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사진제공=넥센히어로즈)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던 2년 연속 프로야구 MVP 박병호의 내년 연봉이 결정됐다.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는 10일 오전 목동 구단 사무실에서 열린 박병호와의 연봉 협상에서 올해 연봉(2억2000만원)에서 2억8000만원(약 127.3%) 인상된 5억원에 내년도 연봉의 재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2012년 그의 연봉은 불과 6200만원이었다. 2년 사이에 무려 8배로 오른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리그를 지배한 2년 연속 MVP 수상자에 대한 구단의 대우는 파격적이었다.
◇가파른 연봉 인상..'그럴 만한 선수'
계약을 마친 박병호는 "기대 이상의 연봉을 책정해 준 구단에 감사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민 없이 한 번에 연봉 협상을 마무리한 것은 팀의 중심선수에 대한 배려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그 배려와 기대를 잊지 않고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다음 시즌 가장 큰 목표는 우승"이라고 다짐했다.
박병호는 올해 넥센의 4번 타자로 모든 경기에 출장해 홈런(37개)과 타점(117개), 득점(91개), 장타율(6할2리) 타이틀을 거머쥐며 타격 4관왕에 등극했다. 더불어 넥센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견인하면서 올 시즌의 MVP까지 선정돼 프로야구 간판 스타로 우뚝 섰다. 2년 연속 MVP 수상 선수는 박병호를 포함해 통산 4명뿐이다.
박병호의 실력이 일취월장할 수록 그의 연봉 인상폭은 가팔라졌다.
박병호는 지난 2005년 LG 트윈스 입단시 2400만원을 받고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이름 뒤에는 '미완의 유망주'라는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았다. 1군과 2군을 오가는 불안한 위치에 있었다. 결국 2011년에도 그의 연봉은 4200만원에 불과했다.
터닝포인트는 넥센으로의 트레이드였다. 그는 2011년 7월 넥센에 왔고, 두달간 12홈런을 치면서 2012년에는 2000만원 인상된 6200만원에 계약하게 된다.
2012년 그는 자신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고 올해 연봉으로 2억2000만원을 받게 됐다. 1억5800만원(254.8%) 인상된 액수다.
전성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그는 올해 다시 100%가 넘는 인상률을 기록하며 프로 입단 10년차에 연봉 5억원에 도달했다.
◇박병호의 프로 통산 연봉 현황.
◇박병호의 연봉 5억원이 더욱 값진 이유
박병호는 올해도 구단 측에 연봉을 일임했다. 그리고 구단은 그가 실망하지 않을 액수를 내놓았다. 박병호가 즉시 계약서에 사인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연봉을 둘러싼 진통이 늘어나는 최근 야구계에 박병호의 원만한 협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수는 구단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강하고, 구단은 주축 선수를 믿고 그가 실망하지 않을 만큼 충분한 금액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박병호의 과거 기록을 보면 넥센이 트집을 잡을 여지도 있다. 박병호가 비록 10년차 선수이지만 그가 풀타임으로 1군에서 활약한 시즌은 지난해와 올해 등 두 시즌이 전부다. 보는 관점에 따라 꾸준한 활약은 아닐 수 있다. '한 시즌 더'를 외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구단은 박병호를 믿었고 두 시즌 연이어 100% 이상의 인상률을 보여줬다. 그가 다음 시즌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선수가 아님에도 가파른 연봉 인상을 결정한 것이다.
결국 이는 박병호의 위상을 높여주기도 했지만 히어로즈 구단에게도 긍정적인 형태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단 이미지 상승을 비롯해 히어로즈가 받을 효과는 적지 않다.
창단 당시 넥센은 연봉 문제로 인해 많은 구설수를 낳은 구단이다. 그리고 박병호는 만년 유망주로 불리며 7년 차까지 연봉 6000만원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계약을 통해 넥센은 구단 이미지 개선을 확실히 할 기회를 찾았고, 박병호는 팀의 충성도를 높이고 더욱 안정적으로 야구에 전념할 상황을 맞았다.
구단과 선수 모두 웃으며 마친 윈윈(Win-Win) 계약. 박병호와 넥센의 이번 계약이 여러모로 한국 야구사에 좋은 모습으로 남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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