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민영화 논란에 '동네북' 된 복지부
2013-12-22 17:04:57 2013-12-22 17:09:21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복지확대 실현에 매진할 보건복지부가 의료 민영화 논란을 겪으며 동네북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문형표 신임 복지부 장관은 전문성 부재와 리더십 논란까지 불거지며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이다
 
22일자로 문형표 장관은 취임 20일을 맞았다. 그러나 지난 9월 진영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두달 넘게 후임 장관을 못 찾아 업무처리가 상당 부분 늦춰진 복지부건만 문 장관 취임 후 부처의 행보는 오히려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 장관이 정통 관료가 아닌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초연금과 3대 비급여 제도개선, 시장형실거래제를 둘러싼 정부와 의약업계 갈등 등 산적한 보건의료 분야 난제를 풀기에는 전문성이 취약하다는 지적은 취임 전부터 제기됐다.
 
여기에다 지난 13일에 발표한 보건의료 산업 규제개선 대책을 계기로 복지부에 대한 국민과 의약업계의 반감은 절정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대한의사협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을 비롯 의약업계는 이후 연일 궐기대회 등을 벌이며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과 수익추구를 위한 부대사업 범위확대 방안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영리병원 허용, 원격의료 허용 등 보건의료 분야를 상업화하려는 제반 정책"이라며 "의료민영화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임무고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고강도 대정부 투쟁을 이어 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인약국 설립 등에 따라 영세 약국의 경영난이 불가피해지자 대한약사회도 복지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약사회 관계자는 "보건의료 서비스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는 공공재"이라며 "정부의 발표는 국민 건강과 안전을 무시한 것으로 애초 기대와 다른 역효과만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3일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산업 규제개선 대책을 발표해 약사 또는 한약사의 법인형태 약국설립을 불허하는 내용의 현행 약사법을 개정, 앞으로는 약국의 법인화를 허용하고 사원들이 유한책임을 지는 '유한책임회사' 형태로 운영하기로 했다.(사진=보건복지부)
 
보건의료 정책의 직접적 대상이자 복지부와 가장 긴밀하게 협력할 의약업계가 정부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우자 복지부는 졸지에 동네북이 됐다. 만일 의약업계가 연대투쟁이나 장기 파업에 나선다면 상황은 더 복잡하게 꼬일 전망이다.
 
국회 장관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장관에 오른 문 장관은 의료 민영화 논란이 계속될 경우 보건의료 분야의 취약한 전문성과 함께 위기 관리능력과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까지 떠안게 됐다.  
 
지난 20일 문 장관은 서울 중구보건소, 종로 쪽방촌을 방문해 의료 민영화 불 끄기에 나섰다. 이날 문 복지부 장관은 "의료는 공공성과 접근성, 형평성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정부는 의료 민영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건강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종로 쪽방촌을 찾아 '쪽방주민 동절기 대책'을 점검하고 있다.(사진=보건복지부)
 
하지만 의약업계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보건의료 산업 규제개선이 의료 민영화와 공공성 훼손이 아니라는 데 대해 구체적이고 공식적 해명 없이 국민 불안을 괴담으로 몰며 언론에 보여주기식 꼼수만 부린다"고 비판했다.
 
한편, 의사협회는 21일부터 22일까지 비상대책위원회와 각 시·도 의사회장 워크숍을 연데 이어 오는 1월11일부터 의료 민영화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을 열기로 해 향후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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