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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 소송' 최후 승소 어디?..관건은 '제척기간'
1심 재판서도 핵심쟁점..차명주식 '인지'시점이 승패 가른다
2014-01-15 09:44:23 2014-01-15 09:48:2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14일 조정합의 최종 결렬로 삼성家 소송이 결국 선고로 끝을 보게 됐다. 최종변론의 마지막 순간까지 양측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혈전을 벌였다.
 
이날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측은 조정합의를 마지막으로 제안하면서도 상대방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측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번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은 제척기간이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측 주장을 일부 수긍하면서도 제척기간이 지난 청구라며 각하 또는 기각했다. 양측의 공방도 제척기간에 집중됐다.
 
◇이 전 회장 "차명주식 2011년 6월에 알았다"
 
이 전 회장 측 대리인인 차동언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이 전 회장 등을 비롯한 원고측이 이 회장에게 선대회장의 차명주식이 있다는 사실은 이 회장측이 상속관련 문건을 보낸 2011년 6월경"이라면서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이 회장 측 논리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선대회장인 故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지는 25년이 넘었지만 차명주식을 이 회장에게 넘긴 것을 본인들은 2011년 6월에야 알았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이 회장은 '차명재산에 대한 공동상속인들의 존부'라는 법률의견서를 이 전 회장 등 형제들에게 보냈다.
 
민법상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권이 침해당했음을 안 날부터 3년(단기),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장기)을 경과하면 소멸하는 것으로 제척기간을 정하고 있다.
 
이 전 회장 등이 이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 2012년 2월이니 어떤 제척기간도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전 회장 측 주장이다.
 
그러나 이 회장 측은 두 제척기간 모두 지났다고 반박했다. 이 회장측 대리인인 윤재윤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는 "이 회장은 선대회장 타계 직후 상속을 원인으로 차명주식의 주권을 배타적으로 점유하면서 지난 25년간 평온하게 단독 행사왔다"면서 "이 사실은 이 전 회장을 비롯한 다른 상속인들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담당 직원들도 이미 잘 알고 있던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삼성특검시 대대적 보도..몰랐을 리 없어"
 
특히 "2008년 4월 삼성특검 수사 및 발표 당시 언론과 재판과정을 통해서 이 회장의 선대회장으로부터 차명주식을 상속받아 권리를 행사해 온 사실이 대대적으로 밝혀졌다"면서 "금액규모까지 보도된 마당에 이 회장 측이 이같은 사실을 모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회장 측이 상속대상이라고 주장하는 주식의 성격을 두고도 양측은 공방을 벌였다. 이 전 회장측은 선대 회장이 78명의 차명주주에게 차명주식을 분배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회장 측은 "객관성 없는 기준과 자료로 선정된"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회장측은 또 "현재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과 상속 당시 78명이 보유했다는 주식은 동일성이 없다"며 "이 전 회장이 현재 상속차명주식을 점유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이 전 회장의 청구는 부당할 뿐만 아니라 다른 주식을 대체물로 인도하라는 주장도 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후변론인 만큼 소송에 이르게 된 동기 등 근본적인 배경을 두고도 양측은 대립했다.
 
이 전 회장측 대리인은 이 전 회장이 직접 작성한 재판부에 보내는 편지글을 낭독하며 최후진술에 갈음했다.
 
◇이 전 회장 "아버지가 남긴 건 '승지회'뿐"
 
이 전 회장은 이 글에서 "아버지는 아무런 유언을 남기지 않고 가족들로 구성된 승지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주었을 뿐"이었다며 "이는 이해관계를 통해 삼성이라는 조직을 끌어나가기 보다는 가족간의 우애와 건설적인 견제를 통해 화목하게 공생하라며 살라는 의도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건희가 한밤중에 찾아와 모든 일을 제대로 처리할 테니 조금만 비켜달라고 해서 천불이 나고 화가 났지만 가족과 삼성을 지키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믿어주었다"면서 "하지만 건희가 저희 가족들에게 한 일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이어 "이후 어떻게든 동생을 만나 대화를 통해 모든 것을 복원시켜야겠다고 결심하고 수많은 시도를 했지만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순간에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것을 보면서 힘들다는 것을 느꼈고 그러던 중 상속을 포기하라는 서류 1장을 받은 뒤 제 자신의 권리와 건희와의 관계를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이 재판이라는 어렵고 힘든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상속 배제는 선대회장 결정..이해 했다며 말 바꿔"
 
이에 대해 이 회장측은 "이 전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 및 재산상속에서 배제된 것은 선대회장에 의해서이고 이 전 회장 본인도 선대회장의 그런 조치를 십분 이해하고 받아들였음을 자서전 곳곳에서 기술하고 있다"며 "그런 이 전 회장이 동생인 이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낸 자체가 근본적으로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또 "이 전 회장은 선대회장 타계로부터 25년이나 지난 후에 당초 다른 상속인들은 물론 이 전 회장 자신도 동의했던 이 회장의 경영승계와 상속을 부정하면서 상속 당시와 비교할 수 없게 성장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주식을 내놓으라고 부당하게 소송을 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최후진술까지 양측을 지켜본 재판부는 마지막까지 합의에 의한 조정을 권했다.
 
서울고법 민사 14부 윤준 재판장은 "판결 전이라도 원만히 합의 했으면 좋겠다"면서 "마음이 달라지면 언제든 재판부에 연락하면 화해 성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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