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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합의 강조하더니..가스·의료·철도 민영화 밀어붙이기
2013-12-03 16:40:16 2013-12-03 16:44:11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산업경쟁력을 키운다며 추진하는 도시가스사업법과 원격의료법 개정을 두고 '민영화 꼼수'라는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이 유럽순방을 계기로 세계무역기구(WTO)의 개정 정부조달협정(GPA)까지 비준한다는 소식에 정부가 국내 기간산업까지 해외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은 올해 중 국회 법안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한국가스공사(036460)의 가스시장 독점을 깨고 민간 사업자의 가스 직수입·판매를 허용함으로써 소비자에 가스를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것.
 
그러나 가스공사 노조는 개정안이 법안심사를 통과할 경우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법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노조 측은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은 '가스민영화 법안'"이라고 전제한 뒤 "대기업에 가스사업권을 쥐어주고 가스공사를 무력화시키면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이 올라가고 가스 수급체계 자체가 왜곡된다"고 주장했다.
 
◇천연가스시장과 전력시장 관계(사진=뉴스토마토)
 
이들은 "가스산업이 민영화된 일본은 가정용 요금이 우리나라의 3배"라며 "지하자원인 가스 특성상 정확한 수급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가스공사가 이를 모두 관리했는데 민간 사업자가 시장에 참여하면 수익성만 보고 수급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 세금이 낭비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원격의료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개정안은 2015년부터 환자가 집에서도 스마트폰이나 웹캠 등을 이용해 의사의 원격진료와 전자처방전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으로, 복지부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환자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계층에 대한 복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안전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원격의료를 환자중심 의료서비스로 포장한다"며 "비싼 장비를 운용하는 원격의료 특성상 대형병원 위주로 서비스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공공병원 체계와 무상의료 정책은 흔들릴 것이며 의료 민영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로 원격의료법 개정안은 18대 국회 때도 거론됐지만 안정성 논란 끝에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또 동네병원 위주로 원격의료를 도입한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이미 서울대병원이 SK텔레콤(017670)과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삼성서울병원이 삼성전자(005930)와 손잡는 등 대형병원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월29일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앞에서 원격의료법 개정 등을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News1
 
철도노조가 '파업 불사'까지 외치며 강력하게 반대하는 개정 정부조달협정(GPA) 역시 문제다. 정부는 박 대통령이 한-프랑스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인 지난 5일 국무회의를 열고 서울메트로를 비롯 7개 도시철도기관 7곳을 양허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 GPA를 의결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개정 GPA는  일반철도 시설의 건설과 조달, 설계와 엔지니어링 서비스, 시설 감독·관리 등에서 외국 기업의 입찰 기회를 열어주는 것일 뿐 철도 민영화를 위한 수순이라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것과 운영권을 넘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철도운영은 양허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등은 "우리 철도산업 경쟁력이 국제적으로 낙후된 현실에서 건설공사, 시설유지·관리, 장비조달 등에 외국 자본의 참여를 허용한 것은 국내 철도산업의 생존 기반을 무너뜨린다"며 "외국 자본의 직접적 투자가 없더라도 국가 기간산업의 공공성이 자본논리 앞에 무너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공공부문 민영화 논란에 대해 애초 정부가 불씨를 당겼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후보시절 "국민적 합의가 없이는 민영화는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정부가 가스와 의료, 철도 관련 사업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관계자는 "철도만 해도 국민의 70%가 반대하고 노조가 반대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민영화를 추진한다"며 "개정 GPA는 국회 동의도 없이 대통령이 단독으로 재가했고 이를 국회에 알리지도 않았다"고 질책했다.
 
전국전력노동조합 관계자도 "공기업의 시장독점을 완화하고 민간을 참여시켜 고용을 창출한다는 말은 이명박정부 때도 나왔지만 지금 그대로 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박 대통령은 말로는 원칙과 합의를 강조하고 속전속결로 공약을 허물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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