매출채권을 위조해 은행의 대출을 받았다는 점에서 범행 수법이 비슷하다. 다만 KT ENS 직원은 협력업체들과 공모해 대출사기를 벌인 반면 디지텍시스템스는 삼성전자 중국법인 등에 납품하는 매출채권 일부를 위조했다는 점이 다르다.
 
금융당국은 납품업체가 추가로 대출을 받은 피해은행이 없는지 조사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KT ENS와 삼성전자 협력업체 대출사기는 매출채권을 위조했다는 점에선 비슷하지만 씨티은행은 삼성전자가 발행한 해외 매출채권을 양수하는 방식으로 대출해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SPC는 전자결제 의무 없어..곳곳 '맹점'
 
통상 외담대는 전자결제 방식으로 이뤄진다. 은행은 납품업체와 전자결제 여신약정을 체결하고 납품업체의 업무담당자뿐만 아니라 승인 과정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KT ENS 대출사기사건은 납품업체가 외담대를 직접 취급한 것이 아니었다.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들은 먼저 사기대출을 목적으로 외담대 및 이를 유동화할 수 있는 SPC(특수목적회사)를 설립했다.
 
문제는 SPC가 페이퍼컴퍼니로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납품업체들이 세운 SPC가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매출채권은 전자방식이 아니라 수기(手記)로 작성된 것이었다.
 
KT ENS의 직원은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협력업체와 짜고 가짜 수기 매출채권을 만들어 이들이 세운 SPC로 30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디지텍시스템스가 씨티은행으로부터 받은 180억 규모의 부당대출도 전자결제 방식의 거래가 아니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법인인감이 찍힌 수기 매출채권을 통해 대출이 이뤄진 대출사기사건이라 눈 뜨고 코앞에서 당했다"며 "중소기업들과의 거래에선 수기 매출채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들이 공동 대출을 구성하는 신디케이트론도 사기대출의 피해를 키웠다. 신디케이트론은 2개 이상의 은행이 차관단(신디케이션)을 구성해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차주에게 빌려주는 일종의 집단 대출이다.
 
KT ENS 대출사기사건의 경우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이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대출해줬다. 두 은행이 참여한 자산담보부대출(ABL)은 농협은행이 일으켰으며, 국민은행이 참여해 1대1의 비율로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다.
 
문제는 신탁기관이 일으킨 공동대출에 참여하는 금융사가 신탁채권을 엄격히 심사하기 보다는 신탁기관의 평가를 믿고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대출사기로 밝혀질 경우 연쇄 피해를 입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의 담보가 된 매출채권이 허위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매출채권의 진위 여부 확인에 대한 신탁기관과 참여 은행간의 책임이 모호해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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