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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집으로 가는 길', 가족의 소중함을 되살리는 감동
2013-12-05 11:33:02 2013-12-05 11:36:47
◇'집으로 가는 길'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흔히 알고 있는대로 장 발장은 1796년 굶주린 조카를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치다 잡혀 19년간 혹독한 감옥생활을 했다.
 
그리고 영문도 모른채 마약운반을 하다 프랑스에서 잡혀 약 2년 동안 인권을 박탈당하고 지낸 한 여성의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소설이고 하나는 실화다. '레미제라블'의 배경으로부터 208년이 지난 2004년 대한민국 평범한 가정에서 벌어진 '소설 같은 실제'를 영화화 한 작품이 '집으로 가는 길'이다.
 
카센터를 운영하는 평범한 부부의 남편 김종배(고수 분)가 친구를 위해 보증을 섰다가 2억의 빚을 떠안게 된다. 이후 겨우 얻은 방 한 칸에서마저 쫓겨날 궁지에 몰리고, 결국 아내 송정연(전도연 분)이 400만원을 벌기 위해 프랑스로 떠나는 위험한 결정을 선택하며 영화는 출발한다.
 
나라망신을 시켰다는 이유로 내놓고 도움을 구하지도 못하고, 공권력에게는 철저히 외면 받는다. 이 때문에 이 여성은 인권이 무시된 외딴 섬의 여성 교도소에서 집에 돌아갈 수 없을 지도 모르는 두려움만 가진채 가족만을 그리며 하루 하루를 힘겹게 지낸다. 지옥 같은 시간을 그녀는 어떻게 버텼을까.
 
이 영화는 지난 2004년 보석 운반인 줄 알고 프랑스로 떠났다가 공항에서 마약운반범으로 검거돼 756일 동안 대서양의 외딴 섬 마르티니크 감옥에서 보낸 장미정씨의 실화를 재구성한 영화다.
 
◇전도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미 2006년 사회의 큰 반향을 일으킨 소재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혹자는 이 영화를 두고 '뻔한 신파'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충무로에서 냉정한 성격으로 소문난 방은진 감독은 영화의 줄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며 철저히 신파를 벗어난다.
 
말도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 남편과 4살 딸 아이와 생이별해 고통받고 있는 정연의 이야기가 한 축이고, 아내를 집으로 돌아오게 만드려는 무능한 남편 종배의 고군분투가 한 축이다. 상업성을 생각했다면 전도연을 울리고 고통스럽게 그렸으면 됐는데, 방 감독은 작품성과 완성도에 더욱 포커스를 맞췄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집으로 가는 길'은 '오로라 공주'와 '용의자X'에서 차가운 연출을 선보인 방은진 감독을 만나 영화와 다큐의 중간지점에 서게 된다. 그래서 더 진정성이 넘치고, 억지로 감정을 짜내지 않는다. 울리지 않으려고 하니 더 눈물이 난다. 그저 정연과 종배의 고통이 공감될 뿐이다.
 
2년 만에 '집으로 가는 길'로 충무로에 복귀한 전도연은 내면과 외면이 하나 돼 송정연으로 분한다. 작품 속의 얼굴은 더 못생겨졌고, 비주얼은 더 초췌해졌다. 그래서 정연을 표현하는 전도연은 역설적으로 더 아름다운 여배우가 된다. 과연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여배우답다.
 
주저앉고 우는 전도연의 모습에 아마 관객들은 같이 눈시울을 적실 것이다. '집으로 가는 길'은 전도연에게 있어 또 하나의 진한 필모그래피가 될 것이다.
 
◇고수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무능력한 남편 종배 역의 고수도 전도연에 못지않은 연기를 펼친다. SBS '황금의 제국' 장태주의 이미지를 벗고, 종배를 통해 배우로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다만 8kg을 불렸음에도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잘생긴 외모가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정연과 종배의 금지옥엽 딸 혜린을 맡은 강지우의 연기 역시 놀랍다. 괜히 방 감독이 "영화계가 주목해야하는 신예"라고 말한 것이 아닌 듯 하다. 특히 공항 시퀀스에서 엄마를 어색해 하는 그의 연기는 많은 사람들을 크게 울릴 것이다.
 
'레미제라블'이 당시 시대의 정의를 알리려했던 것처럼 방 감독은 작품을 통해 당시 무책임한 공권력을 고발하고 비아냥댄다. 2006년 이들에게 느꼈던 분노가 다시 한 번 치밀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고발은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이 아니다.
 
◇전도연-강지우-고수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점은 가까이에 있는 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이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그간 소홀히 지내고 있었던 내 가족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가 가족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관객이 적지 않을 것 같다. 12월 11일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고 싶다면,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다면, 영화관을 찾는 것도 좋을 듯하다.
 
상영시간 131분. 오는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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