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증현의 편지, 공무원을 울리다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2009-02-20 22:12:47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따뜻한 편지 한통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밤낮을 잊고 일하는 재정부 공무원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였다.
 
윤장관은 20일 기획재정부 홈페이지(www.mosf.go.kr)에 "'ASEAN+3 특별 재무장관회의' 출국에 앞서"란 제목의 편지를 직원들에게 띄웠다.
 
장관이 취임사나 이임사를 직원에게 발송한 적은 있지만 출장을 앞두고 장관이 직접 직원들에게 편지를 쓴 적은 없었는데다 편지 곳곳에서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걱정하는 듯한 자상함이 묻어나 직원들이 느끼는 따스함은 더욱 컸다.
 
윤 장관은 "사실 내정자 시절만해도 '장관이 되면 사무실에 불쑥불쑥 들러 고생하는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등을 두드려 따뜻한 장관이란 소리를 듣겠다'는 소박한 욕심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하지만 막상 열흘간 일에 파묻혀지내다보니, 그게 얼마나 큰 욕심인가를 깨닫게 됐다"면서 "그래도 장관 얼굴을 신문·방송을 통해서나 접하도록 한 점은 참으로 면목이 없다"고 미안해 했다.
 
현 상황은 "어두운 터널 안"이라면서 "각 경제주체들은 정부의 진단과 처방만 바라보는 형국"이라고 진단하고 "이제 겨우 열흘 지났지만 추락하는 경제지표 앞에서 우리 기획재정부 직원들이 느낄 당혹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한세기만에 최고의 위기라는 이 엄청난 과제에서 비켜설 수 있다면, 물러설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을 마음도 이해한다"면서 "신문 지면에 무심코 등장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표현이 여러분의 자존심을 얼마나 상하게 했을지 짐작이 간다"고 다독였다.
 
그러면서 윤 장관은 "그러나 더 먼저 생각해야할 것이 있다"면서 공무원의 본분을 일깨웠다.
 
그는 "현장을 돌아보니 경제살리기와 일자리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이 얼마나 큰지 절감할 수 있었다"며 "그 염원이 클수록 여러분의 어깨도 덩달아 무거워지겠지만, 지금은 책임감의 무게에 불만을 가질 계제가 아니었다. 우리는 비켜설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기획재정부 출범 1돌을 맞아 임무를 돌아보자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의 인사에 대해서는 "조직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융합인사"라고 정의하고 "화학적으로 융합하고, 실국간 벽을 허물고, 비전과 방향을 공유해 진화에 적합한 조직이 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이어 "이런 대내 소통을 바탕으로 '국민·시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기획재정부'라는 평가를 만들어내자"며 "저도 '따뜻한 장관'에서 '믿음직한 재정부'로 욕심을 키우겠다"고 했다.
 
윤 장관은 마지막에 "가족과 함께 해야 할 주말, 밤 시간을 반납하고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편지를 맺었다.
 
윤 장관의 편지에 감동 받았다는 한 직원은 "너무 자상하신 것 같다"며 "정말 고맙다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다"고 털어놨다.
 
재정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장관이 직접 편지를 작성하셨다"며 "취임하신 뒤 직원들과 직접 만날 기회가 없는 점을 아쉬워 하시다가 출장에 앞서 편지를 쓰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내일(21일) 아세안+3 회의 참석차 태국으로 출국해 23일 오전 귀국한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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