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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용의자' 공유 "근육 하나하나가 감정의 표현"
2013-12-16 14:47:25 2013-12-16 14:51:28
◇공유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 플렉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공유는 한없이 부드러운 이미지의 남자였다.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1호점'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이후 KBS2 '빅', 영화 '김종욱 찾기'에서도 달콤한 역할을 고수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 2011년 장애아들을 성폭행한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 '도가니'를 통해 잔잔한 남성미를 드러내더니, '용의자'에서는 아내의 복수를 위해 모든 걸 내던진 북한 정예요원으로 변신했다.
 
북에서 버림받은 특수요원으로 살인 누명을 쓴 채 국정원, 군대, 경찰 등에 쫓기는 지동철을 연기한 공유를 지난 13일 만났다. 확실히 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더 야위어보였다. 그러면서 강인한 남성의 이미지는 더욱 도드라졌다.
 
그간 액션영화와는 거리를 뒀던 공유는 이번 영화에서 액션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보기만해도 아찔한 절벽을 타고, 목에 밧줄이 걸린 채 어깨를 탈골시키며 탈출한다. 격투는 기본이고, 좁은 골목길을 자동차로 내달리며, 와이어에만 기댄채 한강에서 뛰어내린다. 대사보다는 몸으로 감정을 드러낸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생 정말 많이 했겠다"고 입을 모았다. 공유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다음은 일문일답.
 
- '용의자'를 보고 만족하나. 어떤 기분이 들었나.
 
▲만든이들 입장에서 어떻게 다 만족할 수 있겠어요. 그래도 같이 현장에서 고생한게 있어서 좀 부족하더라도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 전도연(집으로 가는 길), 송강호(변호인)와 맞붙게 됐다. 이들 영화와 차이점이 있다면.
 
▲장르의 차이가 큰 선배들 앞에서 내세울 유일한 거인데요.(웃음) 우리 영화에 다른 액션영화와 비슷한 장면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외에 분명히 우리영화에만 있는 장면이 있어요.
 
계단을 거꾸로 내려오는 장면에서 저와 유다인이 실제로 같이 타고 있었어요. 영화에는 몇 컷 안들어가는 짧은 부분이지만, 이게 큰 차이라고 생각해요. 대역이면 정면 샷이 안 나오거든요. 또 어깨 탈골을 하는 장면에서 제 목을 조이고 촬영한 부분, 한강대교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보기 드문 장면이죠.
 
- 영화에 아찔한 장면이 많다. 촬영하면서 공포심을 느낀 적은 없었나.
 
▲예전에 실제로 차가 전복되는 경험을 겪은 적이 있어요. 그 때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주마등처럼 인생의 필름이 지나갔죠. 그때 그 경험 때문인지 좀 더 담대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서움보다는 직접 모니터를 확인했을 때 짜릿함이 더 컸어요.
 
- 대역을 많이 쓰지 못했다고 하던데. 얼마나 직접 등장했나.
 
▲ 거의 80~90%라고 보면 되요. 정면 추돌씬을 비롯해 몇 개 도저히 할 수 없었던 장면 빼고는 다 했어요. 덕분에 스트레스 해소가 많이 됐죠. 난폭운전을 마음껏 했잖아요. 스피드에 대한 흥미가 있는데, 이번에 원없이 했어요.(웃음)
 
◇공유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 이 작품을 통해 잃은 것과 얻은 것이 있다면.
 
▲체지방을 잃었어요(웃음). 농담이고요. 잃은 건 거의 없어요. 대신 얻은 건 많아요. 사실 그동안 액션에 대한 필요를 못 느꼈어요. 한국영화에 대한 노파심도 있었고, 똑같은 것을 답습하고 싶지 않았어요. 원신연 감독님이 그 우려를 불식시켜주셨죠.
 
- 한국영화에 대한 노파심이라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명분 없는 서비스컷이라고 해야 될까요. '용의자'에서 철저히 배제한 부분인데, 만약 영화에서 남자 배우가 상반신을 탈의하는 장면이 나왔다면, '왜 했을까'라고 했을 때 명분이 서면 효과적인 노출이에요.
 
여배우가 명분을 갖고 벗느냐의 차이죠. 적어도 '용의자'에서는 그런 서비스컷은 없었어요. 갑자기 남자배우가 샤워를 하는 그런 거요.
 
제가 몸을 만든 이유는 근육의 움직임 하나 하나가 감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운동해서 자랑하는 게 아니라, 대사도 없는 지동철에게 근육을 움직이는 것은 감정을 표출하는 하나의 방법이었어요.
 
◇공유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 이제는 어엿한 스타배우인데 공유에게 '스타'라는 수식어는 어떤 의미인가.
 
▲저는 저를 스타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대외적인 시각과 나를 바라보는 나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커피프린스1호점'으로 스타가 됐다고 하는데, 저는 그 드라마 안 하려고 했어요. 당시에 식상함이 컸고, 트렌디 드라마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을 만나고 그당시의 로맨틱 코미디와 다른 지점을 느꼈어요. 그게 내 마음을 움직였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재미를 봤어요.
 
작품을 볼 때 성공하냐 실패하냐는 기준이 아니에요. 어떤 새로운 흥미를 끄는 지점이 분명히 있어야해요. 그렇게 13년 동안 일해왔어요. 일하는 방식에 자부심이 있어요.
 
그래서 스타라는 말이 불편해요. 단순히 인기가 척도가 아니라 작품의 드라마와 연출과 배우가 시너지를 내는 게 더 중요하고, 시청자나 관객들에게 뭔가를 줄 수 있느냐 아니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아직은 스타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제게 만족하지는 못해요.
 
- 지금 배우로서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뭔가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내 모습이 화면에서 나만의 색을 낼 수 있었으면 해요. 스타라는 말도 듣기 좋기는 하지만, 오락이나 상업에 치우치는 배우로서는 늙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독립영화라도 출연할 생각이 있어요. 대중이 원하는 것에 따라 소모되고 싶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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